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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갯잇/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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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58회 작성일 11-05-27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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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갯잇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지구상 모든 사람이 정상인이라면 누구나 잠을 잔다.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피로할 때 가장 먼저 우리 몸을 보호해주는 게 잠이다. 잠으로 건강을 회복하며 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그 잠의 필수품이 베개다. 베개는 종류도 많고 그 형태나 재질이 천태만상이다. 베개는 철따라 선호도가 변한다. 한여름에는 죽침이나 도자기 또는 물베개 같은 시원한 베개가 주로 이용된다. 그런가하면 겨울에는 푹신하고 부드러우며 따뜻한 베개를 찾는다. 또 이용자들의 성격에 따라 넓은 것을 택하거나 좁은 것을 좋아하는 등 베개에 관한 취향도 다양하다. 요즘에는 누구나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쓴다. 그래서 찜질방에 가면 비교적 딱딱한 목침들을 볼 수 있다. 또 '고침단명(高枕短命)'이란 사자성어가 생길 정도로 높낮이도 많이 가린다. 이것이 잘못되면 자고나서 목이 뻣뻣해져 한동안 불편을 겪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몸이 좋지 않을 때는 자면서 흉몽을 꾸기도 한다. 이때는 ‘가위눌렸다’해서 베개 밑에 가위를 넣고 자는 우리 고유의 관습도 있다. 결국 몸에 잘 맞는 베개를 베어야 숙면을 하고 바람직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수면은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베개는 사람들의 낯을 많이 탄다. 베개의 대용품 또한 갖가지다. 팔을 베고 자는 사람, 사랑하는 연인의 무릎을 베고 자는 사람, 잠에 취해 무의식중에 옆 사람의 허리나 팔을 베고 자는 사람도 있다. 또 술에 곯아떨어져 베개 없이 그냥 자는 사람 등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이렇게 우리 주위에서 흔히 쓰이는 이 베개가 나에게는 색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베개는 속과 외피 즉 베갯잇으로 이루어져 있다. 외피가 좀 더러워지면 빨아서 다시 사용한다. 나는 베개가 없으면 잠을 못 자는데도 잠만 자려면 신경이 쓰인다. 문제는 이 베갯잇 때문이다. 젊어서부터 나 자신도 귀찮을 정도로 머리숱이 유난히 많았다. 밖에서 활동하다 집에 오면 먼저 긁적거리는 것이 머리다. 그러니 머리를 남들보다 두 배나 자주 손질을 한다. 이것이 바로 베갯잇과도 연결된다. 식구들의 베갯잇은 깨끗하고 멀쩡한데 유독 내 베갯잇은 쉽게 더럽혀진다. 머리를 자주 감고 빗질을 자주하는데도 그렇다. 옆에서 같이 생활하는 아내에게 머리 좀 자주 감으라고 수시로 잔소리를 듣는다. 참 기막힐 노릇이다. 나는 열심히 머리를 감는데도 그런 말을 듣는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나는 비법을 강구했다. 베갯잇 위에 한 겹을 더 입힌다. 수건 한 장을 덮어씌우니 이 문제가 간단히 해결되었다. 이러면서 여러 해 살다보니 수건에 여유가 없었다. 또 다른 방법을 찾아 보았다. 집에서 평상복을 입고 활동하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따라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낮잠을 한 소금 잘 요량으로 수건을 찾으니 안보였다. 그래서 수건대신 실내복 상의를 벗어 깔고 자니 자연스럽고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었다. 옷이야 한두 번 입고나면 무조건 빨아야 하니 이만하면 최상의 방법이 아니겠는가. 요즘은 베갯잇 때문에 아내의 볼멘소리도 듣지 않으니 신간이 편하다. 글을 쓰다가 글맥이 흐려지면 일단은 침대 베갯머리에 의지한다. 비록 한 밤중일지라도 잠결에 얼핏 어떤 생각이 스치면 놓칠세라 벌떡 일어난다. 맑은 정신을 가다듬어 책상에 앉아 떠오르는 그 상념들을 이끌어 낸다. 신경이 쓰이고 나를 불편하게 했던 하찮은 베갯잇에서 벗어나 이처럼 재미있고 유익한 시간을 음미한다. 생활 주변에서 무심코 평범하게 넘어가는 일상사日常事의 한 부분인 베갯잇. 덕분에 즐겁고 감사한 마음으로 오늘 하루해를 넘긴다. (2011.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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