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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건 같은 만남/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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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821회 작성일 12-04-21 05:03

본문

<격려사> 손수건 같은 만남 지도교수 김학 컴퓨터는 내 친구다. 비록 늦게 사귀었지만 지금은 그 어느 친구보다도 더 가까이 지낸다. 고향친구, 학교친구, 군대친구, 직장친구들이 있지만 컴퓨터처럼 나와 한 집에서 동고동락하는 친구는 없다. 이 컴퓨터가 있기에 나는 손쉽게 수필 강의 자료를 만들어 여기저기서 강의를 할 수도 있고, 틈나는 대로 내 수필을 써서 보관했다가 수필집으로 엮어낼 수도 있다. 날마다 새벽 4시쯤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으면 아내는 슬며시 뒤따라와 나의 동정을 살펴보고서 조용히 침실로 돌아간다.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컴퓨터를 열면 수십 개의 메일이 내가 열어보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메일 가운데서 어떤 것들은 문하생들에게 그대로 전달해 주고, 또 어떤 것들은 여러 가지 문학 사이트에 퍼 나르기도 한다. 또 문하생들의 수필작품이 눈에 띄면 첨삭하여 돌려주기도 한다. 그런 뒤 인터넷에서 지방신문들의 문화면을 뒤적여 신간안내 등 문하생들에게 정보가 될 소식이 있으면 카페에 올리기도 한다. 그러면 금세 새벽이 아침으로 바뀐다. 오늘은 유하라는 분이 보내준 메일이 내 눈길을 붙잡았다. 유하란 이름이 본명인지 필명인지, 여성인지 남성인지도 모른다. 그가 날마다 보내주는 메일은 내용이 참 좋다. 혼자 읽고 지우기에는 아까워서 카페에도 올리곤 한다. 오늘은 <가장 아름다운 만남>이란 글을 보내주었다.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요.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입니다. 피어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요.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입니다. 금방의 시간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요.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요. 나는 비린내 나는 생선처럼 나의 욕심을 채워 달라고 조르지 않겠습니다. 나는 꽃송이처럼 내 기분에 따라 호들갑을 떨지도 않겠습니다. 나는 지우개처럼 당신과의 약속을 까맣게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나는 손수건처럼 당신이 힘들 때 땀을 닦아 주고 슬플 때 눈물을 닦아 주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지루하거나 싫지가 않다. 글 속에 내가 빠져들곤 한다. 날마다 어디에서 어떻게 이런 좋은 글을 찾아내는지 놀랍다. 날마다 보내주는 내용이 마음에 들어서 때로는 내 아이들이나 문하생들에게 그대로 전달해 주기도 한다. 그들도 나처럼 읽고 감동하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이 글 뒤에 유하 씨의 긴 댓글도 달려있다. 그 글 역시 한 편의 맑은 서정시 같아서 읽을 맛이 난다. 이렇게 날마다 밤잠을 설쳐가며 피가 되고 살이 될 좋은 메일을 보내주는 이가 유하 씨 외에도 더러 있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날마다 많은 이들이 메일을 보내준다. 때로는 귀찮고 시간낭비가 되는 것 같아 읽지 않고 그냥 지워버리고 싶을 때도 없지 않다. 그러나 누군가가 나를 생각해서 자기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정성껏 보내준 것인데 읽지 않고 지워버리면 남의 성의를 무시한 것 같아 그럴 수가 없다. 보내주는 이들은 자신의 목숨이나 마찬가지인 시간을 쪼개어 보내주는 게 아닌가? 나로서는 그 정성을 모른 척 무시할 수가 없다. 메일을 보내주는 이의 정성에 보답하려면 나도 내 시간을 쪼개어 읽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도 손수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또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훈훈하고 정겨워지겠는가? (2012.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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