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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나무야, 편히 쉬어라/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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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33회 작성일 11-07-0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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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감나무야, 편히 쉬어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주간반 전주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단감나무야! 네가 우리 집에 와서 함께한 지도 30여년이 다되어가는구나. 우리가 이 집에 이사한 이듬해 봄 삼례장(三禮場)에서 너를 만나 가족으로 맞아들였지. 그 후로 너는 우리와 함께 살아오면서 오랜 세월 희로애락을 함께 했었지. 그런 네가 올봄에 눈을 뜨지 못하고 검은색 옷으로 갈아입더니 기어이 우리 곁을 떠나는구나. 오호, 통재로다. 단감나무야! 너는 우리 가족의 산 증인이었다. 너는 내 자식들 중 다섯째로서 매일 형과 누나들의 학교 다니는 모습을 보았고,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얼마나 슬퍼하였느냐? 네가 있었기에 우리 가족들은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나는 밖에서 기분이 언짢은 일이 있어도 대문에 들어서서 우람한 네 얼굴을 보면 풀리곤 했었지. 너희 형이 부모가 바라는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마다 축하의 미소를 보내 주었고, 친구와 우산을 가지고 칼싸움 놀이를 하다가 꼭지가 형의 눈을 찔러 실명할 위기에 처했을 때도 의연하게 버텨주었다. 또 누나들이 시샘할 때도 빙그레 웃기만 하였고, 엄마에게 짜증을 부릴 때도 또한 그랬었지. 또 네 형과 누나들이 모두 결혼하여 이 집에서 독립해 나갈 때도 너는 똑똑히 보면서 우리를 지켜주었다. 그리고 내가 명예롭게 직장에서 퇴직할 때도……. 단감나무야! 너는 우리에게 아름다움의 여신이었다. 봄이 되면 앙상했던 가지에 파릇파릇 눈을 뜨면서부터 우리에게 아름다움을 선사했지. 너의 푸르른 옷은 신선함을 주었고, 거실에 침입하는 햇볕을 차단해주지 않았더냐? 네 잎이 어우러져 있을 때는 우리 집 그림이 멋있다고 동네 사람들도 부러워했었단다. 너도 들어서 알 것이다. 그뿐이냐? 날마다 공급해주는 맑은 공기는 우리들의 건강을 지켜주었지. 거기에다 앞집 2층에서 내려다보는 눈도 가려주니 네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단감나무야! 네가 제공해주는 먹을거리는 우리들의 즐거움이었다. 너는 매년 9월 하순부터 우리에게 먹을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외출했다가 허기져 대문에 들어서면 네 주황색 얼굴이 나를 반겨 주었지. 자기를 먼저 선택하라고 환하게 웃는 놈을 칼로 깎아서 입에 넣으면 그 달디 단 맛이 어디 설탕에 비기랴. 허기짐과 달콤함에 두어 개 깎아 먹으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시장기가 가시곤 했었다. 우리는 너를 무척 사랑하고 좋아하였다. 또 결혼을 하여 따로 사는 형과 누나들의 가족들도 너를 좋아했었지. 지난해에는 최고로 많이 열려 네 형제 집에 한 번 보낼 때마다 60~70개씩 두 번이나 보냈단다. 우리와 이웃들이 나누어 먹은 것을 합하면 아마도 1,000여개는 되지 않았나 싶다. 너를 입에 넣은 손자 녀석들과 이웃들이 “할아버지, 감이 참 맛있어요.” “선생님 댁의 감은 유난히 달고 맛이 있어요.” 하면서 고마워했단다. 어디 시장에서 사먹는 단감들과 비교할 수 있겠느냐? 네가 부지런히 몸을 가꾸어 최고로 맛있는 과일로 탈바꿈했기 때문이었지. 내가 칭찬과 감사의 인사를 받은 것은 다 네 덕이었다. 미안하다. 단감나무야! 내가 너를 세심하게 보살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후회스럽구나. 그렇게도 추운 지난겨울에 이불이라도 덮어주었으면 그렇게 허망하게 너를 잃지는 않았을 텐데. 내 몸뚱이만 챙기느라 미처 네 생각을 못했었구나. 지금까지 우리의 친구요, 지킴이요, 위로자요, 예쁜이였는데 너를 지켜주지 못하고 부모의 도리를 못해서 참으로 미안하다. 부디 용서를 해다오. 네가 주는 것만 날름날름 받았지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아마도 가을이 될 때마다 손자들한테 핀잔을 들을 것이 뻔하다. 핀잔 듣는 것은 두렵지 않으나 너를 영영 볼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 단감나무야, 정말로 슬프구나! 벌써부터 네가 반겨주지 않는 집에 들어올 때마다 허전하여 내 어깨가 축 늘어진다. 네 아우 대봉시도 너를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풀이 죽어 있는 것 같다. 네 아우에게는 우리 곁을 떠나야하는 이유를 말해 주었을 것이다마는 말없이 나를 쳐다보는 네 아우가 얼마나 측은한지 모른다. 언제까지나 너와 함께 할 줄 알았는데……. 단감나무야, 그동안 고맙고 감사했다. 너는 언제나 우리 집의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 식구들을 보살펴 주었고, 기쁠 때는 두 팔을 벌려 춤을 추었으며, 슬픈 일이 있을 때는 의젓하게 위로해 주었지. 또 우리에게 아름다움과 맛있는 먹을거리를 만들어 주느라 얼마나 수고했느냐? 이제 모든 시름 다 잊고 하느님 곁에서 아무 걱정 말고 편히 쉬어라. 네가 그렇게 해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구나. 나도 하느님께 네가 평화의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간절한 기도를 드리마. 단감나무야, 삼가 너의 명복을 빈다. (2011.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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