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 타는 황혼/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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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 타는 황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건강은 인생 최대의 재산이다. 아무리 돈이 많은들 건강을 잃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노후의 건강은 즐거움이 좌우한다는 말처럼 인생을 즐기며 사는 것도 건강 유지의 한 첩경捷徑이리라.
초임으로 s방송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중 나는 척추디스크를 앓게 되었다. 처음에는 심하지 않아 통원치료를 받으며 근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중증으로 악화되어 할 수 없이 십여 년 간 정들었던 직장을 아쉽게 떠날 수밖에 없었다.
다행스럽게 수술은 하지 않고 지압으로 2년여의 치료 끝에 거의 완치가 되어 이번에는 공무원으로 다시 근무를 시작했다. 완벽한 치료를 위해 무리하지 않게 꾸준히 가벼운 운동을 하라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건강회복에 좋다고 하여 스포츠댄스를 석 달 동안 배웠으나, 막상 정면에서 쳐다보는 여자의 시선을 마주하고 손을 잡으면 떨렸다. 당장 내 발 찍기도 바쁜데다 여자까지 리드해야하니 아무래도 무리인지라 또 석 달간 재수를 했다. 그렇게 해도 자신이 없었지만 운동을 하자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지만 남자가 서툴러 같이 춤을 출 수 없다는 듯 노래 한 곡이 끝나기가 바쁘게 여자는 고개를 꾸벅하고 나갔다. 다른 여자를 잡았으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앉아서 기다리는 또 다른 여자에게 춤을 청했지만 고개만 까딱할 뿐 모른 체하니 남자의 자존심이 구겨지고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참! 운동 한번 하기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내 자신이 비참해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공무원인 내게는 아니다 싶어 그만 두기로 작정했다. 그 당시만 해도 무도장은 불순오락장으로 경찰의 단속도 심했을 뿐만 아니라, 더 무서운 일은 꽃뱀들이 설쳐서 나 같은 공직자는 한 번 잘 못 걸리면 끝장이 나는 판국이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운동을 안 하니까 디스크가 재발하였다. 할 수없이 안면 몰수하고 다시 운동을 해야지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주위의 따가운 눈총을 무릅쓰고 또 시작을 했다. 이번에는 다른 수단을 강구해야 운동이 가능하였다. 흔히들 말하는 ‘파트너’를 사귀고보니 간식에 술과 끼니까지 대접해야 했다. 이렇게 1년여 동안 하노라니 말 못할 사연들도 많았다. 그 뒤 건강이 회복된 후로는 완전히 발을 끊었다. 그게 벌써 30여 년 전의 일이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건전운동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던 스포츠댄스문화가 우리나라에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문화수준이 높아지면서 스포츠댄스는 국민건강의 일익을 담당하는 바람직하고 건전한 운동이 되었다.
요즘엔 노인회관이나 주민센터 마다 각종 시설을 갖추고 주민들에게 복지혜택을 베풀면서 건강운동의 일환으로 대중화된 스포츠 댄스 반을 운영한다. 여기에 전문 강사들이 출강하여 춤을 가르치는데, 나이가 많은 분들이 모이는 장소이니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아서 무난하다.
얼마 전 나는 컴퓨터 워드 작업으로 글을 쓰다 졸도하여 지금도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때 통감한 것은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이었다. 생각해보라, 아픈 몸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건강한 육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속담처럼, 튼튼한 체력을 유지해야 좋은 글도 쓸 수 있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의학적으로 봐서도 운동을 하는 순간만큼은 만사를 잊고 운동에만 몰두하게 되어 정신건강에 무척 좋다. 이런 차원에서 볼 때 가볍고 부담 없이 즐기는 스포츠댄스는 연로하신 분들에게 필수적인 운동이라는 인식을 새롭게 다져야 할 것이다.
누구나 각자의 취향에 따라 익히는 것이 취미생활이거늘, 퇴임 후 마땅한 소일거리를 찾아 스포츠댄스를 다시 시도해보았으나, 30여년의 세월 속에 묻혀버린 운동기능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 잊어버려 초보와 별다른 차이가 없었기에 서신주민 센터가 주관하는 실버 댄스 반에서 1년간 재수하고 나니, 그래도 완전 초보는 아닌지라 배운 대로 옛 솜씨가 조금씩 되살아나 리듬을 탈만 하다.
지금은 상대방에게 퇴짜 맞을 일은 없다. 오히려 박도 제대로 타지 못하는 억지 춘향이들의 지팡이 노릇에 내 팔다리가 혹사를 당한다. 그래서 여건이 좋은 곳으로 옮겨보니, 분위기도 좋을 뿐더러 연령대도 낮고 운동신경이 빨라 부담이 적은 지라 나에게는 안성맞춤이었다.
일일이 밝힐 수는 없지만 무도장의 춤 속엔 수많은 사연들이 얽혀 있다. 글을 쓰는 정신운동과 아울러, 쏠쏠한 재미까지 만끽할 수 있는 육체적 운동인 스포츠댄스는 노후의 바람직한 운동이요, 알맞은 오락으로 즐거운 인생살이의 한 토막을 엮어 갈 수 있어서 정말 좋다.
오늘도 나는 아내와 함께 춤을 추며 행복을 찾는다.
2010. 12. 05. ~ 2011.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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