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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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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64회 작성일 09-08-0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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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의 별빛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윤석조 이번 물리학과 입학동기들의 모임 장소는 군산 선유도로 선정하였다. 파도가 바위섬에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고 아름다운 비경을 거느린 선유도는 청정해역 고군산군도의 중심에 있는 섬이다. 자연이 창조해낸 선유팔경(八景)으로 유명한 곳이어서 우리 고장을 친구들에게 자랑 할 것 같아 좋았다. 모임 안내장과 우산 하나를 챙겨 들고 일찍 집을 나섰다. 만나자는 시간이 세 시간이나 남아 있었지만 내가 먼저 가서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으로 일찍 군산행 버스를 탔다. 군산까지 가는 동안 병석에 누워있는 C형과 오늘 만나는 친구들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옛날 군산연안여객선 터미널 쪽으로 가고 있는데, 20여m 앞서가는 노인이 자꾸만 길을 물으며 걸어가고 있었다. 혹시 친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가까이 가서 보니 청양의 C형이었다. 몇 년 만에 보는 얼굴인가? 그동안 지나온 이야기로 발걸음이 느린데, 차를 세우고 길을 묻는 얼굴이 또 반가웠다. 조치원에서 과수원을 경영하는 H형이었다. 내가 H형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있는 사이 C형과 H형은 서로 모르는 사람처럼 바라만 보고 있었다. 내가 이름들을 밝혀주자 서로 반가워하였다. 두 사람 사이에는 50년의 세월이 두 얼굴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H형 차로 연안여객선 터미널을 쉽게 찾아 갔다. 조금 떨어진 곳에 국제연안여객선 터미널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어 대합실을 한 바퀴 돌아 나왔다. 1년 전에 국제 여객선 터미널 시설을 구경하였던 생각이 떠올랐다. 배가 출항하는 시간이 거의 되자 친구들이 모이기 시작하였다. 다행히 일기예보가 빗나가 큰 물결은 아니었다. 선유도 행 코스모스호가 출항할 때 배안에는 우리 일행 19명과 선유도를 찾는 관광객 몇 사람 그리고 승무원들뿐이었다. 날씨가 맑았으면 비응도와 야미도, 신시도로 연결되어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새만금 둑과 섬들을 볼 수 있을 터인데……. 선유도에 도착하여 하선하자 마중 나온 모텔 주인의 안내를 받아 골프 카(golf car)로 이동하여 우리 파크모델에 짐들을 풀었다. 옛날 섬은 아니었다. 주민들의 집이나 학교건물, 배가 닿던 곳까지 35년 전과는 아주 다르게 변해버렸다. 여름 방학 때 선생님들과 함께 이곳에서 해수욕을 즐겼던 때가 있었다. 밤에는 선유도 중학교의 샘물을 길어 올려 식사준비를 했고, 섬 전채가 발전기를 돌려 얻은 전기로 자정까지만 전등을 밝혔었다. 어두운 방파제로 나와 바다에 떠있는 배의 불빛들을 바라보며, 푸짐했던 붕장어 회로 소주잔을 권하며 젊음을 이야기하던 때가 엊그제 같았다. 이번 모임을 위하여 봄에 이곳을 답사하였다는 유 회장의 안내로 선유도를 돌았다. 고개를 넘어 선유봉 기슭에서 잔잔한 금빛 물결을 보며 서쪽으로 기운 해를 바라보니 과연 선유팔경(八景) 중 으뜸을 차지할 만하였다. 선유도와 이웃인 무녀도와 장자도, 대장도는 다리로 연결되어 사람들이 한 동네처럼 오가며 살고 있었다. 크고 작은 섬(24개)들이 가까워 거룻배로도 건널 수 있으며, 바닷물은 수정처럼 빛났다. 해질 무렵 골프 카 두 대에 분승하여 선유도를 한 바퀴 돌 때 몹시 기다리던 반가운 비가 오기 시작하였다. 선유 횟집으로 이동하여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싱싱한 회와 술 그리고 생선탕은 식욕을 돋궈주고, 친구들이 집에서 들고 온 술에는 우정이 녹아 있어 더욱 좋았다. 우리들이 비를 몰고 왔다며 넉넉하게 대접하는 주인의 인심까지 더하여, 우리들의 기분은 최고였다. 함께 하지 못한 친구들의 소식을 들으며 내년 봄에는 계룡 갑사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모텔로 이동해서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선유도의 밤은 깊어 갔다. 새벽 조용히 홀로 방을 빠져나와 뜰에 내려서니, 더 와야 할 비는 그쳤고 하늘에는 조각구름들이 덮여 있었다. 스무닷새 하현(下弦)의 달이 구름 속을 들랑거리고, 모처럼 보는 별들이 내 어린 시절을 찾아 주고 있었다. 가로등의 허상들과 배에서 나오는 불빛만이 컴컴한 바다임을 알려주고 있을 뿐 너무나 조용하였다. 바닷가에 조성중인 공원 터를 왔다 갔다 하노라니 선유도의 먼동이 트고 있었다. 한 사리 때에는 덮였다는 사취(砂嘴)는 콩크리트 방조제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 입구에는 건물들이 들어서 있고 망주봉까지는 화단이 조성되어 있어, 넘나들던 바닷물을 동서(東西)로 멀리 갈라놓고 있었다. 우리들이 해수욕을 했던 동쪽은 갯벌이 차올라 풀(함초)들이 자라고, 깊어서 들어갈 수 없었던 서쪽은 긴 모래사장과 맑은 물로 유명한 선유도 해수욕장이 되어 있었다. 처음 선유도에 왔을 때 저편 섬에 두개의 산봉우리가 나란히 솟아있어, 진안 마이산을 닮았다며 보라만 보았었다. 아침 일찍 방파제를 따라 망주봉까지 걸어갔다. ‘젊은 부부가 임금님을 기다리다 그만 굳어져 바위산이 되고 말았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었다. 산을 잘 타는 친구 두 사람만 정상인 망주봉에 오르고 우리들은 동네 길을 걸었다. 장자대교를 건너서 장자도 산 능선을 돌아보니 주변의 산과 광활한 바다가 너무 아름다웠다. 대장교를 건너 대장봉에 올라 가까워진 섬들을 내려다보았다. 내려가는 산비탈이 심하여 갔던 길로 내려 왔다. 수석원에 들러 잘 꾸며진 정원과 진열된 자연석들을 구경하고 전설에 얽힌 할매바위도 가까이서 보았다. 선유대교를 지나 무녀도에서 희귀종인 모감주나무 군락(群落)을 처음 보았다. 세계에서 제일 긴 새만금 방조제가 눈앞에 나타났다. 대각산의 높은 전망대 뾰쪽 탑이 다리로 연결되는 고군산군도의 관광과, 일렁이는 바다의 꿈을 전하고 있었다. 또 만나자며 손을 흔드는데, 가을해가 수평선에 기울며 아쉬운 듯 밝게 웃고 있었다. (2008.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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