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거리 찾기/이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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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거리 찾기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현웅
얼마 전 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교수님께서는 강의 첫 시간에 숙제를 내 주셨다. 수강생들마다 매주 칭찬거리 한 가지씩을 찾아와서 발표하라는 것이었다. 건성으로 듣고 깜박 잊어버렸는데 두 번째 시간에 공교롭게도 내가 지적되어 칭찬거리를 발표하게 되었다.
평소부터 칭찬할만한 구석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아무것도 없는 나의 무엇을 칭찬하겠는가? 무심결에 겨우 한다는 소리가 "칭찬거리가 없는데요?"라고 대답했다. 내 딴엔 솔직한 대답이었다. 이런 나의 대답에 교수님은 어이가 없으신지 다음부터는 그런 식의 대답은 안 된다고 하셨다. 성의 없는 대답으로 오인하여 화도 나셨겠지만 나의 나이를 보아서 용서해주신 것 같았다. 이럴 땐 나이도 쓸모가 있는 모양이다.
앉아 있기가 쑥스럽고 남의 무를 뽑다 들킨 아이처럼 얼굴은 화끈거렸고 어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 칭찬거리가 없으면 다른 사람에 대한 칭찬거리가 얼마나 많은데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내 어리석음이 부끄러웠다. 남들은 칭찬거리가 많아서 좋은 말들을 잘하던데…….
집에 돌아와 밤늦도록 70여 년을 되돌아 보며 행여 칭찬할만한 것이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겨우 찾기는 찾았는데 칭찬할만한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오래 전 어릴 적부터 서예와 그림그리기, 글쓰기를 하고 싶었다. 중학교 때는 미술 선생님의 셰익스피어 원작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 등 애달픈 사랑이야기에 흠뻑 빠져서 미술부에 들어가 미술공부에 빠졌었다. 고등학교 때는 국어선생님이신 시조시인 구름재 박병순 선생님의 시조낭송에 설레며 시인을 꿈꾸지 않았던가? 그러나 아버님의 사업실패로 7남매 중 장남인 나는 땅 한 평 없는 농촌에서 아홉 식구가 생활하기엔 힘든 나날이었다. 어쩌다 결혼까지 하고 두 아이를 둔 가장이 되고 보니 한가히 글이나 쓰고 그림을 그리기엔 현실이 허락지 않았다. 이제 어찌 살다 보니 70이 넘었고, 어리던 두 아들 중 큰아들은 장성하여 서울의 명문대를 졸업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부에서 근무했다. 그러나 적성도 맞지 않고 장래가 보장되지 않는다며 12백 명 중 수석으로 들어간 직장을 그만두고 나를 잠 못 이루게 하더니 지금은 영어학원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월급을 받는 사람에서 월급을 주는 사람이 되었다. 둘째아들은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법무법인 변호사로 10여 년째 근무하고 있다. 이제 자식들 때문에 잠 못 이룰 일은 없을 것 같다.
나는 하루에 담배 두 갑 반을 피웠고, 소주 다섯 병을 마시며 개똥철학을 읊어댔었다. 그러던 내가 우여곡절 끝에 좋아하던 술과 담배를 끊어버리고 어릴 때부터 그렇게도 하고 싶었던 서예와 한국화에 열중하고 있다. 그 덕에 붓글씨로 성경 구약 39권 1,331페이지, 신약 27권 423페이지, 도합 1,754페이지 140만 자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날마다 10시간씩 20개월 만에 완성하여 난생 처음으로 신문에도 소개가 되었고, 지난해에는 양지노인복지관 개관기념으로 개인서예전시회도 가져보았다. 거실에 붙어있던 남의 그림을 떼어버리고 그 자리에 걸음마 수준이지만 내 그림을 걸어놓으니 나도 손자들에게 작품 하나쯤 물려줄 수 있게 되었다. 흐뭇하기 짝이 없다. 보잘 것 없는 그림이요 글씨지만 더러 부탁하는 사람도 없지 않으니 보람을 느낄 때도 있다.
글을 쓰는 공부도 하고 싶었는데 마침내 기회가 왔다. 꽃밭정이노인복지관에 수필창작반이 생겼다. 유명하신 수필가 김학 교수님이 수필 쓰는 법을 가르친다니 이 아니 좋은가? 6,70 넘기신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초등학교 학생들처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교수님의 강의를 열심히 경청하는 모습을 보면 누가 늙은이들이라고 하겠는가? 칭찬을 드리고 싶고 저절로 존경심이 든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이지만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꼭 좋은 글을 남기고 싶다. 수필을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꽃밭정이노인복지관과 김학 교수님께 칭찬과 더불어 감사를 드리고 싶다.
(2011. 3.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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