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통영항/양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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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통영항(港)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양희선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오랜만에 통영에 와보니 어찌나 많이 변했던지 감회가 새로웠다. 딸이 이곳으로 시집와서 살고 있을 때, 옥상에서 바라보던 통영 앞바다에는 고깃배가 둥둥 떠 있었다. 철석거리는 파도에 밀려왔던 파란 물결이 하얗게 부서져 흩어지고, 해풍에 실린 비릿한 냄새가 옥상까지 풍겼었다. 부둣가에 앉아 어망을 손질하던 어부들의 모습이 한눈에 가득 들어왔었다.
그때 보았던 바다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 바다가 육지가 되어 고층빌딩이 숲을 이룬 번화한 거리로 변했다. 새만금처럼 바다를 메워 육지를 만들었다. 새 터전에 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통영경제권의 중심지인 신시가지로 조성되어 활기가 넘치고 있었다.
어느 항구보다 미항인 통영 앞바다의 아름다운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철석거리는 바닷물소리, 부서지는 하얀 안개비가 무지갯빛 수를 놓는다. 언제보아도 넓은 바다는 가슴이 탁 트여 시원하다. 여객선은 쪽빛 물살을 가르며 비진도, 한산도, 해금강으로 여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임진왜란 때 한산섬 앞바다는 지형과 해로에 익숙한 이순신 장군이 적절한 전술전략과 거북선으로 일본군을 크게 물리쳤던 역사적 승전의 현장이다.
세계3대 미항인 호주의 시드니, 이탈리아의 나폴리,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아름다운 항구다. 세계3대 미항 못지않은 청정해역인 통영 앞바다는 아름다운 풍광이 매혹적이다. 배를 타고 해금강을 바라보면 빼어난 절경이 금강산 같다하여 해금강이라 한다. 케이블카를 타는 재미와 대마도가 보인다는 호기심으로 미륵산 정상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통영시관광개발공사는 해발 461m의 미륵산 정상에 관광용 케이블카를 설치하였다. 국내에서 제일 긴 1,975m의 길이로 설치할 때부터 바람이 많은 입지적 여건과 산이 높고 거리가 멀어 케이블카를 운행하기엔 위험이 따른다는 문제점이 있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단다. 말썽 많은 자식이 훗날 효자노릇을 한다는 말처럼 그 케이블카는 오늘날 통영시의 인기효자상품으로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는 한산도까지 케이블카를 설치할 꿈에 부풀어 있다.
시간이 남아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밀려든 자동차들로 주차할 곳이 없었다.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주변을 메워 주차장이 되었다. 주말이라 사람들로 붐벼 관광지라는 실감이 났다. 앞뜰에서는 가수들의 노랫소리가 흥을 돋우고 있었다. 오후 4시쯤 매표소에는 ‘매진되었음’이란 푯말이 나붙어 있었다. 나이 들어 딱해보였는지 반환 표 2장을 내밀면서 바로 입장하라고 했다. 함께 온 아들은 타지 못하고 밖에서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분은 2시간을 기다렸다면서 즐거운 기색이었다. 하루 만 명을 수용한다니 엄청났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을 향해 경사진 곳을 오를 때 행여 흔들려 어지럽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그러나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자동차를 탄 것처럼 편안했다. 정상까지 10분쯤 올라갔다. 미륵산 정상에 올라 통영앞바다를 내려다보니 아스라이 보이는 먼 산, 산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바다를 감싸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싼 쪽빛바다에 섬들이 산처럼 보였다. 고깃배가 물살을 가르며 미끄러지듯 섬 사이로 지나간다. 양식장도 눈에 띈다. 어제도 오늘도 그 자리에 떠있는 큰 배는 무슨 임무를 수행하는 걸까? 바닷가에 옹기종기 어우러진 아담한 통영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생물을 다루는 통영사람들은 손이 열 개라도 모자랄 만큼 신선도를 유지하려고 바쁜 일손을 놀리고 있었다.
시내 중심가를 벗어나 호젓한 곳에 자리한 ‘클럽 이 에스’ 란 콘도에 숙소를 잡았다.
산을 깎지 않고 지리적 여건에 따라 층수를 낮게 하여 숲속의 요람처럼 아담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거스르지 않아 토목공학분야 우수상을 받은 콘도란다. 아침 일찍 남편과 딸과 함께 오순도순 숲속의 산책길을 걸었다. 솔숲이 우거져 솔 냄새가 향기로웠다. 나무가 우거진 틈새로 보인 푸른 바다가 산과 어우러져 그림 같았다. 가파르지 않는 정상에 올라가 막 솟아오르는 햇살을 보니 더할 나위 없이 기분이 상쾌했다.
어버이날과 남편생일을 맞아 통영에서 사업을 하는 심 서방의 초청으로 우리 부부와 서울에서 딸과 큰아들과 막내손녀가 왔다. 마침 독일에서 사는 둘째아들이 사업차 창원에 내려와 있어서 우리 자녀 3남매가 모두 모인 뜻 깊은 자리였다. 바쁘게 사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시간을 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동기간도 장성하면 자기 생활에 쫓겨 서로 만나볼 여유가 없다. 부모를 위해 어렵게 짬을 내어 통영시내 일식집에서 만났다. 막 잡아 올린 싱싱한 돌돔의 고소하고 쫄깃한 맛은 바닷가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일미였다. 융숭한 대접을 받았는데 선물도 챙겨주고 용돈까지 듬뿍 주니 고맙기 이를 데 없었다. 자식을 낳아 기른 재미를 늘그막에야 보는 것 같아 기뻤다. 우리 자녀들이 원하는 모든 일이 다 이루어지고 크게 성공하길 바란다.
(2011.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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