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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나라, 타이완/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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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74회 작성일 11-04-19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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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나라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신구 분단의 슬픔 속에서 가슴앓이를 하는 나라가 몇이나 되랴? 우리 민족은 오랜 분단의 아픔으로 가슴이 쓰리고 속이 상하며 한숨만 나온다. 기린 친목회는 유독 우리와 처지가 같은 분단(?)의 타이완에 못가 본 회원이 많다고 해서 그곳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여행 가방을 닫고 손으로 쓱 문질렀는데, 또 넣을 물건이 있다고 해서 다시 열려니 열리지 않았다. 새로 산 가방의 비밀 번호도 모르고 그냥 잠근 것이 화근이었다. 진땀나는 실랑이를 벌이다가 시간 때문에 그만 인천국제공항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여권도, 용돈도 그 주머니에 넣었는데…….’ 일행은 “가방 속 여권을 잘 모시고 다녀 올 터이니 몸도 편치 못한 것 같으니 집에 가서 쉬지 그려.” 하고 농담을 건넸다. 공항에 도착하여 파란만장한 열쇠에 대한 근심을 털어내고 나니 긴장이 풀린 탓인가, 목이 칼칼하고 맹맹이 코에 자꾸 눈이 감겼다. 지끈지끈 골치가 아프고 코가 근질근질하였다. 마음은 조급한데 감기까지 극성이었다. 약을 사먹고 어쩌다 보니, 미아가 된 나는 겨우겨우 일행과 합류할 수 있었다. 우리가 탑승한 중화항공 747기는 2시간이 지나 타이완 도원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래도 시차(時差) 때문에 한 시간은 더 산 셈이란다. 아열대지역인 상하(常夏)의 고장 타이완, 기온과 계절의 변화가 없어 일년 내내 낙엽을 볼 수 없는 곳이다. 마중 나온 가이드(안내)를 따라 짐도 풀지 않고, 세계 4대 박물관이라는 ‘국립고궁박물관’을 찾았다. 신석기, 청동기문화부터 가까이 청(淸)대에 이르기까지 8천여 년 67만 점의 유물과 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박물관이다. 국공(國共)내전으로, 중국의 다(多)민족, 20여 국가의 흥망성쇠를 겪은 유물을 중국본토에서 타이완으로 옮겨와 타이페이고궁박물관에 순환 전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서화, 도서문헌, 유물을 순환 전시하고 있지만, 전문가가 아닌 우리 일행이 그 진가를 어찌 알랴! 다만 전시공간에 테마별로 의미와 이름을 붙인 동종명문(銅鐘銘文-漢字 源流展), 천인의 합창(玉石 昆蟲에 새긴 東坡詩), 배추 비취, 상장옥(喪葬玉 9孔) 등, 명장(名匠)이 2-3대를 이어 100여년에 걸쳐 남긴 섬세한 글과 조각(木, 竹, 果核, 象牙), 그림, 옥석공예는 경탄을 자아낼 만하였다. 특히 고대에 황제가 어린 왕세자를 남기고 서거하자 조정 중신들이 집정하면서 짝(便)을 짓지도 말고, 그렇다고 한편으로 기울지 말도록, 세 발 달린 솥을 주조하고 그 속에 선황의 통치철학과 치세방법을 새겨 넣고, 세자가 집정하면 참고하도록 했다는 모공정(毛公鼎) 이야기를 들으며 첫 날 관광을 마쳤다. 좁쌀 같이 작은 보석과 청동기, 돋보기로 살펴야 할 작은 글씨로 수많은 명언을 몇 대에 걸쳐 새긴 끈기와 장인 정신, 상상을 초월하는 웅장함과 정밀함, 꼭 미래의 외계인 작품이 아닌가 착각하며 인간의 경이로운 재능과 무한한 가능성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이곳의 분위기는 생각과 달리 막상 와서 보니 너무나 다른 것 같았다. 