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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혼례식/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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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53회 작성일 12-03-19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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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혼례식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아침부터 봄비가 부슬부슬 내려 우산을 챙기며 길을 나섰다. 아내의 셋째동생 아들의 결혼식이 전남 순천에서 있기 때문에 관광버스를 이용했다. 버스는 소양 톨게이트로 들어서더니 완주-광양고속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리기 시작했다. 1시간 30분여 달린 버스는 순천만 갈대밭 진입도로를 지나 외곽으로 빠져 산골짜기 굽이진 예식장에 도착했다. 봄볕이 환하게 내리쬐는 정원에 들어서니 공원처럼 잘 가꾸어진 초목들이 반겨주었다. 처제로부터 주례가 없는 결혼식을 준비했다는 말을 들은 터라 내심 궁금증을 갖고 식장에 들어갔다.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주례가 없는 무대 앞으로 신랑이 입장하고, 뒤이어 친정아버지의 손을 잡고 신부가 입장했다. 두 사람은 하객들을 향하여 인사를 한 뒤 서로 준비한 혼인서약을 낭독했다. 나도 얼마 전에 주례를 보면서 당사자들이 지켜야 할 일이니 준비해서 직접 서약하도록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날의 신랑인 조카는 신부와 함께 각자 지켜야할 다섯 가지씩을 준비하여 서약하는 것이었다. 먼저 신랑인 조카가 마이크를 잡았다. “나 하승태는 박은선 양을 신부로 맞이하여, 다음 사항을 지킬 것을 여러분 앞에 맹∨세∨합니다. 하나, 보증이나 담보는 절대 서지 않겠습니다.(중략)” 그밖에 ‘집안 일 반반 분담, 하루에 한 번 애정표현하기, 아내의 말에 귀 기울이기, 주님의 사랑과 평생 아껴주고 사랑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참으로 민망스러웠다. 다음으로 신부의 차례가 되자 주저 없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나 박은선은 하승태 군을 남편으로 맞이하여, 다음 사항을 지킬 것을 여러분 앞에 맹∨세∨합니다. 하나, 아침밥을 꼭 챙겨주겠습니다. (중략)” 그밖에 ‘다른 남편과 비교하지 않기, 남편의 말에 귀 기울이기, 꾸준한 운동으로 날씬한 몸매 유지하기, 한결같은 마음으로 주님 안에서 사랑기.’ 등을 다짐했다. 어찌 생각하면 민망스럽고 당돌해 보이지만, 전통적으로 누구나 똑같은 문구로 서약하는 것보다는 괜찮구나 싶었다. 두 사람이 서로 지킬 수 있는 내용으로 약속했기 때문에 실천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객들의 반응도 의아한 눈빛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고 있었다. 다음은 성혼선언을 하기 위해 아내의 바로 아래 동생인 여자 목사가 올라갔다. 선언문을 낭독하고 축복기도를 해주었다. 혼례준비에 바쁜 신랑 신부가 주례를 교섭하기 위해 애쓰며, 장황하게 늘어놓는 주례사보다는 괜찮겠다고 생각되기도 했지만, 무게는 덜해 보였다. 이어서 두 사람의 어린 시절부터 혼례 전까지 성장과정을 엮은 영상물이 소개되었다. 영상물을 시청하면서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웠다. 조카가 10살쯤 되었을 때 아버지가 간경화라는 몹쓸 병에 걸려 투병하면서 고통에 시달리던 모습이 떠올려졌다. 1년여를 병마와 싸우다가 기어이 어린 남매를 두고 떠난 아픔을 겪은 조카들과 처제였다.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의 순서였다. 신랑이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하고 울먹이는 것이었다. 하객을 의식했던지 웃어 보이려고 했지만 쉽게 될 일인가? 감정을 추스르기 한참만에야 편지를 읽었지만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고생하며 키워준 어머니의 은혜를 잊을 수 없다며 목이 메었다.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으나 여기서 훌쩍 저기서 훌쩍거리는 소리는 분위기를 더욱 숙연하게 했다. 아들의 편지를 듣는 처제의 마음이 어떠했을까? 보지 않아도 견디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신부의 차례가 되어 지금껏 키워준 고마움과 신랑과 한 가정이 될 테니 지켜봐달라고 자신감을 보여 주어, 처제의 며느리로서 잘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갔다. 축가의 순서가 되었다. 이것도 두 사람이 ‘You're My Sunshine'이라는 곡에 가사를 붙여 1절은 신랑이, 2절은 신부가 불렀다. 조금 전 침울했던 표정은 어디로 날려 보냈는지 어깨를 흔들면서, 서로 눈을 마주보면서 싱글거리며 흥겹게 불렀다. 하객들도 박자를 맞추어 같이 부르는 사람, 손뼉을 쳐주는 사람, 등 모두 한마음 분위기로 반전되었다. 외갓집 가족이어서 폐백에 참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아버지 없이 어머니 품에서 자란 조카이기에 차례가 되어 폐백실에 들어갔다. 나는 술을 한 잔 받아 마신 다음 덕담으로 “너희들이 서약한 다섯 가지를 지킬 수 있느냐? 만약에 지키지 못하면 누가 벌을 줄까? 아마 너희 자신들이 스스로에게 벌을 내리게 되어 참기 힘든 고통이 될 것이다. 또한 부모님께 드리는 편지에서 한 약속을 지키고, 너희들이 부른 축가의 가사처럼 사랑하기 바란다.” 조카의 눈에서는 수용의 미소가, 신부인 조카며느리의 눈과 입가에서는 걱정 말라는 자신감이 보였다. 이날 조카의 결혼식은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관례를 뛰어넘은 별난 결혼식이었다. 궁금, 이해, 슬픔 공유, 자신감, 믿음, 사랑, 감사, 행복으로 이어지는 한편의 시나리오였다. 일반적인 결혼식장에서 하객들과 진행자 사이에 엇박자가 되어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을 더러 보았는데, 이날은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축복과 감사를 주고받은 분위기였다. 두 사람의 준비과정, 사랑이 넘치는 부모의 사랑, 하객들의 축복이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밑거름이 되리라 믿는다. “신랑 승태야! 신부 은선아! 누구보다 먼저 사랑을 주는 행복한 보금자리를 만들어 가거라.” (2012.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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