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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의 변신/장지연 porrid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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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19회 작성일 11-12-23 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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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粥)의 변신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장지연 ‘죽’하면 떠오르는 게 보릿고개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곡식은 조금 넣고 푸성귀를 많이 넣어 끓여먹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아이들이 들으면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라 하겠지만, 머리가 반백이 된 사람들은 거의 겪었으리라. 그 시절 우리 집에도 어중간한 끼니를 때우려고 김장김치를 쫑쫑 썰어 식은 밥을 넣고 김치국밥을 끓여 먹었다. 그때는 맵다고 호호 불며 먹었는데 찬바람이 불면 엄마가 끓여준 김치국밥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세월 따라 입맛도 바뀌는지, 가난할 때 끓여먹던 죽이 이제는 기능성죽을 개발하여 죽이 밥보다 비싸졌다. 건강식, 보양식, 별미식, 환자식 또는 다이어트식 등 종류도 다양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며칠 전 죽 집에서 신 메뉴라는 자색고구마 타락죽을 먹었다. 보라색 바탕에 노란 밤 통조림이 어우러져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가끔 바다가 그리워질 때면 새만금을 한 바퀴 돌아 변산반도를 향하면 바지락 죽 집이 즐비하다. 어쩜 바다를 핑계 삼아 바지락 죽을 먹으려 왔는지, 바지락 회와 바지락 죽을 먹고서야 지평선이 제대로 보인다. 죽을 좋아하는 나는 자주 죽을 끓인다. 십여 년 전 홍도여행길에 민박집 아주머니가 끓여주던 전복죽을 먹고부터는 전복 사기에 바빴다. 내장이 노란 것은 암컷이고, 퍼런 것은 수컷이므로 죽 색깔도 두 가지다. 전복죽은 불린 쌀을 참기름 몇 방울 넣고 볶다가, 내장과 전복 살을 넣으면서 저어준다. 맛도 영양도 풍부한 전복죽을 끓이다가 시금자 죽과 친해졌다. 검정깨를 볶아 쌀과 함께 갈아서 끓여 먹으면 고소한 맛이 입맛을 당긴다. 몇 년 전, 사위가 가평에서 근무할 때, 가을이면 잣을 몇 되씩 가져왔다. 남편이 잣죽을 좋아해서 믹서는 춤을 추며 돌아갔다. 그러다가 매생이를 만났다. 햇순같이 부드럽고 파래향보다 진한 바다내음이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청정해역에서만 나는 매생이는 죽과 국, 그리고 부침개를 붙이면 쫀득쫀득한 그 맛이 마음까지 사로잡는다. 어느 날 친구가 죽을 끓였다고 하여 달려갔다. 뻘건 국물에 수제비와 국수가 들어있어 멀건이 바라만 보고 있으니 ‘어죽’이라고 하였다. 친구남편이 민물고기를 잡아와서 아침부터 푹 고아서 만들었다며 이 한 그릇이면 올여름 잘 넘길 거라고 하였다. 난생 처음 먹어보는 어죽, 보기와는 달리 느끼하지 않고 담백하였지만 두 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다. ‘죽’, 그중 팥죽은 절대적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동짓날 팥죽을 먹으면 나이가 한 살씩 올라간다. 내 나이 여섯 살적 동짓날, 팥죽속의 새알심이 나이란 걸 알았다. 한 살씩만 올라가면 만날 약 올리는 오빠를 언제 따라 잡을까? 머리를 툭툭 두드리니 눈이 반짝 빛났다. 옳지! 끼룩끼룩 웃으며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모두가 잠든 캄캄한 밤이 되었다. 부엌에서 젓가락을 빼들고 살금살금 장독대로 향하였다. 낮에 가마솥에 가득 끓인 팥죽이 항아리에 담겨져 있었다. “팥죽아, 팥죽아, 내 나이 좀 올려주렴!” 꽁꽁 얼어붙은 팥죽에게 소원을 빌었다. 한 알, 두알 꿀꺽꿀꺽 새알심 4개를 삼키고 나니 오빠와 동갑이 되었다. 와~ 두 손을 높이 들고 하늘을 보니 별들이 눈을 껌벅거렸다. 그래 더 먹으라고? 2개를 더 먹고 나니 온몸이 덜덜 떨렸지만, 오빠나이를 뛰어넘었다고 생각하니 뛸 듯이 기뻤다. “와! 내일 아침에 일어나 정남아, 이제부터 내가 누나야!” 하고 소리치면 오빠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 콧물을 씩 닦으며 하늘을 보니, 주먹만 한 별들이 술래잡기를 하다가 한 녀석이 쭉 미끄러졌다. 저별도 누나가 되고 싶어서 팥죽 먹으러 내려왔을까? 아~그때가 그립다. (2011.12.22. 동짓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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