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우리 집 10대 뉴스/김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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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우리집 10대 뉴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김소영
2010년 올해는 우리 가족에게 아주 뜻 깊은 한 해였다. 변화와 도전, 인내와 균형이 무엇보다 절실하게 필요했고 계획대로 모든 일이 잘 마무리된 행복한 해였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제 몫을 다해 주었다. 다시 새로운 한 해를 앞두고 한걸음 성큼 앞서 나가자는 발전적인 꿈을 가족 모두가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하고 기쁘다.
1. 외동딸 김정선, 오빠와 같은 한일고에 배정되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딸아이는 새로운 환경을 맞이할 때마다 긴 적응기간이 필요하다. 오빠와 함께라면 학교생활을 수월하게 시작하리라는 생각으로 남녀공학인 한일고를 지원하도록 권유했다. 집 앞에서 곧장 이어지는 버스 노선이 있는 것도 장점이었다. 공부 잘하는 오빠 덕으로 한 해 내내 선생님들의 관심과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아왔다. 한일고가 너무 좋다며 동생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곤 한다. 친구들과도 잘 지내고 자신과 똑같은 성격을 가졌다며 젊고 예쁜 담임선생님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내성적인 딸아이에게 훌륭한 역할 모델이 되어주시는 선생님이 몹시 감사하다. 밝고 긍정적으로 꿈을 키워가고 있는 모습이 예쁠 뿐이다.
2. 막내아들 김윤석, 풍남중에 배정되다
우리 가족이 사는 아파트는 양옆에 효문초등학교와 풍남중학교를 끼고 있다. 큰아이가 5학년 때 전주로 이사를 하면서 학교를 울타리삼고 있는 아파트의 위치가 너무 좋아서 보자마자 구입하기로 결정했었다. 그런데 큰 아이는 철썩 같이 믿었던 풍남중 배정에 실패하고 20분 남짓 걸어야하고 급식실이 없어서 3년 내내 도시락을 싸야했던 우전중학교를 다녔다. 그래서 막내의 학교배정에 마음을 많이 졸였다. 다행히도 풍남중에 배정되어 가장 집이 가까운 학생으로 편안하게 1년을 보냈다. 막내인데다 어려서 병치레를 많이 했고 아직도 아토피 증세가 심해서 항상 마음이 쓰이는데 가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인다. 화장실을 사용하려고 서둘러 나왔다 들어가고 점심식사가 부실하면 집에 와서 더 먹고 가기도 하니 문제이긴 하다.
3. 큰아들 김민석, 첫 학기를 제외한 5학기 내내 장학금을 받다
중학교 때 일찌감치 사춘기 성장통을 호되게 치른 큰아이가 조금씩 공부하는데 몰두하더니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난 뒤에는 매번 장학금을 받아서 우리 가족에게 기쁨을 주었다. 공부 잘하는 자식을 키우는 행운과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게 해준 아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덕분에 우리 부부는 아이들의 성적 때문에 가슴 졸이던 조바심에서 벗어나 여유와 안정을 갖게 되었다. 동생들에게도 어른처럼 훈계하며 열심히 공부하라고 말해주고 있으니 우리는 공부하라며 잔소리하는 역할에서 한걸음 물러날 수 있다. 아들은 틈틈이 책읽기를 좋아하고 공부에 소질이 있으면서도 음악과 스포츠 등 관심 분야가 다양하고 교우관계가 좋다. 이젠 품에서 떠나보내도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다.
