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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86회 작성일 12-01-10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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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복지관 수강신청 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 현 준 새해 들어 처음 시작하는 일이었다. A복지관 사회교육 프로그램 수강신청을 하는 것이었다. 올해에는 48개 프로그램이 설치되었다. '새벽 2시에 나가야 한다.' '예비 번호표를 미리 받아야 한다.' 등 사전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설마했다. 눈을 뜨고 보니 5시 30분이었다. 평소 4시 전에 잠이 깨곤 했는데, 지난 밤 TV를 늦게까지 시청하느라 늦잠을 잔 것이다. 부랴부랴 서둘러 A복지관으로 나갔다. 6시 20분, 새벽어둠이 채 가시지 않고 날씨는 꽤 추웠다. 복지관 현관 앞에는 이미 수백 명의 인파가 웅성거리고 있었다. 낭패였다. 벌써 번호표는 200번이 넘게 배부되었고, 내가 도착하기 전에 그마저 중단된 상태였다. 굳게 닫힌 철문밖에 서있는 수강 희망자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나는 포기할까 생각했지만 기왕 나왔으니 기다려 보자고 마음을 누그러뜨렸다. 이젠 불평하지 않는 실버세대가 되어야 한다. 순응하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좋다. "이게 밥이 나오는 일이야?" 자조 섞인 말도 들렸다. 서둘러 나온 것이 오히려 후회가 되었다. 차츰 어둠이 가시면서 7시가 되어서야 철문이 열렸다. 복지관 직원이 나와서 번호표를 확인하고 3층 강당으로 올라가라고 했다. 번호가 빠른 사람은 의기양양하게 올라갔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속이 탔다. 번호표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올라가고 나처럼 받지 못한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섰다. 인력시장에서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신세 같았다. 오랜 기다림 끝에 내 차례가 와서 나는 175번을 받았다. 미리 번호표를 받지 않고 기다린 사람들은 뒤로 밀린 것이다. 강당 안에는 알만한 얼굴이 몇 보였다. 수강신청서를 받았다. 기록하려다보니 볼펜이 말썽이었다. 잉크가 나오지 않았다. 딱 한 개만 가져온 것이 잘못이었지만 도리가 없었다. 잠시 그만둘까 생각하다 1층에 내려가서 볼펜을 빌리려하니 강당으로 보냈다고 하였다. 다시 올라와 직원에게 볼펜 여분이 있느냐고 물으니 다 떨어졌단다. 또다시 내려와 사무실에 가서 사정을 하고 볼펜 한 개를 빌려올 수 있었다. 연필이 없어 옆 친구에게 빌리던 일이 생각났다. 수강신청서를 쓰다 보니 회원증을 지참하라고 적혀있어 집에 가서 가져올까 망설이자 직원이 그냥 접수시키라고 하였다. 수필창작반은 정원이 차지 않을 것으로 보고 맨 처음은 '영어 초급반'을 그리고 '중국어 초급반을 신청하기로 했다. 작년 퇴직한 뒤 3월 초순에 복지관에 나와 수강신청을 하려고 하니 수필반만 자리가 남아 있었다. 그때도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텐데, 느긋하게 생각했으니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른 셈이었다. 퇴직자들, 노인들의 배움에 대한 열기가 이렇게 뜨거울 줄은 미처 몰랐다. 이것도 경쟁이다. 하고 싶은 일을 쉽게 할 수 있는 시대는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일전에 만난 예전 상사의 말이 떠올랐다. 퇴직을 앞두고 무엇을 할까 고심하다 아이들에게 물어 보았다. 막내아들이 '아버지는 공부를 하셔야 한다.'고 대답하여 그때 깨달았다고 한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7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금은 대학 겸임교수로 노후를 보람 있게 보낸다고 하였다. 8시 정각이 되자 다섯 파트로 나누어 접수가 시작되었다. 1번, 2번, 부르는 대로 수강신청서를 접수시켰다. 1번 접수자는 도대체 몇 시에 나왔는지 궁금하였다. 아마 3시 전에 나왔을 것이다. '예서 행서반'이 시작한지 8분 만에 마감되었고, 이어서 요가, 행서 초서, 수채화, 맞춤운동이 한 시간 안에 정원이 찼다. 나는 '초급영어'를 1번으로 접수하였다. 학교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이 나이가 되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기도 하였다. 모두의 마음이 비슷하겠거니 여겨졌다. 얼마 전 태국여행에서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한 나로서는 이 기회에 영어회화를 익혀두고 싶다. 번호표 1번을 받았던 분이 다시 242번으로 접수를 하였다. 그러니까 1차로 241명이 접수를 한 셈이다. 한 사람이 평균 2- 3개 과정을 신청하는 듯하였다. 이제 노인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다. 내년은 더할 것이다. 복지관을 쉽게 늘리기는 어려우리라 본다. 아직까지는 내가 가장 젊은 편이다. 내년에는 후배들이 몰려오겠지. 대충 여자와 남자가 반반 정도였다. 이런 일이 세계 어느 나라에 있을까.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복지관이 이럴 것이다. 뉴스거리다. 이게 과연 좋은 일일까 아니면 서글픈 일일까. 다시 1층에 내려와 번호표를 받아 '중국어초급반'을 5번째로 접수하고 수필창작반은 7번째로 접수하고 나니 9시가 지났다. 아침에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나온 것이 생각나며 배가 고팠다. 집으로 돌아와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서둘러 나가 '수채화반' 예비 3번에 접수했다고 하였다. 1월 30일, 개강날짜가 기다려진다. 뭐 좀 준비할 것은 없을까? 어떤 사람들과 공부를 할 것인지, 누가 가르칠 것인지, 궁금한 것이 많다. 또 시작을 해보는 것이다. (2012.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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