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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필 무렵/김길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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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76회 작성일 12-04-03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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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 필 무렵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야간반 김길남 우리 아파트 모퉁이에 매화나무 한 그루가 있다. 아직 찬바람이 남아있는데도 꽃망울이 맺혔다. 곧 터질 듯하다. 해마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는 전령사다. 지난 일요일에 고향을 찾았을 때 보니 밭에 심은 매화도 많은 꽃을 달고 터칠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남쪽 섬진강가의 다압에는 벌써 매화가 피었다는 소식이다. 매화하면 퇴계선생님이 생각난다. 평생 매화를 사랑하고 가까이 두고 길렀다 한다. 거기에는 애틋한 이야기가 전한다. 퇴계선생이 단양군수로 있을 때 두향이라는 관기가 있었다. 두향은 퇴계를 사모했다. 그 무렵 퇴계는 처자를 잃고 마음이 적적한 때였다. 빈 마음을 채우듯 두향을 받아들였다. 시(詩)서(書)금(琴)에 능한 두향과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애달프게도 퇴계는 9달 만에 풍기군수로 떠나게 되어 두향과 헤어졌다. 떠날 때 매화 분 하나를 선물로 주어 풍기로 가져왔다. 세상을 떠날 때까지 애지중지 두향을 생각하며 길렀다. 마지막 숨을 거둘 때도 ‘매화에 물을 주어라’였다 한다. 두향은 헤어진 뒤 퇴계를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남한강가에 집을 짓고 정절을 지키며 홀로 살다가 부음을 듣고 강물에 몸을 던졌다 한다. 퇴계는 매화를 사랑하여 일백여 수의 시를 지었고, “내 전생은 밝은 달이었지 몇 생애나 닦아야 매화가 될까 (前信應是明月 幾生修到梅花)” 두향도 이별하며 시를 읊었다. “이별이 하도 설워/ 잔 들고 슬피 울제/ 어느덧 술 다하고/ 님마저 가는구나/ 꽃피고 새우는 봄날을/ 어찌할까 하노라” 매화는 고목에서도 아름다운 꽃을 피워 향을 내뿜는다. 꽃 맵시가 단아하여 백옥 같은 한복을 입고 단정히 앉아 있는 여인의 모습이다. 조선말의 실학자 홍만선은 은은한 매화 향을 ‘사람을 감싸 뼛속까지 싱그럽게 하는 향기’라 했다. 날 듯 말 듯 풍기는 향이 그윽하여 솔잎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로 마음이 고요해야 느낄 수 있다. 기품과 향기가 꽃 중의 꽃이라 할만하다. 그에 이끌려 옛 시인 묵객들이 곁에 두고 즐겼다. 나도 한몫 끼어 매화를 친다. 붓에 먹을 찍어 농담을 조절하고 물기를 적게 하여 용이 꿈틀거리듯 힘차게 뻗치면 줄기가 된다. 잔가지를 성글게 엮고 꽃을 달아 한 폭의 문인화를 마련한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면 향기가 나는 것 같다. 그 향취에 젖어 시 한 수를 적어 낙관을 하면 끝이다. 아직 풋내기에 불과하지만 나름대로 흥취가 난다. 매화는 원산지가 중국 쓰촨성이라 한다. 삼국시대부터 심기 시작했다. 현재 가장 오래된 매화는 경남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 예담마을에 있는 원정매다. 고려 말에 원정공이 심어 650여년이 되었다. 몇 년 전에 원목이 죽어 걱정 했는데 뿌리에서 새순이 돋아 자라고 있다. 순천 선암사 백매도 620여년이 된 매화로 유명하다. 전주 경기전에도 노매(老梅) 한 그루가 있다. 동쪽 조선왕조실록사고 앞이다. 허투루 지나면 눈에 띄지도 않는다. 여러 문인들이 그 매를 찬양하여 글을 지었다. 일부러 찾아가 보았는데 때를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3월 말일인데도 활짝 피지 않았다. 이른 꽃 10여송이만 피었다. 요즘 날씨가 춥기 때문이리라. 수백 년이 지났어도 많은 꽃망울을 달고 있어 싱싱했다. 몸통은 오래 되어 온통 수술을 받았고, 허리가 굽어 끝이 땅에 닿았다가 고개를 들어 올려 하늘을 보는 듯하다. 군데군데 이끼가 끼어 노인 얼굴의 검버섯 같다. 그 모양이 몸을 굽혀 절하는 노인의 모습이다. 그래도 많은 꽃망울을 탐스럽게 맺어 젊은 매화 같다. 꽃이 활짝 피면 더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 몸은 늙었어도 꽃은 여전하니 사람도 노매(老梅)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다. 부슬부슬 내리다, 좍좍 쏟아지기도 한다. 움츠렸던 매화도 봄비를 머금고 활짝 필 준비를 하겠지. 새 봄을 맞는다는 게 좋지 않은가. 희망의 봄소식이 매화꽃으로 하여 전해진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어도 봄은 정녕 다가오는가 보다. 내일은 고향을 찾아가 매화를 바라보며 봄맞이를 해야겠다. ( 2012. 3. 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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