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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복쟁이 친구/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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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51회 작성일 10-12-05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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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복쟁이 친구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신 구 산소 호흡기를 끼고 가쁜 숨을 헐떡이며 지긋이 내려다 보던 꾀복쟁이 친구야! 우리 죽어도 잊지 말자던 약속 지금도 기억하지? 그리고 죽어도 남에게 말하지 말라던 약속을 이제 죽을 때라 생각하고 말해 버릴까? 사실은 그거 아무것도 아닌 비밀인데 그렇게 단단히 약속했던 것은 참 웃겨,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말하지 말아야겠지. 초등학교 1학년 때, 선생님께 손바닥을 맞고, 기압을 받으며 오줌 싼 일을 말하지 말라 했었는데……, 어느 여름날 찌는 듯한 더위에 무엇이 좋다고 그랬던지, 이리 뛰고 저리 뛰다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 방죽에서, 어깨에 둘러 멘 책보를 동댕이치고, 바지를 훨훨 벗어부치고 흙탕물 저수지에 풍덩 뛰어들며 물장난을 쳤던 친구야, 지나는 사람이 훌렁 벗은 몸을 본 체도 않는다고, 돌멩이까지 던지던 개구쟁이였지, 그리고는 희희덕 거리던 그 시절이 생각나니? 그날 물때가 얼룩덜룩한 몸을 누나에게 들켜서, 찰싹찰싹 등을 맞으며 울면서 등멱을 다시 했다고 말하며 깔깔대던 친구야. ‘인간이 막다른 길에 고통보다는 눈가에 웃음을 지으며,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은 행복한 인생을 살고 가는 것’ 이라고 말했던가, 정신적 행복과 아름다운 추억은 육체적 고통을 초월할 수 있다는 뜻이리라. 그 생각이 나서 그 호흡기 낀 얼굴에 눈웃음을 보였나? 그 눈 속엔 죽을 때까지 말하지 말자던 약속이 생각난 모양이구나. 학교 갔다 오면 숙제도 않고 놀기를 좋아했던 우리 꾀복쟁이 친구야. 자치기, 구슬치기, 못치기, 표치기를 하며 실컷 놀았지. 그땐 네가 언제나 제일 멀리 쳐냈고, 몽땅 따서 나누어 주며, 딱지를 따서 호주머니에 불룩하게 넣고 자랑하던 너는 항상 따먹기 선수로 엄지손가락이었지. 요즘에 그 솜씨로 야구, 당구, 보링, 골프를 했으면 세계대회에서 또 엄지손가락을 들었을 거야. 놀다가 심심하면 이웃집 감 따먹겠다고 돌팔매질하다가 장독을 깨트리고 쫓겨 달아나 숨바꼭질을 했고, 오줌이 마려우면 양지쪽 울타리를 향해 누가 멀리 나가는가 시합을 했는데, 그때 누가 일등을 했나 기억이 안나네. 강건하고 힘센 너는 ‘낯선 이웃마을 불량배가 덤비면 내가 책임질 테니, 오늘 내준 숙제는 먼저 해서 보여 달라’던 너. 영어 단어장을 찢어서 나누어 외자고 했던 그 시절, 우리들에게 너는 정말 의리 있는 사나이요, 정의의 사도였지. 고등학교시절 한때 유행이었던 앞이마를 넓히려고 족집게로 앞머리를 뽑아, 여기저기 퍼렇게 멍들고 여기저기 딱지가 져 모자를 꽉 눌러쓰고 다니며, 넓은 이마를 만들어 부러움을 샀는데, 지금은 그 훤칠한 이마가 너무 벗겨져 뻔들머리에, 속알머리까지 없다고 놀림을 받았으니 참 웃기는 일이지. 요즘 젊은 여자들 청바지 짝짝 찢어 입고 다니는 걸 보면서, 그때 모자를 칼로 이리저리 그어 꿰매어 쓰고 다니던 생각이 났네. 그때 자네가 입었던 나팔바지를 끊으면, 요사이 유행하는 여자들 미니스커트로 적당할 것 같네. 교복에 넓고 두껍게 넣고 다니던 어깨 퐁은 잘 있는가? 그것 때문에 너를 ‘어깨’라 불렀던가? 사실 그렇게 넓지도 않은 어깨가 그때는 참 부러웠지. 그 옷을 찾아서 다시 쓸 곳이 없을까? 그래서 그런지 부럽게도 자네 주변에 세라복을 입은 여학생들이 빙빙 돌았지. 그 중 이웃동네 예쁜 그 여학생과의 열렬한 사랑, 진실이었나, 뻥이었나, 꼭 지키자고 한 비밀이었지만 이제는 말할 수 있겠지? 꾀죄죄한 나에게 멋좀 내고 다니라 했는데, 먹고 살기 어려운 때라 어떻게 멋을 내는 줄도 모르는 나보다 분명 너는 한 수 위였던 것 같아.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흰눈이 살풋 내린 어느날 저녁, 우리는 영춘이네 사랑방에 모여 닭서리를 모의하고, 캄캄한 밤에 솔밭 아래 외딴집을 찾아 너는 닭을 잡으러 가고, 나는 다복솔 밑에 숨어 기다리는데, 닭소리가 나더니 허연 물체가 살금살금 다가오기에, 네가 흰 닭을 안고 오는 줄 알고 흰 닭을 잡았느냐며 손을 내밀자 갑자기 싸리비로 머리통을 후려쳐 혹이 생겼잖아? 주인 할아버지의 하얀 수염이 흰 닭인 줄 알았지 무언가. 그날 닭은커녕 머리통 혹만 달고 투덜대던 기억나나? 지금은 ‘도둑’인데 그때는 먹고 살기 힘든 때인데도, 그저 장난꾸러기 놀음으로 웃어넘기던 시절이니, 인심도 후했지. 자네와 약속을 깨고 비밀로 하자던 그 이야기를 몇 년 전, 그 할아버지 문상을 가서 아드님께 실토하고 한 바탕 웃었네 그려. 어려웠던 보릿고개를 넘기고 난 뒤, 술 한 잔에 시 한 수로 세월을 달래자며 잔을 부딪칠 때, 막걸리에 시 한 수가 떠 오를 리 있었겠나? 한 잔 한 잔 부디칠 때마다, 쓸데없는 안주꺼리를 만들어 흉보다가 자랑하다가, 의미도 없는 제 흥에 겨워, 너무 많이 먹고 그날 밤 실컷 토한 기억만 남았네. 자네는 그날 시 한 수 읊었던가? 나는 속만 쓰렸다네. 이젠 죽어도 잊지 말자던 약속, 죽어도 남에게 말하지 말라던 약속, 그런 비밀을 간직할 필요가 없겠지?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니 말하지 말아야 할 텐데. 꾀복쟁이 친구야! 이제 너와 나의 삶도 얼마 남지 않은 모양이다. 누구보다 건강했던 네가 먼저 산소호흡기를 끼고 나를 지긋이 올려다보니, 나에게도 곧 그런 시각이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구나. 삶은 ‘꿈을 꾸며 꿈을 안고 왔다가 꿈을 다 펴보지도 못하고 간다’ 는데 친구는 어땠나? 친구만 알고 있는 비밀이겠지. 그 꿈의 크기와 속은 자신만이 간직하는 것이니까. 먼저 가거들랑 많은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놓았다가 만나서 또 재잘거리자꾸나. 시간은 잠시도 쉬지 않고 흘러간다. 항상 말하던 하느님의 행복한 품에 안겨 영면하기를 빈다. (2010.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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