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적인 일들/최동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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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일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최동민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7월 한여름 학생들은 모두 방학을 했다. 방학을 하면 경기도 분당에 사는 외손자 황시우가 우리 집으로 내려와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나는 완주군 봉서사 입구에 조그만 농장을 마련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신바람이 나고 즐거웠다. 그런데 늦게 시작한 일이라 체계가 없고 서툰데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풀을 뽑을 겨를이 없었다. 그 사이에 풀들이 무성하게 자라서 풀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일들을 하려니 힘이 들었다.
나는 그곳에 농막과 창고를 짓기로 했다. 그곳에서 일을 하다 쉴 수도 있고, 농기구를 넣어두기도 하며, 땀이 나면 씻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그만 휴식처를 만들고 물건도 저장할 수 있는 창고를 마련하였다. 입구에는 잔디를 심고, 집 앞에는 자갈을 깔았다. 수레로 실어다 자갈을 까는 것을 본 외손자 시우가 신기했던지 수레를 끌어 보려고 했다. 처음에는 뒤뚱뒤뚱 중심을 잡지 못하더니 요령을 터득한 뒤에는 중심을 잘 잡았다. 그래서 틈만 나면 수레를 끌면서 집 둘레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저를 '수레소년'이라 불러달라고 했다. 수레소년과 같이 잔디와 자갈을 깔고 벽돌도 쌓으며 일을 하였다. 다른 애들은 일하기를 싫어할 텐데 시우는 땀을 뻘뻘 흘리며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신나게 잘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니 시우가 남다른 집착력과 인내력, 지구력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방학을 해서 시골 할머니댁과 외할머니댁으로 내려 냈다. 방학 동안에 해야 할 것들을 일과표에 적어 보내면서 내용을 확인하고 검사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영어노트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글씨를 보니 활자로 인쇄한 것처럼 또박또박 쓴 것을 보고 감탄했다. 미술을 전공한 친할머니를 닮아 글씨도 잘 쓰고 그림도 잘 그리는 것 같았다.
나는 운동을 좋아해서 팔에도 제법 근육이 있다. 내 근육을 부러워하며 운동도 좋아했다. 다리 힘이 좋아 축구교실에서는 멀리차기를 제일 잘한다고 한다. 한 번은 외삼촌이 공부하는 미국 보스톤에 간 적이 있는데 대학캠퍼스 안의 여러 시설들이 너무 좋았다. 그중에서 널따란 잔디밭에서 마음껏 공을 차는 등 날마다 공차기를 즐겼다.
나는 수학을 전공하여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다 정년퇴직을 했다. 나는 또 취미가 다양하다. 그런데 어느 날 시우가 수학학원을 다닌다고 했다. 얼마 후 계산이 복잡하고 계산기로 계산하면 너무 길어 화면에 나타나지도 않는 큰 수의 계산이나 수수께끼 같은 도형문제로 나를 시험하는 것이었다. 어렵게 생각하여 풀어내면 또 다른 문제를 제시하곤 했다. 그렇게 하고 나서 점수를 매기고 고모는 몇 점, 할머니는 몇 점, 그래도 외할아버지가 1등이라며 나를 부추겼다. 기특하기도 하고 나처럼 수학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과시하는 것도 같아 대견스러웠다. 나와 경쟁을 하듯 지금은 수학이 제일 재미있다고 한다.
최근에는 팝송과 영어공부를 열심히 한단다. 외할머니가 기타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주로 팝송으로 노래하고 반주를 넣으며 연습을 하기 때문이다. 시간만 있으면 노래를 듣거나 기타를 친다. 이렇게 하여 쉽게 팝송을 접하고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몇 번 부르지도 않았는데 외할머니의 발음도 지적하며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그 뒤로 영어를 더 열심히 공부하고 리코더로 낯익은 곡들을 들려주며 전화를 해서 부는 모습도 보여주고 자랑하는 것이 대견스러웠다.
2학년 때는 학교에서 한자를 배운다. 특히 한자에 관심이 많아 쉽게 외우고 잘 쓰는 것 같았다. 점점 수준이 높아지더니 상상할 수 없는 많은 획수로 이루어진 한자만을 골라 공부하고 익히기 시작했다. 뜻이며 획수며 부수까지 줄줄 외우는 것이었다. 항상 두툼한 옥편을 가지고 다니며 틈만 나면 한자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글씨도 초등학생 같지 않게 아주 또박또박 여간 잘 쓰는 게 아니었다.
나는 한자급수시험에서 1급을 받은 바 있다. 나와 경쟁이나 하듯 획수가 25회 이상으로 어렵고 복잡한 한자만을 골라 공부하고, 인터넷에서 문제를 뽑아 나와 친할머니, 고모에게 시험을 보게 하였다. 나 스스로 한자는 많이 알고 있다고 자부했으나 처음 보는 한자가 많아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입학 전에는 하수구에 관심이 많아 분당천에 붙어있는 하수구 번호, 용도, 관계자 등을 녹음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줄줄 외우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속으로 들어가 관찰하고 궁금한 것들을 물어가며 하수구에 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았다. 그래서 광부들이 채굴할 때 쓰는 머리에 두르는 전등과 장화 등을 사주기도 했다.
집이 다 지어지니 아들딸들이 가족과 함께 찾아 왔다. 흐뭇해하며 좋아했다. 오랜만에 가족이 다 모인 것 같았다. 그 중에 딸이 금일봉을 내 놓아 우리 내외를 즐겁게 하였다. 그리고 이번 집짓느라 돈이 많이 들었겠다면서 돈을 좀 보내주겠다고 하고 돌아갔다. 나중에 보니 많은 돈을 보내주었다. 우리 내외는 어려울 텐데 이렇게 많은 돈을 보냈느냐고 했더니 다 이런 때 쓰려고 열심히 벌었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가족들의 따뜻한 말과 정이 우리를 더욱 즐겁고 보람차게 하는 것 같다.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20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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