4. 남편 김만연, 교직생활 20년 만에 처음으로 담임 부담을 벗어나다
남편은 공인 아마추어 5단의 바둑실력을 가지고 있다. 프로기사가 되고 싶어 바둑만 두다가 신문기자를 하게 되었고, 나를 만난 뒤 뒤늦게 교직에 들어서서 올해가 20년째다. 한 해도 빠짐없이 담임을 맡다가 올해 처음으로 그 부담에서 벗어났다. 덕분에 퇴근 시간이 빠르고 일정해서 고등학교 3학년인 큰아이와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딸아이를 차량으로 실어 나르거나 혼자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은 막내를 챙기는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었다. 나는 밤늦게까지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기 때문에 남편이 도와주지 않았더라면 나름대로 마음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여느 남편들처럼 술자리가 잦거나 밖에서 따로 보내는 시간이 많다면 내 영혼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이 피폐해졌을 것이다. 남편은 항상 가족과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주말도 없이 일하는 나의 빈자리를 잘 채워주고 있다. 지인들과의 술자리도 내가 일하는 학원 근처에서 가질 정도로 날 배려해준다. 마음 편하게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남편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5. 가계 빚에서 벗어나다
나와 남편은 보증금 없이 1년에 70만원을 주는 단칸방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했다. 결혼준비는 친정 고모에게서 빌린 500만원으로 마무리 지었다. 처음부터 빚을 지고 시작한 셈이다. 친정과 시댁의 도움은 전혀 받지 않았고 기대하지도 않았다. 남편의 월급과 학원에서 일하며 번 돈을 알뜰하게 모아서 빚을 갚고 조금씩 저축도 했다. 나중에는 아이들을 친정에 맡기고 직접 학원을 운영했다. 저축액이 늘어나자 대출을 끼고 조그마한 아파트를 분양받아 전세를 내놓았다. 그런데 보증사고가 터졌다. 우리에겐 엄청난 큰 액수를 고스란히 빚으로 떠안아야 했다. 아파트를 팔아 일부 정리하고도 이자를 감당하느라 저축이 어려웠다. 막내를 가지게 되어 일을 계속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양가의 형제자매들이 많아 집안일이나 부모님일로 인해 목돈을 내야하는 일이 많다보니 살림은 항상 제자리이거나 적자였다. 그런 긴 세월을 지나 드디어 올해 빚을 모두 정리했다. 부자가 된 기분이다.
6. 제주도 여행권에 당첨되다
나는 제주도에 가본 적이 없다. 반면에 고등학교 교사인 남편은 2~3년에 한 번씩 학생들을 인솔하고 제주도에 다녀왔다. 고등학교 시절에 수학여행지도 제주도가 아니었고 남편이 고등학교 3학년을 맡은 해에 결혼을 했기 때문에 그 당시 인기였던 제주도 신혼여행도 가지 못했다. 가장 친하게 지내던 중학교 시절 친구가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데도 가보지 못했다. 몇 번 가족여행을 계획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남편은 수학여행을 갈 때마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눈빛을 보였고 나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썼지만 심통이 났다. 이 나이 먹도록 제주도에 가 본 적이 없는 아줌마는 대한민국에 없을 거라며 남편에게 투정도 했다. 내 투정이 하늘에 닿은 것일까. 뜻밖에 주유소에서 받은 2박 3일 제주도 여행 경품에 당첨되었다. 차량과 호텔 제공이니 없는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일단 가기로 했다. 때가 되면 채워지는 것이 인생인 모양이다.
7. 큰아들 김민석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에 합격하다
큰아이가 올해 치른 수능에서 언어 외국어, 수리 사회탐구 2과목에서 모두 1등급을 받았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와 함께 공부한 영어 과목은 만점을 받았다. 그동안 내 아이 가르치기 정말 힘들다는 것을 실감하던 각고의 긴 세월을 아들이 보람으로 마무리해 주었다. 수시 합격이어서 서울대 지원이 불가능한 것을 아쉬워하는 선생님들과 주변 어른들의 생각과는 달리 아들은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뻐하고 있다. 본인이 목표로 정하고 꿈꾸던 학교와 학과에 합격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해서 얻은 성취의 기쁨을 알고 제2 제3의 성취를 향해 새로이 다짐하는 아들의 모습이 대견하고 장하다. 회계사시험을 준비해 일단 생계에 대한 대비는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졸업 후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공부한 다음 검사가 되면 좋겠다, 영국에 가서 좋아하는 축구를 맘껏 접하며 살고 싶다 등등 새로운 꿈을 꾸고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아들의 모습에 내 마음이 설렌다. 어떤 진로를 택하든 본인이 가치와 자부심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멋진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도해 줄 것이다.