일본제국주의의 50년 통치를 받았다는 데 대다수 주민은 친일적이었다. 중국본토와 대립하고 살면서도 전혀 위협을 느끼지 않은 채 자유자재로 교류하고 있어서 부러웠다. 우리와는 왜 그리도 다른 상황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답을 찾질 못했다. 고속 열차로 2시간을 넘게 달려 아미족의 민속 쇼를 참관하고 험준한 계곡을 깎아 개통했다는 동서협곡 타이루꺼(太魯閣) 입구인 화련(花蓮)에 닿았다. 타이완에서 가장 경이로운 자연의 산물인 태로각 협곡은 험준한 산맥이 가로막혀 불가능하다는 동서횡단도로를 개통하고자 죄수와 군인들이 공사에 동원되어 낙석과 추락으로 수천 명의 희생을 무릅쓰고 이룩한 경이로운 협곡도로라고 했다. 삼국지(三國志)에서 수천수백 명의 목숨을 희생해 가며 천길 낭떠러지를 통과하여 적진을 돌파하는 장면이 연상되는 지형이었다. 대리석과 화강암 산이 강의 침식으로, 좁은 협곡을 이룬 지형이었다. 하늘을 찌를 듯 깎아지른 산 사이로, 안개 서린 산자락 절벽의 폭포 사이로는 정자와 탑들이 어른거리는데, 나무 등걸에 붙어있는 매미 같은 버스가, 수백 미터 아래로 흐르는 강을 따라, 수십미터 높이의 대리석기둥이 솟은 좁은 길과 터널을 지나 19㎞를 아슬아슬하게 기어갔다. 저 멀리 희생된 200여 혼을 모신 장춘사를 뒤로 허연 물 앙금이 얼룩져 흐르는 협곡에 이르니 물소리인가 바람소리인가, 아니면 관광객의 탄성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희생된 영혼들의 함성인가? 메아리로 들리는 그 소리를 뒤로 하고 초인적인 공사와 오묘한 자연을 보면서, 버스는 구불구불 협곡을 달렸다. 혹시 지구가 외계인이 사는 다른 혹성이 아니었나 하는 착각 속에서, 희생된 영령의 명복을 빌며 깎아지른 도로와 터널을 돌고 돌아 타이루꺼 협곡을 빠져나오고 있었다. 사람은 지고지상의 고귀한 존재인데 아무리 인구가 많다고 해도 수많은 희생을 치르며, 불가사의한 일을 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달리는 버스 속에서 이 이야기 저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기륭의 해안가에 닿았다. 누군가 “야, 해변에 버섯이 솟았네!” “아냐, 꼭 외계인이 타고 온 비행접시 같은 데?” 이에루(野柳)의 해양공원에 도착한 것이다. 백사장에는 여기저기 거대한 바위 버섯이 솟아있었다. 이는 수천만 년 전부터 석회질 사암의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기암괴석으로, 암층이 해수면 위로 돌출되어 밤낮으로 해수의 침식을 받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암층의 결핵이 천천히 드러나게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 다시 바람과 햇볕, 빗물과 파도 및 동북 계절풍의 영향을 받아 목이 없거나 목이 굵은 버섯 바위가 형성되어 그 모습이 마치 하늘을 받치는 비행접시 모양으로 1,700미터에 걸쳐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 풍상에 닦고 깎여 여왕머리, 촛대모양, 벌집모양 등 180여 천연조형물로 변모하여 해변에 전시되고 있었다. 몰려든 관광객들은 백사장에 들어서면서 자연의 오묘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였다. 자연의 조화에 감탄하며, 그중에서도 마음속에 각인된 정교하고 아름다운 여왕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이 기괴한 자연경관을 잘 보존하여 후손들에게 전해 주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침식작용이 계속되어, 언제인가는 상황도 변하고 그 여왕의 머리도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기우(杞憂)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외계의 해안을 떠나왔다. (2011. 04.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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