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들의 아우성/이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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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들의 아우성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꽃밭정이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금영
닭장 속에는 닭들이 꼬끼오! 꼬꼬댁, 외양간에는 소들이 음메~ 에, 돼지 막에는 꿀꿀이들이 꿀꿀꿀, 밥 때가 되었다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구제역으로 매몰되는 가축들이 제각기 한마디씩 외친다면 천지가 뒤흔들리고도 남을 것이다. 그 많은 300만 마리가 넘는 가축들이 살 처분되어 매몰당하는 현실이 안타갑기만 하다. 과학과 의술이 고도로 발달했는데도 구제역 앞에서는 이렇게 속수무책이라니 할 말이 없다. 그칠 줄 모르고 확산되는 구제역 때문에 황량하기만한 축사는 기나긴 겨울을 더 춥게 만들고 있다.
예전에 없는 매서운 한파와 전쟁이라도 치르듯 TV만 켜면 동장군의 꺾일 줄 모르는 영하의 날씨와 나날이 늘어가는 소와 돼지들의 매몰현장을 지켜보며 망연자실 할 수밖에 없다. 담당요원들이 소에게 살 처분 하려고 주사를 놓을 때 어미 소가 새끼소를 자기 발안에 가두어 새끼소를 보호하려 했다는 기사는 우리의 마음을 찡하게 하고, 아프게 하였다.
구제역은 소나 돼지, 양, 염소, 사슴 등 발굽이 둘로 갈라진 동물에게 감염되는 질병으로 전염성이 강하다고 한다. 입술이나 혀, 잇몸, 코, 발굽 등에 물집이 생기며 체온이 급격히 높고 식욕이 저하되어 앓거나 죽게 되는 질병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살 처분되는 소와 돼지들이 늘어난다. 구제역뿐만 아니라 조류독감까지 번져 닭과 오리도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가축들의 수난시대이며 국가의 대 재앙이다.
소는 여름에 들에 있는 풀을 먹고 겨울철에는 마른 벼와 수숫대나 옥수숫대와 쌀겨를 넣어 구수하게 쇠죽을 끓여 먹였으며, 배설물은 자연의 순환으로 되돌려주는 초식동물이다. 축산업이 발달하면서 대량으로 사육되고 소, 돼지, 닭의 먹이를 혼합 사료로 바꾸고, 편리한 사육시설에서 키우는 바람에 가축들의 면역성이 약해지고 생태계마저 바뀌었다고 한다.
예전에 우리 집에서는 무쇠 솥에 밥을 지어 찌이익 솥뚜껑을 열면 돼지 막의 꿀꿀이가 먼저 알고 자기도 가족이라고 밥을 달라고 꽥꽥 돼지 멱따는 소리를 질러댔다. 영리한 돼지들이었다. 사람들이 먼저 밥을 먹고 남은 음식찌꺼기와 밥솥을 씻은 뜨뜻한 물과 쌀뜨물, 쌀겨 한 바가지면 돼지들은 진수성찬이다. 호박과 고구마, 시래기 등을 먹이며 언제든지 돼지 한두 마리는 꼭 길렀다. 설이 돌아올 무렵에는 잘 기른 돼지 한 마리를 팔아 새 옷과 운동화 등 설빔을 할 수 있었고, 그런 돼지들로 하여금 등록금을 마련할 수도 있었다. 참 고마운 가축이었다.
우리 집에서는 소는 키우지 않았고 옆집의 소가 밭이며 논을 갈아주었다. 어떤 때 밤새도록 소 울음소리가 들리는 날은 앞집 뒷집 사람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옆집의 송아지가 팔려 나갔다는 것을 말해주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몇 날 며칠을 어미 소는 팔려나간 송아지를 찾느라 눈물을 흘리며 애타게 울부짖는 것을 보며 소들의 모성애가 인간 못지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미 소가 쟁기질을 할 때면 송아지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껑쭝거리며 뛰어다니다 젖을 먹는 모습은 한 폭의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소는 개와 함께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가축 중의 하나다. 인류 최초로 인간의 손과 발이 되어 힘든 일을 도와준 동물은 소라고 하였다. 농업이 기계화되기 전까지 1차 산업혁명으로 농기구인 쟁기를 이용하여 인간에게 도움을 주었고, 교통수단으로 수레를 이용하여 무거운 짐을 나르며, 집에서 사람과 함께 기거하는 가축이라 하였다. 인간에게 죽어서까지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가축이었다.
오늘날에 와서는 모유를 대신하여 우유로 아기를 키우는 가정이 늘고 있다. 혹여 아기들의 우유공급에 차질이 있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지 않을 수 없다. 대관령 목장의 젖소들과 양떼들은 안전한지. 동양최대 초지인 대관령에도 구제역이 미칠까 두렵다. 세계 어느 나라 소보다 옷도 잘 입은 우리 한우 누렁이, 순하고 영리한 돼지들. 어서 따뜻하고 꽃피는 봄날이 돌아오기 전에 구제역이란 질병이 사그라졌으면 좋겠다.
가축들의 소리 없는 함성이, 가축들의 슬픈 운명이, 대 재앙인 구제역이, 언제 물러갈지 걱정이다. 이제라도 구제역 청정지역인 전라도와 제주도를 사수하여 구제역이 비켜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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