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죽음들/김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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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죽음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현 준
A고교에서 2학년 담임을 맡던 때의 일이다. 나는 이층집에 전세를 얻어 살았다. 어느 날 석양에 동료교사가 나를 불렀다. 비상소집인가 하고 나갔는데, 대학병원 영안실로 가보라는 것이었다. 무슨 청천벽력인가? 우리 반 학생이 죽었다는 것이다. 영안실은 비통한 분위기였다.
B군은 학교를 마치고 버스를 기다리다 갑자기 쓰러졌는데, 공교롭게도 인도人道의 시멘트 턱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한 것이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혹 학교에서 체벌이나 급우 간에 다툰 적이 있었느냐고 경찰관은 꼬치꼬치 캐물었다. 빈혈에 의한 뇌진탕으로 결론이 났다.
대학 동기생 C가 여름방학에 무전여행을 다녀온 뒤 시름시름 앓다가 운명을 달리했다. 우리는 개학한 뒤 경기도 부평의 공동묘지를 찾았다. 그 황량함이라니…….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잔디가 누렇게 죽은 무덤, 아기 무덤처럼 작았다. C는 1등으로 입학한 친구였으며, 소프트볼 경기를 아주 잘했던 재주꾼이었다.
동부전선 983고지에서 근무하던 때였다. 철책선 바로 후방에서 자체 경계를 하며 막사생활을 하였다. 일요일에는 세탁을 하거나 양지 바른 곳에서 속옷의 이를 잡았다. 오후엔 소대대항 배구시합을 하기로 하였다. 막걸리 두어 말을 건 시합이었다.
그날 중대 일직사관을 맡은 나는 약간 긴장한 채 병사들을 지휘하였다. 점심시간까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3소대에서 D상병이 보이지 않는다는 보고를 해왔으나, 모두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였다. 분대원들에게 D상병을 찾아보라고 지시하였다. 점심을 먹기 싫을 수 있고, 어디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지도 몰랐다. 3소대장에게 연락을 하니, D상병이 보통 사병이 아니라고 걱정하였다. 오히려 내가 염려하지 말라고 위로해 주었다.
3소대에서 다급한 보고가 올라왔다. D상병이 나무에 목을 맸다는 것이다.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어떻게, 어떻게……?”
나는 소대장과 함께 현장으로 갔다. 큰 나무가 아니었다. 3m 정도의 높이에 작업화 끈을 풀어 목을 맸다. 싸늘한 D상병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중대장에게 긴급보고를 한 뒤 상급기관에도 사건보고를 하였다. 현장에 보초병을 세워 출입을 금하였다. 모두 중대에 미칠 파장을 염려하는 분위기였다. 작업복 상의주머니에서 유서가 발견되어 다른 의혹은 씻을 수 있었다. '하늘을 나는 새야, 나와 함께 훨훨 날아보자'던 구절이 가슴을 아프게 하였다.
염세비관자살이었다. 헌병대와 보안대의 수사가 한동안 부대의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부대 내에 어떤 독버섯 같은 요소가 있는지 파헤치려고 수사가 집중되었다.
D상병은 형과 함께 고아원에서 자랐다. 철이 들면서 함께 고아원을 나와 험한 세파에 맞서면서 살아온 것이다. 말이 없었고 속을 드러낸 적이 없는 외톨이었다. 마지막 휴가 때 생부인가 생모를 만났는데, 실망이 컸던 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시신을 사단 병참대 영현부대에 안치하고 유족에게 연락을 하였다. 나는 중대 부관의 직위에 있어 장례업무 일체를 주관하였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든 시기였다. 유족인 형의 희망에 따라 부대 묘지에 매장하고 사진을 찍어 보냈다.
아까운 젊은이들이 각종 사고와 염세로 생명의 위협에 시달린다. 어제도 오늘도 많은 젊은이들이 꽃다운 삶을 마감하고 있다. 순간의 잘못으로 목숨을 끊기도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생명은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다. 젊은이들은 출생과 생명의 의미를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존自尊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군 지휘자로서, 교육자로서 살아온 나 자신의 무력함이 안타까울 뿐이다.
1982년 일본의 어느 식물학자가 2천년 가량 된 무덤에서 식물의 씨앗을 발견하였다. 하도 오래되어 어떤 종자인지도 몰랐다. 그는 허실삼아 미상의 씨앗을 화분에 심었는데, 이듬해 싹이 텄다. 그것은 목련이었다. 10년이 지나서 목련은 드디어 꽃을 피웠다. 2천년, 그리고 10년을 더 기다려 꽃을 피운 목련의 끈질긴 생명력을 우리는 배워야 하지 않을까?
(2012. 3.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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