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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은 손자의 분석력/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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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38회 작성일 11-02-1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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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은 손자의 분석력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종희 자식을 자랑하는 사람을 일컬어 팔불출이라고 하던가. 지난 1월 7일 손자를 데리고 관촌눈썰매장에 갔었다. 그날따라 날씨가 추워서 옷을 많이 끼어 입었건만 어찌나 춥던지 빨리 집에 돌아오고만 싶었다. 그러나 손자녀석은 추워서 얼굴이 새파래지면서도 신이 나서 눈썰매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나는 춥지만 흐뭇하고 대견스럽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래서 피는 물보다 진하다 하였던가. 그런 마음 한 구석에는 종족번식에 대한 안도의 마음도 숨어있었던 것 같다. 식당의 메뉴가 적당치 않아 컵라면으로 점심식사를 하는데도 전혀 서운하거나 싫은 표정을 하지 않고 온통 자유이용권을 활용하는데 관심이 쏠려 있었다. 식사 후 이것저것 타기도 하고 사육장에도 들러 개와 젖소랑 놀다가 앞을 볼 수 없게 눈이 쏟아져 집으로 돌아오기로 하였다. 눈은 잠시 후에 그쳤다. 운전을 하다가 손자가 초등학교 1학년을 마치게 될 때까지 제대로 된 장난감 하나 사주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려 아중리 장난감가게에 들러 장난감을 고르라고 하였다. 사실 장난감을 사주고 싶었으나 어떤 것이 아이들에게 알맞은 것인지 장난감에 대한 정보가 없어 사주지 못했다. 또 다른 이유는 제 어미애비의 의중을 몰라 괜히 사주고 나서 싫은 표정을 보는 것이 두렵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1학년을 마치고 장난감에 대하여 많이 가지고 놀아보았으니 손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사주기로 한 것이다. 장난감을 사러 가자는 할아버지의 제안에 손자는 기특하게도 “안 사주셔도 괜찮아요.” 하면서 사양하는 말까지 하는 것을 보니 나는 속으로 ‘우리 상완이가 많이 컸구나.’생각하면서 더욱 대견스러워 보였다. 그래서 “아니야. 할아버지가 한 번 사 주고 싶어서 그래. 네가 집에 없는 것으로 하나 골라봐.” “그래도 돼요. 할아버지?” “그럼. 어서 골라봐. 어떤 것을 갖고 싶은데? “LEGO를 갖고 싶어요.” “그래? 어서 골라봐” 나는 LEGO가 어떤 종류의 장난감인지 전혀 몰랐기 때문에 손자가 이쪽으로 저쪽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왔다 갔다 하기 10여분쯤 지났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니? “예, 할아버지. 이것은 동준이 형아네 집에 있어서 가지고 놀아봤고, 저것은 친구네 집에 있으니 함께 가지고 놀면 되고…….” 그러면서 이것저것을 배제하고 나니 두세 개로 좁혀졌다. 대개 얼른 눈에 띄는 것을 고르는 것이 보통 아이들의 모습인데, 조급하지 않고 차근차근 분석하며 선택의 폭을 좁혀가는 손자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흐뭇하였다. 손자녀석의 선택이 좁혀졌기에 한마디 훈수를 해주었다. “집에 가지고 가서 후회하지 않게 다시 한 번 네가 마음에 드는 것으로 골라봐.” 그러자 장난감의 특징에 대하여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 이것은 6가지의 장식이 있어서 좋고, 저것은 4가지 장식이 있으나 움직일 수 있도록 되어 있어서 어떤 것을 고를지 망설여지네요.” 하면서 머리를 긁적이는 것이었다. 나는 손자가 이렇게까지 여러 가지로 분석하며 선택할 줄은 몰랐다. 그러면서 손자가 하는 말 속에 동력장치가 된 것에 대하여 관심이 더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모든 것은 네가 선택해. 갖고 싶은 것을 골라.” 하고 전적으로 선택권을 주었더니, 결국 동력장치가 있는 것으로 사게 되었다. 가격은 자그마치 11만 원쯤 되어 카드로 긁었다. 장난감을 들고 나오는 손자의 발걸음이 푸른 초원에서 뛰어다니는 사슴 같아 보였다. 집에 오자마자 장난감 상자를 열고 조립을 하느라 바빴다. 오랜만에 장난감 하나 사주었는데 진즉 사주어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밤 12시가 다 되었는데도 잘 생각을 하지 않고 할머니할아버지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하나하나 조립해 나갔다. 밤 12시가 넘어 자야 할 시간이 되었기에, “상완아, 이제 자야지. 오늘은 그만 자고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또 하렴.” “네, 할아버지. 알겠습니다.” “상완이가 자면서 뒹굴면 장난감들이 흩어져서 내일 조립하는데 힘들 테니까 잘 정리해야지?” 다른 때 같으면 하기 싫어서 이유를 말할 테지만 잘 정리하고 세수를 한 뒤 들어오더니 갑자기 나를 껴안고 뽀뽀를 해주는 것이 아닌가.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손자가 기뻐하니 나도 무척 기분이 좋았다. 손자에게 투자한 돈 10여만 원의 위력이 이렇게 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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