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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곁말/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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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636회 작성일 10-11-2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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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의 곁말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흔히 쓰는 대포라는 말은 별다른 안주 없이 큰 그릇으로 마시는 술을 일컫는다. 이 말이 혼돈에 빠져 대포 집(대폿집), 대포 잔(대폿잔), 대포쟁이……등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정확히 따지면 국어사전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순수한 우리말 ‘대포’와 한자어 ‘대포(大砲)’가 그것이다. 大砲는 “①화약의 힘으로 포탄을 멀리 쏘아 보내는 큰 화기. ②‘거짓말’의 곁말,”이라고 풀이가 되어 있다. 과장된 표현으로 거짓말을 잘하거나 일을 부풀려 말하는 경우다. 속된 말로 뻥 투기를 잘하는 사람에게도 대포쟁이란 별명을 붙인다. 흔히들 김 대포, 이 대포, 박 대포…… 심지어 아리송한 왕대포 등도 심심치 않게 쓰는 말이다. 그런데 근래 새롭게들 이상한 뜻(대포 폰, 대포차, 대포통장)으로 쓰이는 경우가 생겼다. 제대 후 어느 첫여름 오후 교직 발령을 받고 부임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교무실에서 발령장을 제시하고 착임신고서를 작성 제출한 뒤 학교장이 교내에 부재중이라 찾아뵙는 때였다. 자리를 찾아가니 마침 오후라서 지방 유지들과 술자리를 벌이고 있었다. 초면인사가 끝난 뒤 동석한 유지들과도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술자리이니 나에게도 술잔을 권하는 바람에 엉겁결에 받고 보니 사발술, 다시 말해 대폿잔이었다. 다음에 알게 되었지만 교장이 술을 즐기니 자연 술자리가 잦았다. 따라서 술을 잘 들어야 자연스레 교장과 잘 소통할 수 있으니 신임(信任)도 받을 수 있었다할까? 그리고 초면에 전입교사의 기를 꺾기 위해서 대폿잔을 권하는 경우와 주석에서 벌주의 취지도 있었다. 하지만 즐기거나 즐길 줄 모르는 술에 대폿잔을 성큼 들기란 부담이 가기 마련이었다. 얼마 전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문제로 관 정가(官 政街)를 소란하게 만들더니 근래에는 추가로 대포 폰 문제로 발전하여 여야정쟁(政爭)으로 쟁점화 되었다. 대포 폰이라 처음에는 무엇인지 어리둥절했다. 여러 번 듣고 보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좀 이해 할 것 같았다. 해명으로 대포 폰이 아니라 대여 폰으로 해명하는 것을 보니 좋은 뜻으로 쓰이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또 몇 년 전엔 대포차로 범죄를 저질러 세상을 시끄럽게 한 적도 있었다. 차적(車籍)을 추적했으나 범인을 잡지 못했다. 대포차란 신분을 알 수 없게 하려고 거짓 등록된 차량을 뜻하는 모양이다. 납치, 유괴, 실종, 강도, 절도사건 등 범죄에 쓰이니 차량번호를 확인해 신고해 보았자 소용없으니 사회가 불안할 따름이다. 금융 거래 실명제를 실시한 지 오래다. 그런데 금융가(金融街)에도 대포라는 말이 등장했었다. 소위 대포통장이라던가? 금융사기단과 부정한 금융거래의 전용물이다. 전화를 통한 국제 금융사기 피해도 이미 속출하고 있다. 수법이 세상물정 모르고 순진한 분들은 감쪽같이 속기마련이다. 젊은 아가씨의 고운 목소리가 설마 사기일 줄이야! 이런 전화 안 받아본 분 별로 없을 것이니 속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할까? 정의사회는 투명한 거래만을 원하지만 이면(裏面)사회에는 실명화 할 수 없는 돈이 있게 마련인가 보다. 실명화 하지 못할 자금을 필요에 따라 차명계좌인 차명통장에 예치한다. 부정과 떳떳하지 못한 돈들은 비공식 불법차명계좌인 대포통장에 입금되고 이를 활용하는 금유사기범들은 오리무중으로 사라진다. 대포 폰, 대포차, 대포통장 등은 모두 신조은어(新造隱語)다. 관련기관에서 엄격히 관련법규에 따라 취급하니 일반국민들이 만들기란 감히 언급도 상상도 못한 것들이다. 이는 관련기관을 속이거나, 부정으로 합법화하여 만들거나, 염려스런 권력에 의하지 않으면 있을 수 없는 것들이다. 모두 진짜를 가장한 가짜! 시비가 분분하지만 이용자의 입장에서 선악을 가리지 않고 편리하게 마구 쓰려는 동기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수세기 전에 그레샴[Gresham. Sir Thomas(1519~79)]은 양화와 악화가 동일한 명목가치를 가지고 경제사회에 유통할 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통화유통 상의 법칙을 주장했다. 오늘날 가짜들이 진짜처럼, 거짓말이 참말처럼 설치며 문제들을 일으키니 경제를 떠나 일반 사회현상에도 이 법칙이 성행할까 염려스럽다. 이미 명품(名品)세계에는 짝퉁이란 가짜가 명품처럼 판치는 세상이 됐지만 속수무책이다. 허영심을 다소나마 충족할 수 있으니 다행이랄까? 이번 대포 폰 문제는 있을 수 없는 기관에서 발생했으니 시비가 좀처럼 수그러지질 않는다. 비록 서민생활과는 그리 큰 관련이 없다지만 무관심할 일은 아니다. 진짜만 통용되는 밝은 세상을 위해 다 같이 힘쓰자. 마침 한류(韓流)를 타는 막걸리, 대포 한 잔 들며 심기일전(心機一轉)하자. 더욱 대포란 말을 이상한 뜻의 곁말로 쓰지 말고 순수한 용어로만 쓴다면 좋을 텐데! 사전에도 없는 대포 차, 대포 폰, 대포통장 등 있어서는 안 될 괴물들이 발붙이지 못하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는 없을 까? (2010. 11. 22.) ※곁말: 바로 말하지 않고 빗대어 하는 말. 은어(隱語). 보기: 거짓말의 곁말은 대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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