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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작가 최명희의 육성을 들으니/이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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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32회 작성일 10-11-0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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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작가 최명희의 육성을 들으니 전주안골 복지회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전주문인대회가 열려 찾아간 최명희문학관은 경기 전 동쪽에 자리한 일반 살림집 같은 집이었다. 최명희 문학관 지하 강의실에는 벌써 200여명쯤 되는 문인들이 모여 있었다. 사회자가 마당에서 연극배우 한영애 씨가 '혼불에 바치다'라는 행위예술을 선보인다고 소개했다. 올라가 보니 한영애 씨는 하얀 광목천을 현관에서 후문까지 길게 늘어뜨려 놓고 '혼'을 불러오고 있었다. 하얀 천의 끝 부분의 가운데를 갈라 몸으로 찢으며 끝에서 춤사위를 선보였다. 다시 지하강의실로 내려가 자리에 앉으니 대회선언과 함께 정군수 회장의 간단한 인사가 있었다. 송하진 전주시장은 축사에서 다음부터는 예산을 좀 더 늘려 지금보다는 더 큰 행사를 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말로 문인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두어 사람의 축사와 문학강연이 이어진 뒤 최명희 소설가의 귀한 영상과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혼불작가 최명희의 목소리로 듣는 강의 '방패연 뚫린 자리'가 소개되었다. 천연색화면이 아니라 조금 서운했다. 최명희 작가의 목소리는 조금 톤이 굵은 목소리여서 차분하게 들렸다. 나로서는 최명희 작가의 육성을 처음 들었다. 세계적인 소설가 최명희의 얼굴을 영상으로나마 볼 수 있어서 여간 반가운 게 아니었다. 최명희 작가는 1966년 19세 때 전주기전여고를 졸업하고, 21세인 1968년에 전북대학교에 편입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는데 아마도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었을까 싶다. 1972년 전북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1972년부터 1974년까지 모교인 전주기전여고 교사를 거쳐 1974부터 1981년까지 서울 보성여고 교사로 재직하였다. 이 때부터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 듯하다. 작품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떠나지 않았는데 실제로 작품을 쓰지 못한 것은 바쁜 교사생활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명희 소설가는 다시 작품을 써야겠다고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드디어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문에서 단편 <쓰러지는 빛>이 당선되고, 잇따라 1981년 2월에는 동아일보 창간 60주년기념 2천만 원 고료 장편소설 공모에서《혼불》(제1부)이 당선되었다. 오랜 세월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소설쓰기 열정이 교직을 떠나서 소설쓰기에 몰입하면서 그 빛을 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최명희 소설가는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하며 때로는 엎드려서 엉엉 울었고, 갚을 길도 없는 큰 빚을 지고 도망 다니는 사람처럼 불안하고 외로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쓰지 못하고 모아둔 자료를 어지럽게 쌓아둔 채 핑계만 대며 한 눈을 팔던 처음과는 달리 안타까운 심정으로 쓰기 시작한 작품《혼불》은 드디어 최명희 자신도 어쩌지 못한 불길이 되어 자신을 사로잡았다고 했다. 얼마나 고뇌에 찬 말인가. 교직 때문에 글을 쓸 수 없어 고민했는데 막상 글을 쓰기 시작하니 글이 잘 써지지 않아 또 고민한 것이다. 대 작가의 마음을 내가 어찌 알까만 수필을 쓰는 사람으로서 그 고뇌를 조금은 알 듯도 싶었다. 최명희 작가의 육성이 지금도 내 귀에 낭랑하게 들리는 것 같다. 그런데 최명희 작가는 천군만마가 아니라 단 한 사람이라도 내가 하는 일을 지켜봐 주면 좋겠다고 했다. 비록 단 한 사람이 알아 줘도 좋다는 각오로 글을 썼다는 것이다. 그런 각오로 17년간 원고를 썼다고 한다. 그 원고를 쌓으면 10층 빌딩보다 더 높을 정도라고 했다. 소설가 최명희는 1세기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대하소설 《혼불》을 남겨놓고 이 세상을 하직한 것이다. (201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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