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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등잔밑에 있었다/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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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889회 작성일 11-10-06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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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은 등잔불 밑에 있었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날마다 메일로 받아보는 수필 신작들을 읽는다. 저마다 개성이 다른 글들을 읽으면서 다양한 글맛을 느낀다. 오늘도 한 편의 글이 시야에 들어왔다.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선숙 님의 <어느 부부의 병상일지>라는 수필이었다. 내용을 읽어보니 이 분은 아마도 병원에서 자기 어머니의 병 구환을 하는 분인 것 같다. 나도 퇴임 전 건강문제로 한 달간 입원한 일이 있었다. 그 뒤 1년 남짓 통원치료를 했기 때문에 병상생활에 관한 것은 웬만큼 안다. 많은 환자들과 간병인 외에도 병문안을 하러 들르는 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병원이다.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출입하는 곳인지라 무슨 몸치장이 필요하겠는가. 당연히 별다른 꾸밈없이 원래 모습 그대로 오는 환자들에게서 순수한 인간미를 느낀다. 아픈 사람끼리이니 처음 만나는 사람이라도 어떤 의심이나 경계를 하지 않는다. 단지 어디가 불편해서 왔느냐는 간단한 인사말 한마디로 금방 친해진다. 이러면서 하루만 지나면 가까워져 흉허물 없이 만년지기처럼 지낸다. 아무런 이해타산이 없는 여기에서 우리는 사람들의 진면목을 그려볼 수가 있다. 직장생활 중 교직에 몸담은 일이 있었다. 졸업반 담임을 맡아 학생들의 진학문제로 학부모들을 면담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순수한 인간미에 젖었던 생각이 난다. 자식을 맡아서 가르치고 기르는 입장이다 보니 담임과 학부모 사이에 무슨 사심이 있겠는가. 오로지 학생의 장래를 위한 상담이어서 흉금을 터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뒤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을 시켜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은 기억이 새롭다. 아마 병원에서 환자들 사이에도 아프다는 공통점 하나로 인해 이런 분위기가 이루어지리라. 그렇지만 사회는 이런 풍조와는 전혀 다르다. 겉모양부터 다듬고 꾸며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살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이면 으레 내색은 안 해도 신중을 기한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저울질부터 하는 세상이다.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처지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으면 경계태세를 늦추지 않는다. 팍팍하고 힘든 세상살이의 한 단면이다. 상대방을 믿지 못하는 불신사회의 시초가 아닐는지. 복잡한 일에 부딪치면 나는 머리부터 아프다. 그러니 비교적 단순한 생각을 하면서 약간 어수룩하게 밑진 듯이 허허 웃어가며 산다. 이게 속이 편하고 건강을 해치지 않아 이롭다. 나의 세상을 사는 비결이 그래서인지 밖에 나가면 만나는 사람들마다 내 나이를 7, 8세쯤 젊게 본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잇값도 못하고 사는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말이 싫지도 않다. 이런 점들이 나에게 순진하고 아름다운 동심을 안겨 준다. 동심으로 보는 세상은 내게 있어서 글을 쓰는 원동력이나 마찬가지다. 나는 어린이들을 무척 좋아한다. 각박한 세상물정도 모르고 밝은 표정으로 그저 순진무구하게 사는 아이들인 까닭이다. 그들은 모르는 것이 많아 가끔 나에게 질문을 한다. 한데 어떤 때는 그 질문들이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어른들도 생각할 수 없는 별난 말들이 갑자기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황당하기도 하나 곰곰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티 없이 맑은 심성이기에 나오는 질문이리라. 이런 마음을 느끼면서 그 천진난만한 여린 눈길로 주위를 살핀다. 그러다보면 단순히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사물들의 내면이 엿보인다. 이러면서 그들과 대화를 하는 상상의 장면이 엮어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그 대화들을 간추려 글을 쓴다. 전에 나는 시를 쓰려고 시문학동아리에 다닌 적이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이 현대시를 쓰는 것 같아 내 시상詩想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무래도 내 감각은 시보다는 수필 쪽이 더 나았다. 그래서 근 3년여 동안 수강했던 시문학수업은 아쉽지만 그만두었다. 그 대신 명시名詩라도 열심히 감상하면서, 시재詩材를 익혀 시적인 글귀를 수필에 담고 싶을 뿐이다. 수필은 흐르는 물처럼, 꽃처럼 아름답게 쓰라는 말이 있다. 흐르는 물처럼 쓰는 글은 글의 흐름과 구성이 자연스럽고 유연하게 쓰면 된다. 하지만 꽃처럼 아름답게 쓰려면 시적인 표현이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에 시적인 감각은 계속 유지하되 동안童眼의 세계를 그릴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란 꾸밈없는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반세기 전 초등학교 6학년 때 경주수학여행을 다녀온 일이 있었다. 수십 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그 당시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미진한 글이지만 습작을 한다는 마음으로 그에 관한 글도 한 편 써 보았다. 오늘도 이 글을 쓰면서 <어느 부부의 병상일지>를 보며 느낀 것은, 아픈 부인을 간병하는 칠순이 넘은 백발남편의 삶을 들여다 본 작가의 안목이다. 환자를 간호하는 일상사日常事의 표현이야 누구든지 다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것을 한 단계 뛰어넘어 한 인간의 세계를 진솔하게 그렸다는 것과, 글의 흐름이나 구성이 좋았다. 전에 나는 다양한 취미생활을 해보았다. 그러나 똑같은 여가가 반복되다보니 싫증이 나서 새로운 것을 찾다 만난 것이 수필이었다. 요즘은 글을 쓰고 읽으며 소일하는 것이 내 일상의 절반이상을 차지한다. 책을 읽으면서 누구의 글이 어떤 점에서 무엇이 좋다는 식의 서평을 자주 본다. 그래서 그 책을 구입해서 읽어 보니 참 좋았다. 책은 많지만 읽을 때 그 내용에서 받는 인상印象은 다양하다. 다음은 전주 홍지서림에서 발행한 비읍 2011년 9월호 소책자《책에 관한 책이야기》의 한 구절이다. “독특한 관점과 깊이 있는 사유가 담긴 책이 있는가하면, 별다른 길이 아닌 평범한 내용을 기술하여 싱거운 결론에 그치는 내용이 적지 않다.” 라는 문구를 읽은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 책도 책 나름이라는 말이다. 지금도 나는 운동 삼아 노인복지관을 수시로 다닌다. 그러면서 내 또래나 연상의 어른들을 자주 만나지만, 그들의 대화를 듣다보면 단순한 추억거리일 뿐 무의미하다. 그래서 요즘엔 나 홀로 세상을 꾸린다. 음악을 듣고 글을 쓰면서 나를 음미한다. 이러면서 노후생활을 알차게 일구며 보람을 찾고 사니 나는 행운아인 셈이다. 내가 다니는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은 항상 칭찬하기로부터 수업을 시작한다. 곁에 있으면 말로라도 좋은 글 잘 읽었노라 칭찬해주고 싶지만, 그렇지 못하니 이렇게 글로나마 칭찬을 하고 싶다. 내가 알기로는 전주 평화동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은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한데도 이런 좋은 글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여간 반갑지 않다. 아마도 이 분은 그 수필창작반에 나오기 전부터 글을 써오신 분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지 않았을까. 글을 쓸 때마다 나는 항상 헤맨다. 글눈이 깊지 않고 부족한 탓이리라. 그런데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가까운 지역에다 같은 문학동아리에서 공부하는 분의 잘 쓴 글을 보니 몹시 기뻤다. 오늘은 좋은 글을 읽으며 보낸 기분 좋은 하루였다. (2011. 10.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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