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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에 춤추는 구절초/윤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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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75회 작성일 10-11-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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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빛에 춤추는 구절초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윤석조 강습동기들 몇 사람과 부부 모임을 가져 1년에 네 차례씩 만난다. 그 중 한 차례는 야외에서 모임을 갖는데 1박 2일의 여행을 하거나 하루 나들이를 한다. 올해는 야외모임으로 가까운 순창 강천산에서 하루 가을빛을 즐기기로 하였다. 비가 오고 기온이 뚝 떨어진다는 일기예보가 있었다. 하지만 그날 구름은 잔뜩 끼었으나 비는 오지 않고 날씨는 조금 찬 편이었다. 아내와 함께 등산복차림으로 신흥고등학교 교문에서 총무님의 차에 올랐다. 모두 열 세 사람이 두 대의 승용차로 떠났다. 전주 근교의 논에는 벼를 베지 않았거나 벼가 넘어진 채 그대로 있어 걱정스러웠다. 싱싱하게 자라는 미나리는 제철을 만난 듯 진초록으로 겨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무와 풀들이 저마다 가을 색으로 단장한 산기슭을 달려 옥정호 쉼터에서 커피 한 잔식 마시며 주변을 살폈다. 늘 밑바닥에만 깔려있던 옥정호 수면이 올여름 잦은 비로 만수가 되었고, 산기슭을 따라 돌아가는 검푸른 물길이 보기 좋았다. 산기슭에 듬성듬성 들어선 집들이 더 멋져 보였다. 좀 이른 시간이기는 하지만 날씨 탓인지, 주차장들이 텅텅 비어 있었다. 맨 위쪽 주차장 주변에 서있는 은행나무와 단풍나무의 잎들이 초록과 노랑, 붉은 색으로 여름과 가을을 함께 거느리고 있어서 보기 좋았다. 강천산의 단풍은 아직 일러서 며칠 더 있어야 좋을 것 같았다. 주차장에 남아있을 사람과 강천사까지 갈 사람으로 나누었는데 나와 아내는 강천사를 다녀오기로 한 팀에 끼었다. 연로하신 형님의 손을 잡고 천천히 함께 걸었다. 촉감이 부드러운 모랫길을 조금 오르다 보면 왼쪽 절벽으로 병풍폭포가 있다. 굵고 가는 네 가닥의 물줄기가 시원스럽게 쏟아져 내리며 나그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었다. 어느새 등산객들이 몰려왔는지 매표소에는 줄지어 서 있었다. 맑은 물길이 좌우로 바뀔 때마다 다리로 건너고 물이 고인 웅덩이에 큰 송어들이 물을 휘젓고 다녔다. 송음교 입구에 빨간 단풍나무 한 그루가 골바람에 춤을 추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너른 공간에는 쉴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어서, 앉아 깊어가는 가을을 감상할 수 있어 좋았다. 신선봉을 올라 갈 때 지나야 하는 현수교(구름다리)를 치어다보니, 지나는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올 때마다 현수교를 건너 신성봉을 넘어 내려갔으니, 비룡 교에서부터는 나도 처음 길이 되었다. 500m쯤 오르니 왼쪽에 구장군폭포가 있었다. 바위벽에 패인 두 가닥으로 물줄기를 세차게 쏟아 내리고 있는데 그 앞 쪽에는 너른 빈터가 있었다. 그 위로 강천호 댐이 보였다. 오던 길로 내려오다 산기슭을 따라 만든 나무다리로 내려왔다. 나도 처음 걷는 길이었는데, 조심스럽게 걸어오는 박 형이 더 좋아했다. 산채 비빔밥과 막걸리로 고픈 배를 채우니, 흔들리는 단풍나무가 가을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회원의 안내로 정읍 산내면 구절초 마을을 찾았다. 음력 9월 9일이면 아홉 마디가 된다하여 구절초라 했단다. 구절초는 다년생 풀로 9월에서 11월까지 분홍색이나 흰색 꽃이 줄기 끝에서 피고 흔히 쑥부쟁이와 함께 들국화라 한다. 구절초는 약용과 관상용이다. 작년부터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마을이었다. 산길을 몇 구비 돌고 돌아 언덕배기에서 내리니 바로 주차장이었다. 구절초축제(10.10~17)가 끝났지만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지, 주차장에는는 크고 작은 차는 십여 대가 넘었다. 이 마을 근처에 ‘구들 재’라는 큰 ‘재’가 있었는데 ‘구절 재’로도 불렸다고 한다. 이 구절 재와 구절초를 관련(關聯)시켜 이 지방 사람들이 이 산에 많은 구절초를 심어 매년 구절초축제를 연다고 하였다. 정읍시민들의 축제가 되고 관광객들을 끌어 들였다고 하니 아주 잘한 일이다. 구절초테마공원의 산책로를 걸었다. 큰 소나무 그늘에서 하얗고 분홍으로 핀 구절초가 가을바람에 춤을 추고, 코끝에 와 닿는 구절초 향기가 가을을 재촉하고 있었다. 길가 한 쪽에는 노란 들국화들이 이방인처럼 모여 있는 것이 이따금 보였다. 길 따라 산자락 밑으로 내려섰다가 위로 올라서니 온 산이 꽃동산이었다.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전망대 매죽정 아래에 서있는 ‘다람쥐 하늘 탑’이 울창한 소나무와 구절초를 보호해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단풍잎이 춤을 추며 불러주는 가을 노래를 들으며, 짙은 솔 냄새를 풍기던 고향 뒷동산을 떠올렸다. 구절초 한 아름을 옆구리에 끼고 사립문으로 들어오셨던 어머님의 모습도 어른거렸다. (2010.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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