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의 세상살이/박병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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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의 세상살이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박 병 욱
태초부터 ‘끼’라는 것은 있었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에나 존재했다. 그때는 ‘끼’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에 모르고 지나쳤을 뿐이다. 그러다 고대 로마의 클레오파트라 염문 덕에 좀더 현실적인 느낌으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사람은 누구나 나름대로의 ‘끼’를 가지고 있다. 그 ‘끼’가 잘 이루어지면 인지도가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널리 보급되고 여러 사람들의 호응을 얻는다. 그러나 좋지 못한 ‘끼’는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으며 외면을 당한다. 인간의 재능을 먹고 사는 것이 ‘끼’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이 '바람 끼'다. 이 세상에 건강한 남자치고 여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일전에 내가 거래하는 은행 창구여직원이 남자고객과의 대화중 그녀의 눈빛과 얼굴 표정에서 애인을 구하는 광고를 읽은 일이 있다. 미혼이니 그런 모양이었다. 그런데 얼마 전 이웃에 사는 어떤 유부녀의 차림새에서 첫 눈에도 분명한 ‘끼’를 보았다. 의외였다. 남녀를 불문하고 꼬리치는 ‘끼’는 모두 똑같다.
실은 나도 연애를 한다. 내 마음속의 그녀와 밤마다 수수께끼 놀이를 한다. 침묵의 그녀. 침묵의 저 편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심정心情에 따라 떠오르는 글귀들은 글을 쓰는 소재의 샘[井]이다.
며칠 전 “우리 모두 창작의 주인들”이라는 소설가, 서울대 우한용 교수의 글을 읽은 바 있다. 소주제 중에 ‘연애편지는 창작의 요람’이라는 대목이 나왔다. 맞는 말이다. '바람 끼'가 연출하는 장르는 각양각색이다.
직장생활 중 나는 가끔 등산을 다녔다. 그러다 산에서 일행도 없이 다리 통증으로 걷지 못하고 혼자 힘들어하는 여자 등산객을 만난 일이 있었다. 이리저리 힘들게 부축하면서 무사히 하산시켜 준 것이 인연이 되어, 그녀가 고마움을 시로 적어 메일로 보내주었다. 답장삼아 덩달아 나도 시를 썼다. 시의 느낌도 시어도 모를 때였다. 그냥 방송 대본을 써본 경험으로 시를 써서 답장을 보냈다.
그런데 우연찮게도 음악을 듣고 등산을 하는 등 취미가 같았다. 그러자니 오가는 글들이 ‘끼’의 시심詩心과 어울려 사색의 파노라마를 그렸다. 이것이 오늘날 나의 글쓰기 시조始祖인 것이다. 잊지 못할 추억이 담긴 30여 편의 시들이 모아졌다. 그런데 아쉽게도 컴퓨터 바이러스 때문에 몽땅 날아가 버렸다.
지금은 나이 탓에 가끔 돋보기와 보청기를 착용한다. 그 뒤로 이상하게도 주변의 생활상들이 눈에 띄게 잘 들어왔다. 글의 소재들이 심성에 잠긴다. 이것들이 시詩 타래에서 서서히 풀려 나오면서 시구詩球를 굴려가며 글을 뿌려 놓는다.
나의 경우 글은 쓰는 감각이 매우 중요하다. 그 감각이 바로 ‘끼’다. 종류와 쓰임새만 다를 뿐 ‘끼’는 이현령비현령이다. 요즘은 어떤 ‘끼’라도 뛰어나기만 하면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 부러운 시선을 받는다. 특히 연예인들의 ‘끼’는 유별나다. 그러기에 ‘끼’ 관리의 잘잘못에 따라 성공과 실패의 기상도가 바뀐다.
누구에게나 평생 세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한다. 그중 단 한 번의 기회라도 잘 포착하여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바람[所願] 끼’는 우리들에게 웃음으로 보답할 것이다.
2년 전 나는 그 세 번째 중 마지막 ‘바람 끼’를 천신만고 끝에 붙잡았다. 그 때문에 내 여생餘生에 돌연변이가 생겼다. 항상 불안했던 마음을 우여곡절 끝에 청산하고 살맛나는 터를 마련한 것이다. 이 모두가 다 ‘끼’의 산물이다. 각 개개인마다 잠재되어 있는 ‘끼’와 타고난 소질을 잘 조화시켜 ‘바람직한 끼’를 계발하는 것도 성공의 지름길이 아닐까.
(2010. 12.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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