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을 쓰다 보면/김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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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을 쓰다 보면
전주안골노인복지회관 김세명
덫에 걸린 짐승을 본 적이 있는가? 겁 먹은 눈망울로 앞으로만 가려하지 뒤로 물러 설 줄을 모른다. 물고기도 그물에 걸리면 뒤로 돌아가면 살 텐데 앞으로만 기려고 하니 결국 사람에게 붙잡히고 만다.
우연한 기회에 수필작품을 낸 것이 2001년 5,6월 수필과비평 53회 신인상에 당선화여 등단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이것이 덫이 될 줄이야 내 어찌 알았겠는가? 등단 전에는 누구의 작품이건 눈여겨 보았는데 등단으 하고서는 자만의 덫에 빠졌으니 말이다.
수필가! 그리 대단한 문학가도 아니고 요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등단하니 자만심은커녕 내가 자격이 있는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난 등단 수필가이고 나의 글이 최고라는 것에서 벗어나야 되는데 그게 아니다.
글을 쓰는 것은 작가의 몫이나 펜을 놓는 순간부터는 나의 글이 아닌 독자의 것임을 알고, 혹독한 비판을 받을 각오를 하고 어떠한 혹평이라도 겸허히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함을 알았다.
나는 동인지나 사이버 상에 어떤 형태로 글을 쓰던지 비속어를 제외하고는 간섭과 구속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제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는 게 맛과 멋이고, 그 글은 글로써 끝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게 바로 덫이었다.
내 글을 올리고 읽어 주기를 바라면서 남의 글은 쳐다보지도 않는 것은 나의 자만이다. 그간 쓴 글을 다시 한 번 보니 미숙함이 눈에 띄어 얼굴이 붉어진다.
등단보다 공부를 하여 글다운 글을 써야 하고 독자의 공감이 중요한데 책을 내고 어느 중요한 모임에 많이 참석했다. 상을 받았다고 무조건 좋은 글이고, 학벌이 좋고 문학을 전공했다고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마음이 맑아야 좋은 글이 나오는 만큼 형식에 짜여진 글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아상(我相)에서 벗어나 나를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요즘 문단의 현실을 보면 글보다는 돈에 현혹되어 작가의 반열에 오르는 경우가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나 또한 유명한 문학인협회에 돈을 내고서라도 가입하고 싶다. 그러나 글다운 글을 써 누구라도 읽어주고 공감해 준다면 그 길을 가고 싶다. 덫이나 그물에 걸린 짐승이나 물고기처럼 앞으로만 가려다 죽는 것 보다 멈춰서 뒤돌아 가면 쉬운 길이 있다는 진리와 지혜를 알면 덫에서 벗어날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이 고통이라면 아예 쓰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내 안의 삶에 대한 고뇌와 사물에 대한 애정이 있는 한 내 마음의 조각이나 다름없다. 그 조각은 이미 내가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졌다. 난 그 조각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솔직히 그 주소를 모른다.
너무 사랑하기에, 너무 아파하기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더 이상 부어질 아무 에너지조차도 남아 있지 않다. 글은 내가 사랑하고 애정을 쏟았던 과거이기도 하다. 이미 과거가 현재로 다시 탄생하니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아무런 보수도 없는데 왜 글을 쓸까? 만약 어떤 대가가 있다면 글이 될까? 내 손을 떠난 조각들은 때론 독자의 마음을 돌리기도 하고, 비수처럼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나의 살을 후빈다. 가슴에 쌓인 삶의 흔적을 토해내면 마음은 산을 정복한 것처럼 카타르시스가 되니, 나 자신을 위해서 쓰는 게 수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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