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을 바꾼 장학금 400원/유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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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장학금 400원
새전북신문 칼럼
▲ 유희태
우리나라는 등록금이 경제규모에 비해 높은 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 대학의 등록금 수준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 요즘 한 가정에 대학생 2명이 있으면 연간 등록금만 2,000만원이 필요하다. 대학생을 둔 부모나 대학생들은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싼 등록금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대학진학률이 90% 가까운 현실에서, 가난한 학생이라도 등록금 부담 없이 학업에 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등록금은 고사하고 교재비나 용돈이나마 스스로 벌겠다며, 학생들은 수업 이외의 모든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쏟아 붓고 있다. 더욱이 등록금까지 마련하려고,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들이 부지기수다. 그래서 실질적인 장학 혜택이 필요한 까닭이고, 더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마땅한 이유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 때 받은 400원의 장학금을 잊을 수가 없다.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절, 등록금 낼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받은 장학금 400원의 가치는 지금의 몇 억 원보다 더 값진 것이었다. 400원은 내게는 꿈과 희망이자 미래였다. 그 장학금이 장래에 내 인생을 어떻게 바꿀지 당시 후원자나 학교는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것으로 내 인생은 바뀌기 시작했다. 기업은행 평사원부터 시작하여,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부행장까지 오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전의 나처럼 누군가에게 닫힌 미래의 문을 여는 열쇠가 돼줄 수 있는 게 바로 장학금이다.
현 제도에선 기초생활수급자에게 1년에 450만원의 장학금을 준다. 모자라는 등록금과 생활비는 대출해준다지만, 빈곤층 대학생들에겐 장래에까지 빚을 짊어지고 가라는 것일 뿐이다. 장학금 신청에서도 성적 기준 등이 까다로워, 생활비 마련에 많은 시간을 써야 하는 저소득층 학생들로선 여간해선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 실제 빈곤층의 처지를 살피지 않는 시늉뿐인 장학제도로는 교육을 통해 가난을 벗어나긴 불가능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있다. 어려운 집안 자녀들의 신분 상승 기회는 사실상 교육밖에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다. 반값 등록금 공약이 처음 제기된 2006년부터 5년 동안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대학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현 정부와 집권 여당에게 있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사립대는 현원의 10% 이상 학생들의 수업료 등을 면제하되, 면제자 중 경제적 사정이 곤란한 학생 비율을 30% 이상 유지하도록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 명시돼 있지만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등록금 면제의무를 지키지 않은 대학이 수두룩하다.
대학입학 학령인구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입학할 정도로 높은 대학 진학률이 유지되면서, 전국 대학들은 지난 10년간 사립대는 60%, 국공립대는 84% 등록금 인상과 수입은 줄이고 지출은 부풀리는 뻥튀기 예산과 이월금 남기기 등으로 누적된 적립금이 수천억 원을 훌쩍 넘고 결산에서만도 수백억 원을 남긴 대학들이 많다. 등록금을 적립금으로 쌓아 2009년 기준으로 전국 149개 사립대의 누적 적립금이 총 6조9,000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기가 찰 일이다.
가계의 교육 부담을 구조적으로 덜 수 있게 대학 등록금에 세금을 매년 쏟아 붓겠다는 것을 단순히 나라 곳간을 축내는 포퓰리즘 발상으로 비판할 수는 없다. 양극화가 날로 심화하고, 저소득층일수록 고등교육 기회가 적어 빈곤의 악순환을 부르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등록금은 하위 소득자의 문제만이 아니다.
시장근본주의자들이 반값 등록금과 대학의 장학금 확대를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의식한 표를 얻겠다는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아냥거린다면 그건 대한민국 청년들의 현재와 미래에 죄를 짓는 일이다. 여야 정치권이 원칙에 충실하면서 정치적 경쟁 심리를 떠나 이 나라 백년대계를 바로 세운다는 각오 아래 ‘미친 등록금’에 허리를 펴지 못하는 학부모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대학생들의 입장에서 사회적 연대와 배려가 우선되는 치밀한 논의가 필요한 때다. 백년대계 교육은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가 큰 투자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희태 민들레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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