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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는 나의 동반자/한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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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55회 작성일 09-08-1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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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는 나의 동반자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한일신 왠지 허전했다. 왜 그러지? 아! 모자를 안 썼구나. 다시 아파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썬캡 모자를 쓰고 나오니 그제야 떠날 차비가 다 된 듯 발걸음이 가볍고 든든했다. 특별한 외출 때는 파라솔을 챙긴다. 오래전 병원에서 실습할 때의 일이었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8명이 퇴근하려는데 어인 일인지 내 파라솔이 보이지 않았다. 퇴근을 못하고 허둥대는 나에게 ‘잘 찾아봐!’ 하는 말만 남기고 다들 가버렸다. 이리저리 둘러보았지만 놓아둔 곳에 없는데 어디에 있을 것인가. 답답했다. 하루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와 고개를 푹 숙이고 터벅터벅 집으로 향했다. 어디로 갔을까? 손발이 없으니 혼자서는 달아날 수 없을 것이고. 아무래도 오늘 아침 내 파라솔이 좋다며 이것저것 물어보는 친구에게, 자외선 차단이 되어 값이 좀 나간다고 자랑한 것이 화근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날 이후 나는 파라솔을 새로 사면서 아예 비싼 제품은 피하고 중간가격제품을 샀다. 그래야 잊어버려도 오늘보다 덜 서운할 것 같아서였다. 언제인가 나는 다방에서 차를 마시고 먼저 찻값을 지급하려고 서두르다 파라솔을 놓고 나온 일이 있다. 중간 정도의 가격이었지만 서운한 건 매 한가지였다. 그러고 보면 서운함이란 꼭 가격에 비례하는 것만은 아닌 듯했다. 아무래도 정이 더 문제인 것 같았다. 허나 정이 어찌 물건뿐이랴. 나는 이마의 주름이 늘 마음에 걸렸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주름에 좋다는 기능성 화장품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피부에 따가움이 있어서 다시는 쓰지 않으려고 버렸는데 그게 심각한 부작용의 요인이 될 줄이야……. 처음엔 한 3-4일 화장을 안 하다가 피부과 진료를 받았다. 그랬더니 감쪽같이 사라져서 마음 놓고 화장을 했더니 다시 재발했다. 아뿔싸! 다시는 얼굴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기로 결심했지만 이젠 그런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차차 홍역을 치르는 아이처럼 얼굴에 열꽃이 피며 울긋불긋 발진이 돋아나고 가려웠다. 약을 먹어도 먹을 때뿐이고 중단하면 다시 도졌다. 가려움을 견디기 힘들어 한겨울에도 차가운 셀라인 거즈로 얼굴을 덮고 누워서 가려움을 재우노라면 잠은 확 도망갔다. 먹고 싶던 음식도 가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도 제한했다. 철저히 고립된 내 삶은 무척 외롭고 하루하루가 지겨웠다. 이 병원, 저 병원 다녔지만 결국 주사(모낭염)라는 병명으로 치료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피부과 의사가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없다고 했지만 거울 속의 나를 보면 참으로 답답하고 한심했다. 미(美)가 완전히 구겨진 나의 모습은 삶의 가치를 완전히 잃어버린 듯 슬픔만이 내 가슴을 후비며 짓눌렀다. 약만 가지고는 안 되겠다 싶어 마음을 다잡고 여러 자료를 뒤져 보았다. 피부에 좋다는 연어와 토마토 부로컬리 등을 아낌없이 사다 꾸준히 먹었다. 가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우울한 마음을 삭이기도 했다. 이렇게 한 3년 씨름하다보니 어느 정도 수그러들었다. 퇴직 후 조심스럽게 사용한 배비용 스킨로션이 허용되어 차츰 가벼운 화장으로 이어졌다. 오랜만에 빛깔 고운 옷을 입고 외출했던 날! 예뻐졌다는 말을 듣고 너무 좋아 화장실에 가서 몰래몰래 거울을 꺼내보면 거울에 비친 나의 모습은 행복한 미소로 가득 찼다. 휴~ 이 얼마나 기다린 오늘이던가. 그동안 자책했던 후회와 분노가 안개 걷히듯 사라지고 오직 감사함만이 온몸을 휘감았다. 얼굴이 아프기 전엔 모자에 별로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은 모자가 여러 개 있다, 차 속에 2개는 기본이고, 배낭과 외출 가방에도 넣어놓거나 아예 매달아 놓았다. 의사가 햇빛을 주의하라고 했기 때문이다. 한 번 머리에 쓰면 혼자서도 제 몫을 다해주니 정말 고맙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나의 친구이자 보호자인 셈이다. 이제 모자는 나의 동반자가 되었다. 바람이나 햇빛으로부터 피부를 차단해 주는 건 물론, 때로 우울하거나 쓸쓸하여 거리를 방황할 때도 썬캡의 차양을 아래로 확 내리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된다. 깊은 사색의 시간에도 나와 늘 함께하는 소중한 벗이요, 둘도 없는 나들이의 동반자가 바로 내 모자다. ( 2009. 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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