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운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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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운전기(初步 運轉記)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거리를 걷다 보면 초보운전 차량이 가끔 눈에 띤다. 그들의 용단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용기가 없어 그랬든, 겁에 질렸든 면허를 얻고도 운전을 못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20여 년 전 일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필요에 의해 나는 내 나이 예순 살 때 운전면허를 땄다. 마이카시대가 무색하게 대중교통만 이용해 왔지만 교장 승진발령을 앞두고 교통여건이 좋은 곳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아 미리 대비한 것이다. 기관장이 되면 출퇴근뿐만 아니라 각종 회의와 기관장 모임, 업무추진 등 스스로 기동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마침 교장에게도 기관장예우로 월정액의 거마비도 지급될 예정이라니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드디어 발령이 나 근무지가 결정됐지만 예견한대로 교통여건이 좋지 않았다. 며칠 간 직원 승용차에 편승하여 출퇴근을 해 보니 좋은 점도 있었으나 스스로의 기동력이 없어 불편했다. 운전면허는 있지만 도로운전경험이 없었다. 당시만 해도 도로연수는 면허증을 획득한 뒤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였는데 이 과정을 이수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내는 차를 산다면 깜짝 놀라 결사적으로 만류할 것이니 별 수 없이 몰래 마련기로 했다. 불편은 내가 겪어야 하기에 마음에 좀 걸리지만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당분간 혼자만의 비밀로 하고…….
구매계약이 끝나고 인수날짜가 다가왔다. 전주시내에서부터 운전이 자신 없었다. 할 수 없이 한 직원에게 부탁하여 차를 인수하여 학교 운동장에 대기시키기로 하고 아내 몰래 고사(告祀)준비도 끝냈다. 직원들이 차 앞에서 무사고운행을 비니 응감이나 하듯 돼지머리는 입을 떡 벌리고 투자를 하란다. 배추 잎 하나를 물리니 돼지가 빙그레 웃었다. 익살맞은 한 직원은 “한 장 더!”하고 소리쳤다. 폭소 가운데 즐거운 축하 술잔을 나누었다. 소원하던 자가용 2호차가 생겨 상쾌했으나 위험부담이 따르는 마이카시대가 열린 것이다.
1단계로 방과 후 운동장에서 마음대로 차를 다루어보고 친숙하고 익숙한 차로 만들었다.
2단계로 표어 ‘초보운전’이란 표찰을 뒤창에 붙이고 면소재지까지 농로와 일반도로 운행연습을 하였다. 날마다 직행버스에서 내려 출퇴근운전은 물론 수시 열리는 기관장회의에도 참석했다. 3단계로 군 소재지에서 개최되는 모든 행사와 관내 각종회의 및 행사에 참가하려고 운행하였다.
4단계로 전주시내 진입을 위해 도로답사와 교통신호등체계를 파악하고 귀가하여 주차시킬 곳도 물색하는 등 운행에 성공을 꾀했다. 처음 시내로 진입할 때는 매우 긴장되고 초조한 기분이었으나 무사히 도착하니 상쾌한 마음을 이루 헤아릴 수 없었다.
5단계로 집에서 출근하여 무사히 퇴근에 성공하였을 때, 또 다른 목적지에 도착할 때마다 핸들을 놓은 순간, 긴장이 풀리고 온몸은 땀으로 목욕을 할 지경이었으나 안도감이 들었다.
아내에게는 편치 못한 침묵을 지켜오다 운전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긴 뒤 알렸으니 무던한 사람이랄까?
“여보! 선의의 거짓말 좀 했소. 이해해주구려!”
한두 번 성공하니 자신감이 생겨 출퇴근이 가능했고, 가야할 목적지 어느 곳이나 자신 있게 운행할 수 있었다.
운전을 하자면 사소한 실수가 있게 마련이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후회한 일도 있었지만 기왕 시작한 일 다시 한 번 다짐하곤 했다.
한 번은 전교생이 봄 소풍을 갔는데 뒤늦게 그곳을 찾아가려고 농로를 달리다 앞바퀴가 수로에 빠져 고생했던 일도 있었다. 농로에는 작은 교량이 많다. 좁은 다리를 건너다 뒷바퀴가 빠져 하마터면 전복할 뻔했던 실수도 겪었다. 혼자만의 사고여서 다행이었다. 또 시골길을 가다보면 길가에 수풀이 우거져 있다. 수풀이겠지 하고 무심코 가다보면 바위가 풀에 가려져 있어 바위와의 접촉사고로 큰 손해를 본 적도 있다.
좁은 길에서 흔히 차를 만나면, 초보운전이란 핑계로 상대방이 피해가도록 양해를 구했을 정도다. 차라리 큰길이 운전하기가 편했다. 다행히 이제까지 큰 사고 없이 사소한 사고만 겪어 무사고 운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복잡한 도시가 아니고 한가한 농촌에서부터 차츰 영역을 넓혀 왔기 때문일 것이다. 운전경험자들의 경험담을 귀담아 들어야하고 교통정보를 얻는 노력도 필요했다. 실체 없는 ‘엔진브레이크’의 이해와 활용은 시간이 걸렸다. 양보와 도로교통법 법규준수는 철칙이다. ‘초보운전’ 표찰을 자신 있게 언제 떼어낼 수 있을까? 그때가 하루 빨리 다가오길 바라면서 정성들여 운전을 했다. 무사고운전에는 과속이 금물이다. 끝까지 초보운전이란 마음가짐으로 운전을 한다면 즐거운 마이카시대는 활짝 열릴 것 같았다. 경력을 쌓았다 해서 자만은 있을 수 없다. 과태료, 범칙금 없는 모범운전자가 되기 위한 노력은 물론이었다.
도전정신 없는 젊은이들이여, 용기를 내라! 기동력이 경쟁력이다. 세상에 초보 운전기(運轉期) 없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 모두들 이해하고 양보하며 도울 일이다. 문명의 이기를 충분히 활용해야 세류를 탈 수 있는 현대인이 아니겠는가? 90대 운전자도 꽤 있다지만 누구든 시력, 청력, 순발력이 떨어지면 좀 불편하지만 서운할 때 핸들을 놓는 것이 상책이다. 핸들을 놓은 지 어언 10년, 새삼 초보운전 때를 되새겨 보니 모든 일은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초지일관(初志一貫)한다면 되지 않을 일이 어디 있겠는가?
(2009.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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