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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 찾아낸 수필/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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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476회 작성일 11-06-20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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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이 찾아낸 수필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자연은 순리대로 흘러가지만 그 순리를 역행하며 사는 인간의 삶은 자연스럽지 못하다. 때때로 이성을 떠난 감정이 개입되다 보면 세상살이는 그만큼 꼬이기 마련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그러기에 감정이 지성至性을 앞지르게 되면 마음이 산란해진다. 오늘은 전주 서신동 주민센터가 주관하는 봄놀이 한마당 날이었다. 아내와 함께 가벼운 마음으로 참가하여 소양 바위섬 음식점으로 갔다. 중식 뒤 술이 한 순배 돌면서 점점 흥이 무르익었다. 대부분 노후를 보내고자 나온 분들이니 부담 없는 자리다. 노래방기기에서 흘러나오는 가락을 따라 여기저기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들을 추었다. 아내도 다른 사람들과 함께 흥겹게 놀고 있었다. 몇 곡의 노래가 흐른 뒤 나는 아내 곁으로 가서 같이 춤을 추자고 청했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파르르 성질을 내면서 옆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안이 벙벙하여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다른 분들이 자기네들도 이해를 못하겠다며 화를 풀라고 술을 권하기에 연거푸 몇 잔을 들이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따로따로 왔다. 응접실에서 둘째딸과 함께 앉아 있는 아내의 몰골도 보기 싫었다. 손바닥이 간질거렸으나 꾹 참았다. “내 앞에서 보란 듯이 다른 사람들과 웃고 춤추며 놀고서 나에게 그럴 수 있느냐? 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를 그렇게 망신시켜 놓으니 속이 후련하냐?”며 언성을 높여 한 마디 쏘아붙이고는 안방으로 들어와 문을 잠가버렸다. 잠을 못 이루는 밤이 나를 한없는 괴로움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고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아마도 예전에 불편했던 심기를 오늘 드러내면서 완전히 오기를 부렸던 것 같다. 너도 당해 봐라 하며 앙갚음을 한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아도 밖에 나가면 딱딱한 외모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기 일쑤인데, 집에서마저 식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보니 스트레스가 쌓였다. 더욱이 딸들만 둔 독고 남자이니 나는 외로운 이방인일수 밖에……. 평소 나는 미인인 아내와 더불어 즐겁고 건강하게 살고자, 춤추며 행복한 노후를 맞이하고 싶었지만 이런 식으로 나를 구박한다면 살 길이 막연하다. 전부터 나이가 들면서 ‘후회 없는 생의 마감이란 어떤 것일까’ 가끔 생각해왔었지만 이제는 결단을 해야 할까보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오랫동안 헤맸다. 내가 서야할 땅이요, 내 영혼의 안식처는 어디쯤 있을까? 사랑으로 돌아가는 길이 내겐 필요한데……. 창 너머 밤하늘의 별빛을 따라 여행을 하다 보니 나의 허상만 집안을 서성거리며 맴돌고 있을 뿐, 나는 어디에도 없다. 어떻게 헤어나야 할지 그저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 두문불출하고 방안에서 퉁소나 불며 살아야지 뾰족한 방법이 없다. 이것이 외로운 이방인이 사는 길인가? 예전에 이보다 더 힘든 때도 잘 견디며 지내왔는데 고작 이런 일로 인해 마음이 흩어져서야 될 말인가? 살다보면 이런 것도 세상살이려니 하고 마음을 누그러뜨리며 스스로 자위도 해보았다. 참자. 참아야 된다는 것을 알지만 어리석은 인간이다 보니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을 뿐이다. 아무리 부부간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할 게 아닌가? 마음을 비우고자 얼음 맥주를 연거푸 몇 잔을 들이켜도 자꾸만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이번에는 찬물에 머리를 담구고 세차게 흔들었다. 찬 기운에 잡념들이 잠시 멈칫거리더니 묘수가 떠올랐다. 글쓰기에 정신을 집중하면서 마음을 다듬자, 이것만이 유일한 활로다. 벌떡 일어나 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며 꼬리를 무는 언짢은 기억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면서, 인내의 텃밭에 불편한 마음들을 부지런히 심었다. 머릿속을 비울수록 이방인의 하소연들이 이랑 속으로 뿌리를 내리며 조금씩 평온을 되찾기 시작했다. 아내의 사랑이 가슴에 물결치며 얽히고설켰던 이방인의 성상性狀들을 모두 떨쳐 버리고 나니, 이윽고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글 틈새로 수필이 보였다. (2011. 0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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