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IS MOBILE PAGE (~767)
WEBIS TABLET PAGE (768~991)
WEBIS DESKTOP PAGE (992~1279)
WEBIS BIG DESKTOP PAGE (1280~)

왕따와 소안/박병욱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서브비주얼

도전하는 노인, 함께하는 안골!

  • HOME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 HOME
  • 자유게시판

왕따와 소안/박병욱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06회 작성일 11-08-19 06:34

본문

왕따와 소안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가족의 일원으로서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 세상의 구성원이 되어‘우리’라는 단체와 함께 생활하게 된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항상 더불어 사는 공동생활의 대명사인‘우리’는 친구처럼 나의 주위를 맴돌며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다. 그 속에서 나는 삶을 구가한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보니‘우리’라고 하는 공동체 안에서 같이 산다고 하는 것이 그리 만만치만은 않다. 내가 관심을 가지고 어울리면서 친교를 맺고 싶은 사람들에게서 가끔 소외감을 느끼며 왕따를 당한다.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도 없어 그저 한 잔의 술로 서글픈 마음을 달래며 벙어리 냉가슴만 앓는다. 부모님께서 물려주신 나의 첫 인상은 꽤나 딱딱하고 볼품없었다. 그래서 한 때는 성형수술 등 물리적인 수단도 생각했지만, 자칫 잘못하면 변모된 얼굴로 인해 옛 친구들마저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동안 살아온 삶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누구를 원망하지도 않고‘인덕이 없으니 그러는가 보구나!’하고 자위하면서, 소일거리를 만들어 가며 외롭고 쓸쓸한 생生을 꾸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 방구석에 혼자 앉아서 우두커니 먼 산을 쳐다보고만 있던‘왕따’를 만난 일이 있었다. - 남들은 비웃을지 몰라도 아무런 이유도 없이 선입견이 나쁘다는 단 하나의 편견만으로, 고독의 멍울에 빠져보지 못한 사람은 이런 심정을 알기나할까. - ‘왕따’가 나를 보더니 무척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며칠 뒤 그‘왕따’가 나를 찾아와 인사를 하면서 친구로 사귀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나 역시 외로운 처지여서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진솔한 친구가 그리운지라, 기쁜 마음으로 그렇게 하자며 악수를 했다. 이렇게 하여 나와‘왕따’는 친구가 되었다. 퇴임 후 20여 년간 살던 옛집을 처분하고 꽤 살만한 동네로 이사를 왔다. 몇 달을 같이 지내던‘왕따’친구가 갑자기 내게 술 한 잔 사달라고 했다. 주거니 받거니 취기가 얼큰하게 몸에 밸 무렵 이 친구가 말했다. “여보게 친구야, 만날‘왕따’소리 듣기도 지겨우니 나한테 멋진 이름 하나 지어다오!”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왜 진즉 그 생각을 못했을까?’친구인 나도 ‘왕따’라고만 불렀지 이름 생각을 못한 것이 미안했다. 전부터 나는 인터넷상에서‘왜철쭉’이라는 예명을 활용했지만 문학적인 의미는 없었다. 단지 분재 때문에 붙인 이름이어서 항상 불만이었다.‘무엇이라고 할까?’이리저리 궁리를 해보았으나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한데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왕따를 따뜻하게 위로해 줄 기발한 착상이, 문득 거울 속에서 나를 쳐다보며 웃고 있지 않은가. 그 순간 번개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렇다, 웃는 얼굴로 이미지를 바꾸자. 웃을 소笑자에 얼굴 안顔자를 얹어서‘웃는 얼굴로 소안笑顔’이라 불러보았다. ‘얼마나 멋진 이름인가.’항상 좋은 이미지를 꿈꾸어 왔던 나의 소망이 한 순간에 이루어지니 반갑고 즐거웠다. 이 좋은 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친구야, 가자. 오늘은 내가 한턱 쏜다, 부어라 마셔라, 기분 좋게 취해보자.’ 갑자기 옆에 앉아 있던 낯선 문우들이 합석을 하면서, 통성명이나 하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며 악수를 청했다. “저는 웃을 笑자에 얼굴 顔자해서, 笑顔올시다!”라고 인사했더니, “그 이름 한 번 좋소이다.” 라고 했다. 취중에도 나는 기뻐서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이튿날이다. 어떻게 소문을 들었던지 전에 옆 동네에 살던‘왕따’의 단짝 친구인‘침묵’이가 찾아 왔다. 말 그대로 침묵인지라 묵묵부답이어서 잘 통하지 않아 깊게 사귀지 못한 친구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요즘은 밝은 얼굴로 내게 종종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소박하고 예쁘장한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와서 나에게 소개해주었다. 첫눈에도 차분하고 참한 백합 같은 인상이 좋았지만 별로 말이 없었다. 어쩌다 입가에 엷은 미소만 띠울 뿐 조용했다. ‘침묵’이의 친구이니 그런가 보다. 한데 그 말없는 침묵이 나에게 호감을 주면서, 궁금증이 자꾸만 쌓인 채 벌써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가슴만 애태울 뿐 눈치를 살피며 대화를 하고 싶은 마음 그지없는데 마땅한 구실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이다. 눈치가 놓아준 옆자리 빈 의자에 그녀가 앉았다. 때를 놓칠세라, 지필묵으로 쓴 자작시와 함께 윙크로 대화를 던지니 미소로 받아주었다. 순간 나의 가슴이 설레며 파문을 일으켰다. 침묵 속에 쌓여 꽁꽁 묶여 있던 말言들이 물레를 잦고 실을 뽑으며 그녀에게 연緣줄을 이어갔다. 요즘은 비교적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이다. 글을 쓰다 보니 진솔한 표심表心의 어휘가 말이 되어 친구를 찾아 웃음으로 두드리니 마음의 문들을 열어주었다. 笑顔! 그 덕분인지는 몰라도 지금은 즐겁고 활기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동안 왕따와 함께 침묵의 세월에 갇혀있던 상념들이 사색의 그늘에서 벗어나 쉴 새 없이 쏟아졌다. 글도 심心타래에서 거침없이 술술 풀려나와 전에는 며칠에 걸쳐 겨우 한 편정도의 글을 썼지만, 지금은 하루에 세 편까지도 써 보았다. 다듬을수록 꽤 읽을 만한 글들이 되니 기쁘기 한량없다. 笑顔이 시간과 더불어 글속에 스며들면서 묵은해를 녹이고, 삶의 보람과 함께 활력을 되찾으면서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맞는다. (2010. 10. 20. ~ 2011. 07. 1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FLOAT 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