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이의민
페이지 정보

본문
꽃샘추위
전주안골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우리 대한민국은 사계절이 또렷한 금수강산의 나라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봄이 왔는가 하면 바로 여름이고 가을이 왔는가 하면 잠깐사이에 겨울로 들어선다. 옛날엔 삼한사온(三寒四溫)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것도 없어지고 삼한사혹한(三寒四惑寒)이 되었다. 우수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 했는데도 요즘 꽃샘추위가 극성을 부린다.
경칩이 내일모렌데 날씨가 영하로 곤두박질하여 꽃 피는 걸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한창 힘을 쓴다. 사람들은 조금만 추우면 춥다고 난리고, 더우면 덥다고 호들갑을 떤다.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봄을 맞는 자연은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저 할 일만 묵묵히 하면서 설중매도 피운다. 늘 운동을 다니는 산책길 양지 바른 곳에는 벌써부터 야생초들의 파릇파릇한 새싹이 올라오고 매화도 꽃망울이 부풀어 금방 터질 듯이 방긋 웃고 있다. 언 땅속에 몸을 박고 그 추운 겨울을 견뎌 온 생명력을 보면서 새봄, 새날, 새아침이 왔음을 실감나게 보여준다.
춘래불사출(春來不似春)이라던가? 봄이 왔건만 봄 같지 않다는 뜻이다. 포근하고 화창한 날이 며칠 계속되다가 느닷없이 한 차례 함박눈이 쏟아지는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봄은 왔건만 기온이 곤두박질하여 혹한의 꽃샘추위에 몸은 오그라들지만 마음은 설렌다. 벌써 봄이 시작됐음을 알려준다. 봄을 맞는 자연의 모습은 의연하고 겨우내 꽁꽁 얼었던 나뭇가지에는 연두색 새순이 돋아나고 어느덧 줄기 끝에는 분홍 꽃망울이 팥알만하게 맺혀있다. 앙상한 가지와 줄기에서 새근새근 숨을 몰아쉬며 봄을 맞는 소리가 들린다. 옆 잡목 숲 속에서는 남쪽나라에서 다시 찾아온 알로기 철새가 집을 지으려고 지푸라기를 물고 다닌다.
자연은 제자리에서 숨죽이고 있다가 제철이 되면 순서대로 질서정연하게 터져 나온다. 그걸 보면서 나서야 할 때 나서지 못하고 물러날 때 물러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된다. 빈 손으로 왔다가 결국 빈 손으로 돌아가게 될 텐데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 많다. 꽃샘추위는 싫다. 이렇게 지내다가는 산수유가 그리는 채색화도, 배꽃의 화려한 춤사위도 제대로 보지 못할 것 같다. 목덜미로 스며드는 바람기는 아직도 차다. 하지만 앞으로 꽃피고 새우는 좋은 날만 남은 듯싶다.
꽃을 보면 마음속에 쌓였던 근심과 분노가 잦아들고, 소박한 기쁨이 가슴을 때린다. 그것이 자연이 주는 행복이다. 진달래는 진달래답게 피면 되고, 민들레는 민들레답게 피면 된다. 이런 이치를 꽃들로부터 배워야겠다. 멧새가 황새 따라가려다 가랑이 찢어진다지 않던가? 우리 모두 분수를 알고 자기에게 맞는 삶을 사는 게 아름다운 세상살이가 아닐까 한다. 봄이 오면 나도 바빠진다. 디-카에 담을 봄꽃이 널브러져 가는 곳마다 나를 반겨 주기 때문이다. 자연의 봄날을 즐기기 위하여 나도 바삐 돌아가야하는 까닭이다.
(2011.3.3.)
- 이전글자연이 챙겨주는 선물/김길남 11.03.15
- 다음글내 인생의 네비게이션/신효정 11.03.1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