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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남기고 갈까/이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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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91회 작성일 12-02-26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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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남기고 갈까 행촌수필문학회, 안골노인복지관 수필반 이윤상 인생 70세 시대에는 “40세가 되면 ‘죽음의 보따리를 싸라“고 소태산 대종사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지금 나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하나, 70세가 되니 ‘죽음’을 준비해야 되고, “무엇을 남기고 떠날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이는 유서를 미리 써서 공증까지 받아놓는 사람도 있고, 돈을 주고 입관체험 학습을 하는 사람도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예로부터 전해내려 오고 있다. 그러다보니 선출직에 나오는 사람들이 생전에 자기 이름을 비석에 새겨 세운 사람들을 흔히 보게 된다. 심지어는 명승지의 바위에다 자기 이름을 새겨놓아 경관을 훼손하는 파렴치한도 있다. 도내의 어떤 여자중등학교 교장은 자기가 근무한 학교마다 몇 대 교장이란 자기 이름을 새긴 비석을 세워놓는 이도 보았다. 내가 13년 전에 J초등학교에 부임하니, 며칠 전에 그 학교에서 정년퇴직한 직전 교장이 수백만 원을 들여 거대한 오석에다 자기이름과 학교운영위원장 이름을 새겨서 학교 화단 정면에 세우고 기념비 제막식을 한다고 소란을 피우는 모습을 지켜보자니 후임교장으로서 만감이 교차했다. 학교마다 거쳐 간 퇴직교장들이 자기이름을 새겨서 비석을 기념물로 남긴다면 학교화단은 온통 교장들의 비석으로 가득 찰 게 아닌가. 더구나 그 학교는 군청 바로 옆에 있는 군소재지 1번지 학교로 개교한 지 90돌이 넘은 전통을 이어갈 대표학교다. 그런 학교에 퇴직 교장 개인이름을 새긴 비석을 세웠으니 지나가는 소나 개도 웃을 일이 아닌가. 주변의 지인들이 퇴직교장의 공적을 찬양하는 비석을 세운다고 할지라도 ‘상식인’(常識人)이라면, 내가 죽기 전에 내 이름을 새긴 비석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만류해야 옳다. 왜냐하면 사람은 관 뚜껑을 덮기 전까지는 인간으로서 어떤 오점을 남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아무리 뚜렷한 업적이 있는 사람이라도 생전에 자기 이름을 새긴 비석을 세우지 않는 것이 상식이요, 성현의 가르침이다. 동상도 마찬가지다. 요즈음 사립학교재단에서 설립자가 생존하고 있는데, 동상을 세우는 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자기과시에 불과하다. 에디슨은 인류 최초로 전기를 발명하여 과학문명의 무궁한 발달에 공헌하였고, 광명천지를 만들었다. 전기발명으로 인류는 빈곤을 추방하고, 풍요로운 복지국가로 발전하게 되었다. 세종대왕께서는 한글을 창제하시어, 수천만 백성들의 까막눈을 뜨게 해주셨다. 또 세종대왕은 오늘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IT강국, 10대 경제대국, 9대 무역 강국, G20의장 국가로 우뚝 설 수 있는 초석을 6백 년 전에 만들어놓으셨다. 이러한 분들이야 말로 영원히 빛나는 이름을 남긴 위인이시다.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생전에 피나는 노력으로 후세인들이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뚜렷한 업적을 남기라는 뜻이 아니겠는가. 나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위인을 논한다거나 흉내 내자는 뜻이 아니다. 특별한 재능도 없고 의지도 나약하며 아무런 업적도 없이 살아온 나는 필부(匹夫)로서 생을 마감할 때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다. 거대한 비석에 자기 이름을 대문짝만한 글씨로 새겨서 공적을 자랑한다 해도 누가 알아주겠는가? 비웃음이나 사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몇 해 전에 한국 불교계의 큰 별, 성철 스님은 임종에 즈음하여 중생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3가지 병에 걸리지 않고 올바르게 수행하라는 유훈을 남겼다. 인간은 살면서 색병, 돈병, 이름 병에 걸리기 쉬우니 이를 경계하라 하셨다. 그중에서도 색병은 남녀 간에 부정한 쾌락을 추구하는 일이고, 돈병은 분에 넘치는 재물을 탐하기 때문에 밖으로 쉽게 들통이 난다. 그러나 이름 병은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포장되어 미화되기도 하니 이름 병을 특히 조심하라 하셨다. 어설프게 명예욕에 날뛰는 자는 자기 딴에는 아무리 수완을 발휘한다 해도 세상 사람들의 정확한 평판은 비껴갈 수가 없다. 그러기에 예로부터 민심은 천심이라 하고, 무지한 백성들의 평판은 하늘의 심판이라 하지 않았던가. 명심보감 계선편(繼善篇)에 나오는 중국 북송시대 정치가이며 대학자인 사마온공(司馬溫公)이 남긴 아래와 같은 말씀을 오늘에 되새겨 본다. “돈을 모아서 자손에게 남겨준다 해도 자손이 반드시 지킨다고 볼 수 없으며, 책을 남겨준다 해도 자손이 다 읽는다고 볼 수 없으니, 남모르는 가운데 덕을 쌓아서 자손을 위하는 것 만 못 하느니라.” 백번 지당한 말씀이다. 예로부터 적선지가(積善之家) 필유여경(必有餘慶)이라 하여, 선덕을 쌓은 집안이라야 번영을 누리는 경사가 난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오늘날 한국의 대 기업가들도 자기자손에게 기업을 물려주려고, 편법을 동원하여 재산상속을 하고, 중산층 서민들도 교묘하게 법망을 피해 재산을 상속하려고 고심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안타깝다. 사마온공의 말씀을 거울삼아 필부(匹夫)로서 남기고 싶은 몇 가지를 찾아보기로 한다. 하나는 내 몸을 건강하게 보전하여 건강을 물려주고 싶다. 모든 혈통은 유전된다. 병원에 가면 의사마다 선대의 병력을 물어보고 진단한다. 건강한 혈통을 물려주는 것은 최고의 유산이다. 둘은 무형의 통장을 물려주고 싶다. 눈에 보이는 부동산, 예금통장, 주식보다도 자선, 덕행, 선행, 공익, 감사생활 등 무형의 통장을 보여주면 훗날 자손들이 살아가는데, 거울이 되고 등불이 되어, 탐욕을 부리지 않고 복락을 누릴 것이 아닌가. 셋은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고, 능력과 분수에 맞는 생활을 물려주고 싶다. 모든 재앙은 탐욕과, 화내는 마음, 용서와 관용을 모르는 어리석은 판단에서 비롯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2012년 2월 25일(토) 무상보시(無相布施), 무재칠시(無財七施)를 연상하며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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