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밤을 줍던 날/이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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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밤을 줍던 날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의민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은 추석 연휴 끝 첫 금요일에 알밤을 주우러 갔었다. 이수홍 회장의 제안을 따르기로 한 것이다. 문우들 열두 분이 9월 24일 아침 8시까지 평생교육원으로 나와 승용차를 타고 갔다.
천고마비의 계절이라 춥지도 덥지도 않았다. 추석을 막 지난지라 날씨도 청명하였다. 헌데 금년은 철이 늦은 감도 아직 익지 않아 새파랗다. 내가 운동을 다니는 숲길에도 밤나무가 많은데 아직 밤송이가 벌어져 알밤이 빠지는 나무탓으로 는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알밤을 줍는 목적보다 소풍간다는 마음으로 따라 나섰다.
장소는 구이 광곡 큰불재를 넘어 임실군 신덕면이었다. 내가 어려서 자란 고향근처라 이 부부의 지리를 잘 안다. 8시에 평생교육원 앞으로 나가보니 이 회장은 배탈이 나서 못 온다며 김학 교수님께서 차를 몰고 나오셨다. 교수님 차를 타고 남원 쪽으로 달려 한일장신대학 오른쪽 새로 난 길을 따라 고덕터널과 광곡터널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신덕 진입로가 나온다. 내가 길안내를 하면서 운전하시는 교수님을 보니 미안하고 죄송스러웠다. 광곡재에 도착하니 조윤수 문우님도 혼자 차를 몰고 오셨다. 또 승용차 한 대도 금방 따라와 현장에 도착하니 산골은 공기와 풍광이 좋았다. 상쾌한 숲길을 한참 오르니 작은 주차장이 나오고 오두막 슬레이트집도 있었다. 오두막 앞 평상에 모여앉아 가지고 간 가용주 한 병을 나누어 마시고 각자 밤나무 밑으로 흩어져서 올라갔다. 한 사람이 만 원씩 냈으니 각자 알밤을 15k까지는 주워가도 된다고 했다.
밤은 원래 올밤이 있고, 보통 밤이 있으며, 늦밤이 있다. 대개 보름정도 간격을 두고 알밤이 빠진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밤 생산지로는 충남 공주와 여기 전북 임실을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여기 신덕에 와 보니 밤 밭이 넓은 골짜기에 크게 조성되어 있었다. 빨간 알밤 형제가 비둘기 알처럼 모여 앉아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내 어깨 너머로 툭하고 빠졌다. 이런 밤을 줍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오늘은 그런 밤이 드물다. 약을 하지 않아서인지 밤은 반절이상이 벌레가 먹었다. 그러나 어쩔 것인가, 썩었다고 버리면 주을 밤이 없으니 말이다. 이곳은 밤 생산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듯싶었다.
요즘엔 밤으로 못 만드는 음식이 없다. 옛날에는 밤으로 떡이나 약밥 아니면 삶아서 먹었지만 지금은 빵이나 떡, 심지어 얼음과자도 만든다. 밤으로 못 만드는 먹을거리가 없을 정도로 다양하게 쓰인다.
밤은 영물이다. 밤이 떨어져 땅속 깊이 묻혀 있어도 금방 싹을 틔우는 게 아니라 3년이고 5년이고 기다렸다가 기후와 습도가 맞아 살아가는데 지장이 없을 때 싹을 틔운다. 그래서 결혼 폐백을 드릴 때 자손을 많이 두라는 뜻으로 신부 앞자락에 밤을 던져 준다다. 우리는 낮 12시에 다시 오두막 평상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였다. 문우들은 행촌수필문학회 고재흠 회장이 가져온 오가피주와 다른 문우가 가져온 복분자술 등을 마셨다. 하지만 교수님은 운전 때문에 좋아하는 술도 못 마시니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찌됐건 오늘하루 밤 줍는 일은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문우들과 친목을 다진 날이어서 소득이 더 컸다.
(201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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