8.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 창작반에 등록하다
나는 사람들이 많은 넓은 세상으로 나가길 즐기는 외향적인 사람이기보다는 작고 좁은 나만의 공간에서 더 편안하고 자유로운 삶을 즐기는 내향적인 사람이다. 나 같은 사람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글을 쓰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편안하게 내 마음을 표현해도 되는 수필이라면 나도 한 번 글을 써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으로 수필 창작반에 등록했다. 9월부터 12월까지 한 학기 수업을 통해 서툴게나마 글을 쓰면서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정리하고 다른 이들과 생각을 나누는 행복한 시간들을 경험했다. 이렇게 써도 되는 걸까 하는 망설임은 과감히 접어두기로 했다. 부담 없이 일상의 모든 것들을 글로 써 볼 수 있도록 동기를 주시면서도 전혀 수업에 대한 부담을 주지 않으시는 김 학 교수님의 지도법이 나처럼 소심한 사람들에게는 안성맞춤이다. 서툰 글 속에 담겨있는 마음을 너무나도 잘 읽어주시고 진솔하게 이야기해 주시는 여러 선생님들께도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다. 올해 내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 바로 수필쓰기를 시작한 일이다. 좀더 곱고 향기로운 글을 쓸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보고 싶다.
9. 막내아들 김윤석 사춘기 질풍노도의 시기에 접어들다
막내의 자리는 특별하다. 그 자체로 사랑스럽고 모든 것이 용서되는 행운의 자리이다. 우리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말 잘하고 박식하고 다정다감해서 형과 누나가 시샘할 만큼 우리 부부에게 막내는 특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게다가 형과 누나가 교대로 물려주는 옷이며 가방이 많아도 불평 없이 고스란히 입고 쓰는 착한 아이다. 그런데 여드름이 나기 시작하고 목소리가 굵어지더니 아침저녁 샤워하고 머리감고 얼굴을 단장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잘 입고 잘 쓰던 옷이며 가방이며 신발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컨버스, 폴햄, 카파. 아디다스 등 유명 메이커 제품을 갖고 싶다고 볼멘 소리를 한다. 어려서 병치레와 입원이 잦았던 탓인지 항상 의사가 되고 싶다며 공부를 잘해야겠다고 걱정하던 아이가 컴퓨터나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하며 슬그머니 내 표정을 살피곤 한다.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컴퓨터 게임과 영화보기를 지나치게 즐겼던 모양이다. 약속을 어기고 컴퓨터에 손을 댔다가 아빠에게 들켜서 몇 차례 종아리를 맞은 적도 있다. 혼나는 게 무서워 저녁 12시가 넘을 때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아 식구들의 애를 태운 적도 있다. 큰아이의 사춘기를 겪었던 경험이 있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뿐 그다지 큰 걱정은 되지 않지만 떨어진 성적표를 대하면 감정이 폭발하곤 한다. 이번 겨울 방학엔 기타와 드럼을 배우겠다고 벼르고 있다. 그야말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아이의 마음이 하루빨리 가라앉기를 바랄 뿐이다.
10. 큰아들 김민석 치아 교정을 시작하다
수능시험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큰아이를 치과에 데려갔다. 군 입대를 예상하고 2년 안에 교정을 마치기로 했다. 아들은 약간 돌출된 구강구조와 두툼한 입술에 대해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잠깐 고민하다가 교정시기를 놓치고 여동생이 교정을 통해 가지런한 이를 갖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교정기를 끼고 대학 생활을 시작해야 한다는 걸 안타까워하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 치아 4개를 빼고 나서 교정 장치로 이를 조이는 고통스럽고 불편한 과정을 견디고 있다. 덕분에 여자 친구가 생길 리도 없고 생긴다 해도 뽀뽀한 번 못해보게 생겼으니 공부나 해야겠다며 짓궂은 농담을 하곤 한다. 교정기 때문에 어눌하고 부정확해진 입 모양새와 발음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입담으로 끝없이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교정을 마치고 난 아들의 모습이 많이 기대된다.
돌이켜볼수록 가슴이 벅차오를 만큼 열심히 살아온 2010년이었다. 어려운 과정을 잘 견뎌내고 한 단계 도약의 발판을 다지게 된 의미 깊은 한 해였다. 가족 모두가 서로 사랑하고 건강하다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하다. 그래서 더욱 조심스럽고 겸손해야 한다고 마음을 다진다. 2011년 새해에는 좀더 주변을 돌아보고 내가 받은 행운을 많이 나누어주려고 노력해야겠다. 아이들이 크고 좀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수록 세상이 더 따뜻하고 행복한 곳이 되도록 애써야한다는 의무감이 커진다.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능력을 갖추어서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키우고 싶다. 우리 부부도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함께 오래도록 행복하게 늙어갈 수 있기를 다시 한 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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