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교실/박병욱 ess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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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교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두 바퀴 세상을 밟고 평행선을 달리는 한 사내가 있었다. 한 손에 시를 들고 다른 손에는 수필을 쥔 욕심꾸러기. 그는 필요에 따라 둘 중 하나를 염낭에 넣고 다니며 동거를 하고 있다.
오늘은 수필 따라 안골마을에 가서 낯선 글동무들을 만났다. 등단한 분도 계시고 나름대로 전문 분야에서 활동하는 분들이다. 좋은 분들과 자리를 같이 하면서 구면인 친구들의 도움으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한다.
수업이 진행되었다. 칭찬시간이라며 앉은 순서대로 발표를 했다. 첫 시간인 관계로 내 차례에서는 다음 기회로 미루었다. 그동안 살면서 무심코 넘겨 왔던 칭찬의 마음씨들을 엿보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비록 생소하게 느껴졌지만 참다운 삶을 살아가는 아름다운 황혼의 인간상을 그려주는 흐뭇한 자리였다.
다음 시간에는 나도 무엇인가 칭찬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앞섰으나 무관심으로 점철했던 나의 생애를 뒤돌아보는 좋은 기회이니 노력해야겠다.
유인물의 작품을 낭독하고 그 내용에 따라 나름대로의 느낌을 발표했다. 글의 주제와 어휘에 대한 지적 등 다양한 발언들이다. 내 차례가 돌아왔지만 이미 언급한 문제점들이 거의 동감하는 수준이어서 특별한 할 말이 없기에 재탕을 했다.
그런데 좀 색다른 점이 눈에 띄기에 자세히 살펴보니 문장의 구조였다. 대부분의 수필들이 본문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와야 할 서문이 안보였다. 또 글이 장황하게 펼쳐지면서 답답하고 여유가 없었다. 서두와 소 단락의 활용, 이 부분을 짚으며 한마디 거드니 대체로 수긍하는 표정들이었다.
이곳 강의를 들으면서 수필을 좀더 심도 있게 다루는 면면을 보았다. 전부터 글쓰기 책을 보면서 나름대로 공부를 해보고 싶었는데 우선 차분하게 수업의 흐름을 익히면서 동참하고 싶다. 그렇지만 경험이 풍부한 분들의 모임에 내가 들어설 자리가 있을까. 가슴에 맴도는 궁금증은 차차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기에 이제부터라도 본격적으로 수필공부를 해보자고 마음을 다졌다.
오늘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강의실을 나오니 밝고 맑은 하늘이 나를 반겼다.
밖에서 기다리던 동료가 이번에는 제3강의실로 가잔다. 이것은 또 무슨 말인가? 영문도 모르고 일행들을 따라 병천순대집으로 들어가 미리 와 계시는 회원들과 합석하면서 어울림 마당이 이어졌다.
화기애애한 대화 속에 13분의 수강생들이 지도교수님을 모시고 갖는 대화의 광장이었다. 뚝배기 순댓국과 텁텁한 막걸리 한 사발에 강의실은 온통 수필 도가니탕이 되었다. 알싸한 갓김치 맛에 곁들인 주모들의 눈웃음 꼬리탕과 얼큰한 강연과 가슴을 열고 달구어진 흥은 수강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술잔이 돌면서 분위기가 익어 갈 무렵 어떤 회원이 갑자기 문턱 높은 발언을 했다. 文턱인가 아니면 門턱인가? 유유히 흐르는 수필의 일엽주一葉酒는 좀더 시간을 갖고 기다리라고 했다. 세월이 약이니 훗날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병천순댓집에서 듣는 제3강의, 나에게 다가온 그 강의의 의미는 나를 깊은 상념에 몰입하게 했다. 앞으로 나의 진로를 가늠하면서…….
(2011. 04.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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