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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내 순대집/김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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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85회 작성일 09-08-14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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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내 순대집♣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세명 모래내시장 큰길가에 늘어선 노점상을 지나면 오래된 순대집이 있다. 예전에 냇물이 흐르던 곳을 복개하여 차와 사람이 왕래하는 시장 도로가에 순대집간판과 함께 허름한 유리 문짝에 붉은 페인트로 '순대 전문'이란 안내문이 씌어있다. 입구에서는 항상 순대를 삶는 구수한 냄새를 내뿜는 큼직한 솥이 오히려 더 손님을 끄는 집이다. 손잡이가 번질거리는 미닫이 출입문을 밀치고 들어서면, 역시 기름때가 밴 나무탁자와 의자들이 시설의 전부인데, 입구 큰솥에서는 항상 순대와 내장이 끓고 있고, 선반에는 삶은 돼지머리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돼지머리에는 썰어 판 흔적으로 참혹해진 형상일 때도 있지만, 아직 손을 타지 않아 온전할 때에는 말쑥한 돼지낯짝이 살짝 눈웃음까지 치고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덩달아 미소를 금치 못하게 하기도 한다. 뚱뚱한 몸매에 후덕하고 수더분한 주모는 누구에게나 호감을 준다. 가끔 남편인 듯 거무튀튀한 남자는 중국집 주인처럼 바쁘게 내장을 대주고 손질해 주기에 바쁘다. 퇴근 무렵에는 퇴근주를 마시러 몰려들어 왁자지껄하다. 나도 친구들과 어울려 한 십년 가까이 드나든 터라 대부분의 손님들과 안면이 있다. 술이 거나해지면 모두가 허물없는 친구가 되어 세상사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저 돼지 눈웃음치는 상판 좀 보게. 꼭 쥔(주인) 소싯적 같네 그랴." 부실한 치아 때문에 입에 든 머릿고기가 부담스러워하는 노인이다. "징게 맹게 들녘은 아니지만 촌에는 폐농하고 보상을 받고 묵힌댜! 묵히면 마지기당 쌀 두 가마 값을 정부에서 주는디 넘 주면 반 가마 준다니 누가 농사를 짓겠능가?" 이렇게 갑론을박이 한창일 때 노인이 바튼 기침을 하며 나섰다. "논 농사 보상금을 농사도 짓지않는 논 주인인 공무원이 타가고 실지 농사짓는 농민은 못타니 누가 농사 지려 하겠는가? 촌에는 애 우는 소리가 그치고 노인들만 사니 인제 지방은 죽는당깨." "시방 자네들 먼 야기들을 한당가? 사람 잘 못 뽑아 놓고 그런 소리 할께 멋이 있남! 나라 고르게 발전시키려 해도 못하게 깽판 놓던 당이 정권 잡응개 노무현이 자살한거여! 이젠 서울사람 아님 살 수 없당개." 좌중에서 연장자인 듯 위엄이 있는 노인이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없고 장사꾼도 큰마트가 생겨 장사도 이문이 없으니 문을 닫제, 도무지 해먹고 살 것이 없으니 큰 일이제! 전에는 농사가 큰일인데 농사 일자리가 없고, 農者 天下之大本이라지만 먹고 사는 게 큰일인데 그 일을 못하니 이제 뭣을 한당가? 그야 수출을 하려니 수입도 해야하고, 수입은 대부분 농축산물이라 값싼 중국산과 미국 쇠고기, 칠레산 해산물이 들어오니 농어민이 피해를 보는 건 당연하지. 전라도는 옛날부터 농도라 가장 피해가 크지만 그 사정을 알아주는 사람을 잘 뽑아야제!" 순대집의 선반에 얹혀잇는 희멀쑥한 돼지머리가 노인들의 대화를 들었는지 빙긋이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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