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의 이미지(1)/김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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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이미지(1)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목요반 김상권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아무 생각 없이 숫자를 사용한다. 그러나 유달리 숫자에 민감한 곳이 있다. 가령 우리나라의 경우 호텔이나 병원 등에서는 사(四)자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사(四)의 발음이 죽을 사(死)와 같기 때문이다. 이처럼 숫자는 단순히 숫자로만 사용하는 게 아님을 알 수 있다. 바로 숫자에 의미를 부여한 까닭이다.
우리 민족은 유난히 3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3에 대한 상징성 때문이다. 삼(三)은 (一 )과 (二)의 합이다. 즉 양과 음의 합이란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다른 식으로 말한다면 음양의 조화를 통해서 만들어진 것이 3이라는 숫자다. 그런 점에서 3은 남녀 간의 결합으로 생산된 자식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셋에 대한 활용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승패를 결정짓기 위해서 내기를 하거나 씨름을 할 때 삼세판을 기본으로 한다. 세 판을 통해 승패가 결정되며 그것은 완전한 승리를 뜻한다. 심마니들이 산삼을 발견했을 때 심봤다를 세 번 외치는데 이것도 산삼이 완전하게 자신의 소유가 되었음을 알리는 행위다. 만세를 부를 때도 삼창을 한다. 기미독립선언서에도 33인이 서명했고 공약도 3장이었다. 화투놀이 가운데 고스톱의 기본 점수도 3점이다. 유행가에도 ‘최진사 댁 셋째따님이 가장 예쁘다던데’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 역시 우리 민족의 셋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민간신앙에서도 셋의 상징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를테면 삼신신앙(三神信仰)이다. 수태를 원해도 칠일마다 세 번에 걸쳐 삼신할머니에게 아기를 점지해 달라고 빌었다. 아기가 태어나면 7일마다 세 번 삼신상을 차려놓는 풍속이 내려왔다. 이것은 아기가 잔병에 걸리지 않고 잘 자랄 수 있기를 기원하는 뜻이었다. 삼칠일동안 금줄을 치는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
셋은 완전함, 혹은 완결을 뜻하는 숫자로 우리 민족의 특성을 은연중에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숫자 3에 대한 상징이나 의미부여는 단군신화에서부터 찾아볼 수 있다. 환웅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 천부인(天符印) 3개와 무리 3천명을 거느리고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와 함께 신단수(神檀樹) 아래로 내려왔다고 한다. 그런데 왜 3명의 인물을 데리고 왔을까? 세상을 다스리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 바로 세 분야임을 암시한다. 조선시대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과 지금의 행정, 입법, 사법의 3권분립 정신도 같은 의미가 아닐까.
나라마다 좋아하는 숫자와 싫어하는 숫자가 있다고 한다. 가령 미국인은 7을 러키세븐(Lucky Seven)이라 하여 행운의 숫자로 좋아하고 13이라는 숫자는 싫어한다. 그 이유는 그리스도를 판 유다가 최후의 만찬 때 13번째로 참석했다는 것이고, 그리스도가 죽은 날이 13일 금요일이라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건물마다 13층이란 표시를 하지 않는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좋아하는 숫자는 8이다. 재물이 생긴다는 뜻이 있기 때문이란다. 두 나라가 재물을 뜻하는 숫자를 좋아하는 것이 흥미롭다. 한국이나 중국 그리고 일본인들 모두가 기피하는 숫자는 4이다. 이는 죽음이라는 뜻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경에 나오는 4라는 숫자는 의미가 다르다. 이를테면 4는 우주를 상징하며 성스러운 수로 여긴다. 40이란 숫자는 정화의 준비기간을 의미하며 완성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나는 7을 좋아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저 행운의 숫자라는 것에 마음이 끌려서다. 그래서 한때는 비밀번호도 7777로 했던 적도 있었다. 자녀들에게 전화를 걸어 밑도 끝도 없이 어떤 숫자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장남과 딸아이 그리고 막둥이는 3을, 큰 며느리와 작은 며느리는 각각 4와 7을 좋아한다고 했다. 아내는 3을 좋아한단다. 우리 가족은 57.1%가 3을 좋아하는 셈이다. 이걸로 미루어 보아 우리 가족도 3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게 아닐까 싶다.
어느 숫자든 좋게 생각하면 좋을 것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나쁘게 여겨질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사회와 의식구조는 숫자의 상징성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가령 3이나 7이 나에게 부여된 번호라면 기분이 좋지만 4라면 왠지 꺼림칙하여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것 같다. 이것은 아직도 내 마음에 숨어있는 숫자의 상징성 때문이 아닐까?
(2010. 10. 10.)
* 풍백-바람의 신 * 우사-비를 관장하는 신 * 운사-구름을 관장하는 신
* 천부인 : 환웅이 환인으로부터 받았다는 3개의 신표(信表)
* 삼신신앙 : 출산과 육아에 관련된 것
* 삼신상 : 미역, 쌀, 정화수를 차려 놓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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