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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아, 이제 그만/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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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24회 작성일 11-07-01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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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아, 이제 그만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주간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종 희 “성, 내가 모 몇 단 던져 놨는데, 봤어? 포기를 많이 잡고 때워.” 마음씨 착한 후배가 나를 보더니 잘 만났다는 듯이 하는 말이다. “응, 보았어. 고맙네.” 정말로 고마운 후배였다. 남의 농사가 잘된들 어떻고 잘못된들 어떤가? 누가 그렇게 관심을 가져줄 것인가. 그러나 우렁이가 모를 잘라먹은 자리가 많아 보기 안타까웠는지 지나가면서 모를 던져 놓은 것이다. 일주일 전에 형님과 한참을 때웠는데 물이 깊은 곳의 모를 우렁이가 또다시 잘라먹었다. 내가 올해 처음으로 농사를 짓는데, 그것도 친환경농법이다. 논에 제초제 농약을 쓰지 않고 잡초를 없애려고 우렁이를 넣었더니 이놈이 깊은 곳의 모를 사정없이 먹어치운 것이다. 지난번 모를 때우면서 보니까 우렁이란 놈이 모를 타고 올라가 제 놈의 무게로 모를 물속에 잠기게 해놓고 잘라 먹는 것이었다. 우렁이가 느리게 기어가는 모습은 보았지만 그렇게 잘라 먹는 것은 처음 보았다. 꾀가 많은 놈이었다. 우렁이는 남미나 동남아시아에서 우리나라에 들어와 친환경농법에 이용되고 있으며 해마다 이용농가가 늘어가는 추세라고 한다. 뒤늦게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내가 무식한 짓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좀더 우렁이농법에 대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입식入植했어야했는데 성급했던 것이 화근禍根이었다. 논바닥이 평평해야 하며 물을 뺀 상태에서 이앙을 하고 5~7일쯤 지나 모가 반듯하게 서고 튼튼했을 때 물을 넣고 우렁이를 넣어야 된다. 그런데 이앙 후 바로 논에 물을 대고 5일째 되는 날 우렁이를 넣었으니 얼마나 잘 먹겠는가. 우렁이는 잡식성으로 식성이 무척 좋은 놈인데 그것도 모르고 물을 깊게 댔으니 ……. 이날따라 햇볕이 쨍쨍 내리쬐어 무척 더웠다. 후배가 던져 놓은 모를 가지고 하루 중 제일 더운 시간인 오전 10시경부터 오후 3시경까지 혼자 모를 때웠다. 때웠지만 깊은 곳은 지금도 모의 줄기 끝이 조금밖에 나오지 않은 곳도 많았다. ‘이런 곳은 또다시 잘라먹겠지?’그렇지만 어쩔 것인가. 그렇다고 물을 빼버릴 수도 없고. 아내의 말대로‘우렁이를 건져내버릴까?’궁리를 해봤지만 방법이 없었다. 집에 가는대로 전문회사에 전화하여 자문을 구하기로 하고 길가에서 보기 싫은 부분만 때우고 일을 마쳤다. 점심도 거른 채 물만 먹으니 뱃속에서는 음식을 빨리 달라고 “꼬르륵”하는 신호가 들렸다. 그 소리를 무시한 채 고인 물에 겨우 손만 씻고 집으로 달렸다. 모를 때우는 동안에 아내한테 전화가 왔으나 받을 수가 없었다. 양손에 모를 들고 있는 터라 손을 씻어야하고 그러다보면 시간이 걸리니까 받을 수가 없었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간 잠시 물을 마실 때 아내에게 부재중 전화를 누르니 “왜 지금까지 안와요?” “응, 우렁이란 놈이 모를 많이 잘라먹어서 때우는 중이야. 한 시간쯤 더 걸릴 것 같아.” 점심때가 지난 아내의 걱정스런 마음이 고맙지만 일을 하다말고 갈 수가 없었다. 내 잘못으로 이런 고생을 하는 것이니 누구를 탓할 것인가. 집에 3시 반쯤 들어서니 아내가 애처로운 표정을 지으며 반겨주었다. 역시 내가 힘들 때는 가장 가까이서 함께하는 아내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샤워를 하고 나서 아내가 챙겨주는 점심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5시간 정도를 논바닥에서 걸음도 자유롭지 못한 채 힘들게 옮겨 다녀서인지 온몸이 늘어져 피로가 엄습해왔다. 그렇지만 ㅎ수필문학회 행사 때문에 누워서 쉴 수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을 먹고 친환경농법 전문회사인 S사에 전화를 걸어 상담을 하였다.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해주며 “우렁이를 건져낼까 하는 데, 어떨까요?” 하고 물었더니 상담사는 펄쩍뛰며 “안돼요. 그냥 두세요. 일부는 다시 살아날 수도 있어요.” 하면서 만류하는 것이었다. 잡초를 없애는 역할을 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내 마음은 개운치 않았다. 초보농사꾼에게 닥친 시련이려니 생각하면서 우렁이에게 간절히 빌었다. “우렁아, 제발 모는 그만 잘라 먹어라. 논바닥에 나는 풀이나 싹 먹어 치워다오.” ‘사람은 늙어 죽을 때까지 배우면서 살아간다.'는 말이 맞는가보다. 우렁이농법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될 수 있으나 기술적인 이용법이 전제되어야 한다. 차분히 준비하고 정보를 수집하여 실수 없는 농사꾼이 되어야지 싶다. 그런데 또 하나의 문제는 우렁이가 국내 토종이 아닌 외래종이라 야생에 정착할 경우 생태계를 교란시킬 수 있다고 한다. 정말로 모를 끊어 먹는 것을 보니까 짐작이 간다. 황소개구리나 블루길 베스 같은 외래종 물고기 때문에 우리나라 민물생태계가 얼마나 위협을 받고 있는가? 우렁이 생태를 면밀히 관찰하고 연구해야할 일이다. (2011.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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