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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면서/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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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25회 작성일 12-04-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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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을 보면서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신구 아파트에 사는 나는 매일 엘리베이터를 탄다. 제일 먼저 나를 맞아주는 것은 거울 속 사람이다. ‘참 오랜만이다. 그래도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언제 어디서 보았던가?’ ‘저 거울속 사람은 나를 보면서 어떤 말을 하려고 할까?’ 나는 어렸을 적 벽거울에서 사람이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신비스런 이야기를 만화책에서 읽은 적이 있다. 아마 중국 만리장성 축조에 대한 것 같은데 참 재미있고 신기했다. 지금도 거울을 보면 그 잔상이 머릿속에서 살아난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 자신도 살필 겨를이 없는, 그리고 거울로 자신을 살피며 생각해보는 여유도 없이 살았던 나, 무엇이 그리도 바빴던가, 아마 마음만 바빴던 것 같다. 오늘따라 주름이 많아진 것 같다. 지금까지 거울을 가까이 대고 얼굴의 특정 부위만을 보다가 모처럼 거울에 비친 전체의 나를 보고 놀랐다. 아니, 내 얼굴이……, 젊은 시절, 그때의 내 모습을 기억해 내려다가,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놀랐다, 그도, 한 때는 거울을 무척 사랑했다. 아침에 여러 번 거울을 보면서 빙그레 웃기도 했고, 자신에게 마음의 다짐도 했으며, 자랑스럽게 바라 본 적도 있었다. 젊었을 때는 거울을 빤히 쳐다보면서 별의 별 생각을 다 해보았겠지……, 어느 때는 확 펴진 얼굴로, 또는 오만상이 구겨진 얼굴로, 나를 대하곤 한다. 얼굴주름이 가득한 그, 오늘은 거울을 잠깐 보다가 무슨 짜증이 나는지 확 돌려버린다. 말하지 않아도 그 마음을 짐작할만하다. 여러 날, 얼굴을 마주 보니까 점점 친숙해져서 이제는 대화 상대가 되곤 한다. 가장 스스럼없고 진실한 벗이며, 성질을 내도, 욕을 해도, 말없이 받아주는 벗이 생긴 것이다. 그 할아버지가 알고 보니 바로 나였으니까. 아파트를 나와 인근에 있는 헬스사우나에 도착했다. 몇 개 운동기구를 섭렵하고 사우나로 내려와 보니, 5-6세 아동 서너 명이 세수대야에 물을 떠 가지고 이리 몰고, 저리 몰리며, 귀창을 찢는 쇳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쇳소리도 듣기 싫지만, 바닥에 미끌어질 염려가 있는데도 누구 한 사람 야단치는 사람이 없다. 보다 못한 한 젊은 아버지가 큰소리로 야단을 쳐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요즘 꼬맹이들은 제 마음대로다. 몇 번 나무라도 말을 듣지 않자, 그 아버지가 내게로 와서, 제가 “할아버지 이놈한다” 할 테니 혼 좀 내 주라고 부탁했다. 나이든 어른이 한 번 혼 좀 내주라는 뜻이다. 나는 망설이다가 “이 놈, 얌전히 아버지 말씀을 안 들으면 혼 날 줄 알아!” 요즘 애들은 아버지 말은 잘 듣지 않고 어머니만 무서워한다는 생각을 하며, 나름대로 무서운 얼굴을 하면서도 놀랄까봐 젊잖게 야단을 쳤다. 그런데 무서워하기는 커녕, 혀를 낼름거리며 “메에롱!” 하니 오히려 내가 민망해졌다. ‘내가 웃기게 생긴 건가?’ 나는 어안이 벙벙하여 한참 서 있다가 세면대 거울 앞으로 가 내 얼굴을 다시 보았다. 흐릿하고 초점이 안 맞는 거울을 보면서, 안경을 벗어 놓은 내 눈은 탓하지 않고, 거울 탓만 하였다. 옆자리에 금이 간 거울이 있었다. 산산이 깨져 금이 간 거울을 보면, 순간적으로 섬뜩한 느낌이 들고, 어쩐지 불길한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 ‘거울(물건)에 불과한데’ 하면서 꿈보다 해몽이라는 다른 기대도 해본다. 한참 생각하다, 흐려진 앞 거울을 물로 쓱싹 닦고, 수염을 깎으려 거울을 보니, 또 김이 서린다. 거울을 닦으면서 거울 속에 비친 맞은편 손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치렁치렁한 머릿결을 늘어뜨리고 앉아있는 펑퍼짐한 엉덩이로 보아, 영락없는 아가씨나 젊은 아주머니 같았다. 하도 궁금하여 살짝 일어나 옆으로 지나면서 흘끔 바라보니 가슴도 커 보였다. 가는 시늉을 하다가 다시 돌아오며 보니 눈치를 챘나(?), 불끈 일어서는데 어깨가 떡 벌어지고 용 문신을 한 뚱뚱한 총각이 아닌가.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제자리로 돌아와 주책바가지 늙은이가 되었다고 투덜대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거울을 보면서 ‘백설공주와 마녀’에서 거울과의 대담을 생각해 보았다. 섹스피어는 그의 명작 ‘오셀로’에서 ‘거울 앞에 기묘한 표정을 해보지 않는 미인은 없다’고 했으며, ‘곤경에 처하면 남자는 호주머니를, 여자는 거울을 찾는다’는 속담도 있다. 거울을 보면 서로가 서로를 마주 보는 것과 같다. 그래서 내가 웃으면 내 마음도 웃을 것이며, 나와 마주한 이도 웃을 것이다. 거울은 그냥 거울이 아니다. 외양만 비춰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비춰보는 거니까. 거울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서, 나를 비추고, 주변을 비추며, 내 마음속도, 우리사회도 비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세월따라 변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거울을 탓하지 말고 내 마음을 탓해야 할 것 같다. 거울을 보면서 매일 아침 활짝 웃으면, 나는 매일 행복해지고 젊어지며 겸허해지리라. 나의 마음뿐 아니라 행동과 태도 말씨가 형상으로 거울에 비추어 진다면, 나를 성찰(省察)할 기회가 더 많아지리라. 그러나 숨기는 마음. 숨기려는 마음도 비추어 진다면, 안 보려고 할까, 깨버리고 싶을까? , (2012. 0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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