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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가 사라져가는 세상/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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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26회 작성일 11-02-06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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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아래가 사라져가는 세상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어른이라는 말이 무색해져가는 세상으로 치닫고 있다. 어른이라고 하면 ① 다 성장한 사람 ②나이, 직위, 항렬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 ③인격적 존경의 대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 땅에 유교가 쇠퇴하고 다종교 사회가 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랄까? 그렇다고 어느 한 종파도 어른을 몰라보게 하는 가르침은 없고 다 교화에 힘쓴다. 다종교사회는 민주화를 촉진시켜 왔다. 내 어릴 적에는 가부장시대였다. 유교의 삼강오륜사상이 엄존했고, 그 덕목의 하나인 장유유서(長幼有序)가 분명했다. 상하 5세까지는 벗이요, 10세 이상은 연장자, 부형의 예우로 존댓말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규범이자 상식이었다. 고향에 나보다 6~9세쯤 선배가 되는 분이 몇 분 계셨었다. 벗이냐, 높임이냐를 두고 언어적 예우문제로 갈등이 생겼었다. 물론 상대가 기혼일 때는 존댓말을 썼다. 같은 조건인데도 두 분 가운데 한 분은 어린양 벗을 받아 주었는데 다른 한 분은 받아 주지 않아 신경전을 벌일 수밖에 없었다. 동등한 예우로 인사말을 해야 하는데 “저녁 식사는 하셨는가?” “저녁 식사는 하셨습니까?"로 달리 표현할 수가 없었으니, 말끝을 얼버무린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말 한마디에도 예민하게 관심을 가져야 했고 양보도 쉽지 않았다. 가정, 사회, 국가, 등 세상에는 엄격한 구분이 있고 위아래가 명확했다. 사회‧기관‧단체의 조직은 물론 마을의 개인적 대인관계에도 예우해야 할 어른이 계셨고, 위아래가 분명했다. 오늘날 가정은 어떠한가? 가부장시대는 가고 핵가족화 되면서 가부장(家父長), 가모장(家母長)도 아닌 이상한 상태에 빠졌다. 가정마다 하나둘뿐인 아들딸은 오직 존귀자(尊貴子)의 처지가 된 반면 어른이란 존재가 불명한 가정이 되고 있다. 가족을 이끌어야할 가부장이던 세대들은 구세대의 유물신세가 되었다. 하기야 근래 어떤 기관에서 가족개념의 여론조사를 했더니 가족의 범위에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빠졌다는 놀라운 사실도 있다. 더구나 요즘 사람들은 사교육에 흠뻑 빠져서 밥상머리교육이란 찾아볼 수도 없게 되었다. 아무리 자녀교육이 부모 몫이라지만 손자손녀교육에 관여할 수 있는 조부모는 황우일모(黃牛一毛)격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사회의 어른, 마을의 어른, 기타 존경의 어른이 사라져가는 세상이다. 거리에 나서면 폭언을 하거나 목소리 큰 게 어른이다. 사리에 어긋난 경우, 틀린 일에 참다못해 어른이 나서면 제3자 운운……. 예전처럼 타이를 수도 없다. 한곳에서 어울려 사는 동네가 아니라 유동적이고 단절된 아파트생활에서 어른이 있을 수 없다. 해가 바뀌어도 마을에 세배를 드리러 다니는 모습을 볼 수가 없다. 학교 교사의 지위도 흔들린다. 학부모가 담임교사를 존경하지 않고 자식들의 기(氣)살리기에 여념이 없는 세상이다. 오직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조직의 어른인 상사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국가원수에 대한 예절도 이제 옛말이다. 대통령의 명예도 추락한지 이미 오래다. 옛날의 어린이들은 장래 희망이 뭐냐고 물으면 '대통령'이었는데 지금은 '연예인'이다. 옛 말씀에 나라님도 욕을 먹는다는 말이 있었다지만 대통령 이야기는 예사요 폄하(貶下) 안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선거철이 되면 최고조에 이르니 문제다. 대통령 역시 명예스런 국가원수, 존경의 어른이라기보다 한낱 국가조직상의 어른일 뿐이다. 다시 말해 제왕보다는 광대가 더 좋다는 세상이다. 어른이란 장(長: 어른 장)을 뜻한다. 장에는 명예스러운 장, 조직의 장이 있고, 나이가 많아 존경을 받는 노인장도 있겠다. 국가와 사회는 주로 조직의 장이 이끌어간다. 조직의 장(자치기관)은 거의 선출직으로서 당선은 내 마음의 표 한 장에 달렸으니 존경의 대상이 될 것 같지 않다. 선거철이 되면 찾아와 한 표를 호소하며 스스로 유권자의 머슴이라고 악수하며 애원하지 않던가? 더욱 주민소환제도가 있으니 잘못 되면 끌어내릴 수도 있는 게 의원직과 자치단체장이니 지금이야말로 유권자의 왕국이 아니겠는가? 조직의 장(선출직. 임명직)은 또 시간문제다. 평등이란 인권은 어른을 무색케 한다. 죄 짓지 않은 한 인권은 보장되니 조직상의 상사일뿐이고 그 조직에서 떠나면 동등권자가 된다. 대통령도 임기가 끝나면 같은 국민이고 국회의원이나 군수, 시장도 마찬가지다. 기타 기관장, 사단장, 소‧중대장도 하급자 처지에서 떠나면 그만이다. 위아래가 사라지고 인권을 존중하는 평등한 세상이 되었다. 매우 바라고 바라던 최상의 사회현상이다. 그래도 연령, 고향, 출신학교, 속했던 조직의 선후배개념이 살아 있어 장유유서가 유지되니 다행이라 할까? 그러나 조석으로 보도되는 좋지 않은 뉴스를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오직하면 예우를 떠나 '노인학대신고'란 말이 나왔겠는가? 아무리 변천한 세태 탓이라지만 이는 모두 기성세대의 책임이 아니겠는가? 한탄해야 무슨 소용이 있으랴.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속담처럼 스스로 노력해야 할 일이다. 경쟁은 어찌할 수 없다지만 지식과 기능보다 윤리와 인성을 중시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진정한 어른이란 나이와 직위로 존경받기를 바라기보다 세상 따라 민주사회의 참다운 봉사자로 행동한다는 인식으로 바뀌어야 위아래를 알아보는 사회가 조성되지 않겠는가? 품위 있고 존경받는 명예의 어른, 조직의 어른, 나이 많은 어른들이 지켜야할 일들을 되새겨보니 스스로 노력해야할 일이 많다. 진정 자기 수양 없이 존경받기란 갈수록 어려운 세상이려니 싶다. 나이 많은 어른도 노선(老仙)은 못되더라도 노옹(老翁)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옛날 가난하던 시절 농촌의 사랑방에서는 찬물은 위아래가 있어도 숭늉은 위아래가 없다는 기막힌 농담이 있었다. 이제는 사라졌지만 새삼 그 말의 깊은 뜻을 되새겨 보니 왜 그리 못 살았던가 싶다. (2011. 2. 5.) ※품위 있는 어른들이 지켜야할 일(도) - 언도言道, 행도行道, 금도禁道, 식도食道, 법도法道, 예도禮道, 낙도樂道, 절도節道, 심도心道, 인도忍道. ※노인의 모습 - 노선老仙, 노학老鶴, 노동老童, 노옹老翁, 노광老狂, 노고老孤, 노궁老窮, 노추老醜. ※숭늉 - 밥을 퍼낸 뒤 솥에 물을 부어서 데운 물(곡기가 남아있는 물) .숙냉熟冷.취탕炊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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