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IS MOBILE PAGE (~767)
WEBIS TABLET PAGE (768~991)
WEBIS DESKTOP PAGE (992~1279)
WEBIS BIG DESKTOP PAGE (1280~)

까만 행복/이의민 > 자유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서브비주얼

도전하는 노인, 함께하는 안골!

  • HOME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 HOME
  • 자유게시판

까만 행복/이의민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87회 작성일 10-12-13 12:05

본문

까만 행복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파란 불꽃이 두꺼비집 밑에서 온돌방 방안으로 빨려 들어간다. 온몸이 까만 내가 불꽃을 다 쏟아내고 나면 나는 하얀 시체가 된다. 그렇지만 이 집 식구들이 배부르고 따뜻하게 행복한 겨울을 날 수 있게 되었다. 나의 헌신봉사가 자랑스럽고 만족스럽다. 어머니는 오늘도 시내를 벗어나 완주군 상관 쪽으로 나가시어 이른 봄나물을 캐어서 전주 남부시장에서 팔고 그 돈으로 보리쌀 한 되와 나를 새끼줄에 뀌어 들고 산동네 집으로 돌아오신다. 오늘 저녁에도 나는 식구들에게 까만 행복을 줄 것이다. 요즘 아파트는 물론 단독주택에도 가스보일러나 기름보일러가 설치되어 있어 스위치만 누르면 언제고 따뜻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얼마 전만해도 가난한 사람들은 나 아니면 겨우내 덜덜 떨고 밥도 제대로 해먹지 못했었다. 단독주택에 살면서 쌀 두어 가마니를 팔아 놓고 나를 한 200여장 들여 놓으면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세상 부러울 게 없이 부자가 된 기분으로 까만 행복을 느끼며 살았다. 지금도 산동네 가난한 서민들은 나를 몹시 사랑한다. 그런데 나를 배달하는 사람들이 힘들다며 웃돈을 더 받아 안타깝다. 나는 서민들과 고락을 함께하며 살아왔다. 내 몸의 불이 꺼지면 통째로 불을 빌려주기도 하고 또 미쳐 나를 챙기지 못한 이웃에게는 내 친구들을 꾸어주기도 했다. 이웃을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쌀을 도와 주는 사람도 있지만 나를 가져다 주면 제일 반가워하는 게 서민들이다. 나는 서민들과 함께 살면서 눈물도 행복도 많이 보았다. 옛날 왕대폿집 목로에 동그란 구멍을 만들어 나를 앉혀놓고 김치두부찌게를 보글보글 끓여 막걸리 한 사발을 쭉 들이키는 청소부 아저씨는 두 손을 쫙 펴고 추위를 덮이기도 했다. 아파트 모퉁이 군밤장수 아줌마는 파란 불꽃이 올라오게 해놓고 철망 바구니에 밤을 담아 구워낸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한 봉지씩 사들고 귀가하여 아들이나 손자들과 나눠 먹으며 사랑을 나눌 것이다. 또 포장마차에서 돼지고기 삼겹살을 구워 소주 한 잔을 마시는 애주가들의 얼굴엔 행복의 미소가 넘친다. 이 모두가 나의 까만 행복에서 비롯된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섭섭한 일도 있다. 나를 승용차에 태워 산골로 데려가서 왜 귀한 사람의 목숨을 끊는데 이용한단 말인가? 이럴 때는 내가 세상에 태어난 게 원망스럽기도 하다. 또 관리를 잘못하는 바람에 사람들이 내가 내뿜는 가스에 취해 목숨을 잃거나 김칫국을 마시고 병원 신세를 지는 일도 있는데 그런 불행은 나를 무척 섭섭하게 한다. 옛날 먹고살기 힘들어도 나의 몸값이 그리 비싸지 않아 서민들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나는 까만 행복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필수품이다. 오늘도 어머님은 막내딸에게 나를 데려오라며 산동네 밑으로 내려 보낸다. 오늘밤의 까만 행복을 위하여 그럴 것이다. 나는 서민들의 다정한 친구 19공탄이다. (2010.12.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FLOAT LE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