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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를 기르며/한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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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77회 작성일 11-09-07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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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를 기르며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한일신 나는 푸르고 싱싱한 화초를 좋아하지만 활기찬 금붕어도 좋아한다. 내가 금붕어를 만난 지는 꽤 오래되었다. 키우다가 여러 번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지금껏 키우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비결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늘도 수족관 앞에서 ‘혹시 먹이를 주지 않나?’하며 큰 입을 뻐금거리며 물 위로 올라와 꼬리를 살래살래 흔드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앙증스러워 한참 눈을 떼지 못했다. 언제부터인가 집이 썰렁해서 초록색 화초를 하나둘 사다 넓은 공간을 채워 보았다. 거기다 빨간 금붕어를 몇 마리 사왔더니 집안이 생명체들의 숨소리 때문에 생기와 활력이 넘쳤다. 식물은 물만 주면 잘 자라 꽃도 피우고 은은한 향기로 집안분위기를 새롭게 바꿔 주었다. 그런데 금붕어는 그게 아니었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10일을 못 넘기고 다 죽고 말았으니 말이다. 내가 금붕어를 키우기 시작한 지는 한 30여 년 전쯤이다. 그 시절엔 금붕어 키우는 집이 별로 없는데다 누구한테 물어볼 줄도 몰라 죽으면 사오고 또 사왔다. 그러던 어느 날 물갈이를 하다가 어항에 송송 맺힌 물방울을 닦으면서 섬광처럼 뇌리를 스치는 게 있었다. “그래, 사람도 갑자기 찬물에 들어가면 심장질환을 일으키듯 금붕어도 새 물이 주 범일지 몰라.”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물에 손가락을 넣어 온도를 감지한 다음 온도를 맞추어 물을 갈아주었더니 아! 이게 바로 명약인 것을……. 그날 이후로는 금붕어를 별 탈 없이 잘 키웠다. 어느 해 여름휴가 때였다. 시골집을 비우고 전주로 나오려는데 금붕어 먹이 때문에 걱정이었다. 이리저리 궁리 끝에 직원한테 부탁했더니 잘 관리해준 덕에 무사히 넘어갔다. 그 이듬해인가. 또다시 부탁하기도 뭐해서 그때는 아무런 대책 없이 그냥 휴가를 나왔다. 휴가가 끝나자 나는 죄인처럼 집에 들어섰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와르르 몰려와 나를 반기질 않는가. 약하게만 생각했던 금붕어들의 강인한 생명력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은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금붕어에 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모두 내 곁을 떠나고 제일 큰놈 1마리만 남았다. 혼자 있는 게 영 보기 가 좋지 않아서 금붕어 한두 마리를 더 사다 넣으려고 수족관을 찾았다. 주인은 내게 자초지종을 듣더니 금붕어 수명이 5,6년이라면서 명이 다한 거라고 하질 않는가. 그러면서 한꺼번에 사다 키우라고 조언을 해주니 이대로 지켜볼 수밖에. 내 남동생은 몇 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전주에서 혼자 살고 있다. 딸과 아들이 있지만 다 서울에서 살기 때문이다. 새가 깃이 자라서 혼자 날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어미 곁을 떠나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동생에게 지금은 시대가 시대인지라 옛날과 달라서 남자도 혼자 잘 살 수 있으니 기죽지 말고 힘내라고 한마디 해주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하루 이틀 아니고 어디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가. 혼자 살면 아무래도 남들이 얕보고 함부로 대할 게 뻔하다. 그런데다 먹는 것도 부실하고, 때맞추어 먹지도 못할 것이며, 속상하거나 상의할 일이 있어도 마음을 쉽게 열지 못하고 살 테니 마음고생은 오죽할까?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과를 딸 때는 손을 부드럽게 펴고, 위험에 처할 때는 단호하게 주먹을 불끈 쥐듯이 마음도 부드러워져서 여닫는 게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또 어항 앞에 앉았다. 금붕어가 낮잠을 자는 것 같아 일어나라고 소리쳐 보았다. 그랬더니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 듯 입을 뻐금거리며 “나도 살고 싶어, 나 좀 어떻게 해줘,"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제라도 넓은 곳으로 보내주면 오래오래 살 수 있을까? 나 좋다고 좁디좁은 수족관에 5년여 동안 가두어 놓았으니 내가 큰 죄를 진 것 같아 마음이 편하지 않다. 이제 장마와 무더위를 벗어나면서 햇살은 가을빛이 묻어난다. 아직은 삶을 유지하고 있는 금붕어 모습에 삶의 고개를 힘들게 넘고 있는 동생의 모습이 투영된다. 화초나 금붕어도 홀로 있을 때보다 둘일 때 더 아름답고 잘 자라듯, 우리는 진정 더불어 살 때 진정한 삶의 맛과 뜻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201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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