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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김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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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57회 작성일 11-08-15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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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창영  사람은 누구나 어떤 것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친구를 기다리고,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애인을 기다리고, 봉급날을 기다리며 살아간다. 기다림은 희망이요 꿈이다. 백제의 석공 아사달이 석가탑을 완성하고 돌아오기만을 애틋하게 기다리는 아사녀의 기다림이 있는가하면, 과거를 보러 한양에 간 낭군을 가슴 조이며 기다리는 아내, 파수꾼이 새벽을 기리고, 주당을 기다리는 주모가 있는가하면, 우량주를 사 놓고 주가가 오르기를 기다리는 투자자가 있기도 하다. 사뭇 기다림은 아름다움이며, 사색이며, 반성이며, 회고인 것이다. 나의 천품天稟은 기다림에 있는지도 모른다. 간난 아기 때부터 배가 고파도 보채지 아니하고, 배설물을 싸고도 치워주기만을 기다리는 순동이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큰할머니께서 아기가 순하니 너무 방치한다고 꾸중을 하셨다고 들었다. 또 추운 겨울에는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 봄을 기다리는 것은 여러 가지 꽃이 피어 꽃향기에 취해보고 싶은 심정이기도 하지만 봄 처녀의 향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 여름을 기다린다. 여름을 기다리는 것은 냇가에 가서 멱을 감고, 고추잠자리도 잡으며, 시원한 정자나무 밑에서 매미 소리를 들으며 세상시름 다 잊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가을을 기다리는 것은 풍요로운 계절이 되어 올기쌀이며 홍시를 먹을 수 있고, 아름다운 단풍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 겨울을 기다리는 것은 어름판에서 수제품 스케이트로 손을 후후 불어가며 미끄럼을 타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설을 더욱 기다렸다. 설은 떡국을 먹을 수 있고 명주옷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는 명주옷은 아무나 입을 수 있는 옷이 아니었다. 할머니 어머니 고모의 노고가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명주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봄철에 누에씨에게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하게 하면 달걀에서 병아리가 깨어나듯 어린 누에가 태어난다. 어린 누에에 뽕잎을 잘게 썰어주어 한잠을 재우면 누에가 자란다. 어린 누에가 자라면 잠박에 신문지를 깔고 어린누에를 나누는 작업을 한다. 두 잠, 석 잠, 넉 잠을 자고나면 뽕잎을 거두고 누에를 짚으로 성글게 만든 곳에 올린다. 이곳에서 누에는 초가삼간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입에서 실을 뽑아 집을 튼튼하게 만든다. 고치가 단단해지면 이 고치를 따서 말려서 명주실을 뽑는 공정에 들어간다. 처마 끝에 작은 솥단지를 걸고 물을 끓여 그 속에 누에고치를 한 줌 넣으면 그 여러 개의 고치에서 굵기가 고른 실이 따라 올라 온다. 이 실을 물레로 잣아 실꾸리에 감는다. 이때 실이 다 빠져나온 뒤에 번데기를 기다리는 마음도 한갓 즐거움이다. 이 실을 마당에 말뚝을 박고 베를 날고 이 실에 풀을 먹여 잿불에 말려 도투마리에 감는다. 이때 실이 엉키지 않게 하기위해 뱁댕이를 끼어 넣는다. 이것이 베매기의 공정이다. 이 도투마리를 베틀의 앞다리 위에 올려놓고 앉을개에 앉아 허리를 바치는 부테의 끈을 말코에 걸고 날줄을 교차하게 하는 것은 용두머리에 달린 끄신게 줄을 오른발로 당기면 잉앗대가 올라가면서 날줄이 두 갈래로 벌어져 그 사이에 북이 자나가면 씨줄이 빠져나와 보디 집을 치면 한 올이 짜인다. 반대로 오른발을 놓으면 잉앗대가 내려가 날줄이 반대로 벌어질 때 북이 지나가면 또 한 올이 짜인다. 이렇게 하여 한 올 한 올 짜는 것이 베 짜기인데 베 짜는 소리는 어떻게 들으면 운치가 있기도 하지만 또 처량하게 들리기도 한다. 이렇게 힘든 베 짜기를 최명희는 다음과 같이 읊었다.(혼불2 베틀가) “인월댁은 드디어 북을 놓는다. 그리고 허리를 편다. 두두둑, 허리에서 잔뼈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갑자기 전신에 힘이 빠진다. 그네는, 오른손 주먹으로 왼쪽어깨를 힘없이 몇 번 두드려 보다가 허리를 받치고 있는 부테의 끈을 말코에서 벗긴다. 뒷목도 뻣뻣하고 다리도 나무토막처럼 굳어져서 이미 감각이 없는데, 마치 그네가 베틀에서 내려앉기를 재촉이라도 하려는 듯 닭이 홰를 친다. 벌써 세 홰째 우는 소리가 새벽을 흔든다. 용두머리 위에 놓인 바늘귀만한 등잔불이 닭이 홰치는 소리에 놀라 까무러치더니, 이윽고 다시 빛을 찾는다. 방바닥으로 내려앉은 인월댁은 그제서야 허릿골이 빠지는 것처럼 저려와 그대로 무너지듯이 드러누워 버렸다.“ 이렇게 힘든 베 짜기를 하셔서 어머니께서는 명주옷을 바늘로 한 뜸 한 뜸떠서 명절에 지어주셨다. 이 명주옷을 입고 나가면 고모들이 신랑 같다고 칭찬을 하기도 하였다. 오늘날에도 나는 많은 기다림에서 산다. 자녀들이 잘되기를 기다리고. 내가 꿈꾸는 일이 잘 되기를 기다리며 산다. 또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집을 나선다. (201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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