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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포의 꿈/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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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790회 작성일 10-10-1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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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포의 꿈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이 신 구 내 제자 중에 ‘왕식’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그 학생의 어머니는 학교 앞에서 막걸리 장사를 했고, 아버지는 양조장에서 배달을 하였다. 해질녘만 되면 그 집앞을 지나는 어린 학생들에게 그 집을 기웃거리지 못하게 했지만, 어른들은 항상 북적거렸다. 왕식이는 몰골이 꾀죄죄하고, 자신이 없어 보이며, 숙제도 해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도 별로 없고, 수업이 끝나도 집에 갈 생각은 않고 학교 양지쪽에서 어슬렁거리는 외톨백이었다. 어른들도 그 집을 부를 땐 ‘대포집’ 혹은 ‘왕대포’라고 불렀기 때문에 어린이들 귀에는 몹시 궁금했을 것이다. 어느 날, 1학년 학생들 몇 명이 몰려왔다. “선생님, 왕대포가 뭐래요?” “응, 그거 전쟁 때 쏘는 무기로 화약과 포탄을 쏘는 커다란 총 있지? 쾅! 쾅! 우르르 쾅!” “그런데 왜 왕식이네 집 앞엔 왕대포라고 써놓았대요?” “아마 그 집에 왕대포가 있나 보구나. “와. 그렇구나. 나도 한 번 봤으면!” 그 집 간판인 ‘왕대포’를 물어보는 것 같은데, 뭐랄까 어린이들이 이해할 확실한 정답도 없고, 왕식이를 놀려댈 것 같아 그렇게 말해 주었을 뿐이다. 그날 이후 아이들은 왕식이를 따라다니며, 손짓발짓을 하고 무슨 말인지 조잘대기 시작했고, 수업이 끝나고 그 집 앞을 지나칠 때는 호기심이 가득 찬 모습으로 기웃거렸다. 지나면서 보면 동네 어른들도 선생님도 그곳에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더욱 신기하고 궁금해 하였다. 그 뒤로 왕식이는 자라면서 친구도 생기고 공부도 제법 나아졌다. "나도 그 왕대포를 한 번만 봤으면……." 아마 그때 어린이들의 관심은 그것이었을 것이다. 왕식이 아빠는 정말로 대포를 잘 쐈다. 왕식이를 판검사로 만들겠다고 항상 말끗마다 큰소리를 쳤다. 그때 성적이나 성격으로 봐서 장담할 수 없는 대포(?)였다. 그 외에도 왕식이 아빠는 호방한 말, 좀 무식한 듯한 말투로 과장된 대포를 잘 쏘아 사람들을 웃겼다. 그래서 그의 별명도 ‘왕대포’였다. 그곳을 떠난 지 20년쯤 지난 어느 날, 당시 그곳에 같이 근무했던 선배 한 분을 만나 막걸리를 같이 마시게 되었다. 그 때 그 시절, 젊음을 불태우고 총각시절의 온갖 추억 이야기 끝에 ‘왕대포’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왕대포집에서부터 시작한 퇴근 후의 이야기는 생각할수록 흥미진진했기 때문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이, 그런데 말이야, 그 대포집 왕식이 있지? 그 애가 이번에 병원을 개업했다는구만…….” “어, 그래? 정말 놀랍구만. 대단하네요. 왕대포집을 해서 대학까지 가르치고 의사를 만들어 개업까지시켰으니…….” 선배가 알기로는 그때 이후 왕대포집은 문을 닫고 도시로 나가서, 아빠는 공사판에서 일하고 엄마는 풀빵 노점상을 하여 겨우겨우 작은 점포 하나를 열었단다.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왕대포’ 씨는 공사판 사고로 지체부자유자가 되었다고 했다. 그래도 자식에 대한 교육열은 대단하여 대학까지 가르쳤다고 한다. 정말 ‘왕대포’노릇을 톡톡히 해낸 자랑스러운 부모님과 어려움을 헤치고 노력하여 전문의까지 마친 왕식이에게 마음속으로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수십 년의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가슴 깊이 넣어주지 못한 교훈을 이제야 듣게된 것을 안타까워 하면서 왕대포집을 나왔다. 지금 생각해 보니 당시 아빠 ‘왕대포’는 무식한 듯했지만 굳은 의지와 각오로 끊임없이 ‘할 수 있다’는 꿈을 자극했고,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아들을 격려하고 뒷받침해 주었기 때문에 오늘의 결실을 가져왔으리라.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부모님의 참뜻을 알고 자신감을 갖고 피나는 노력을 했기에, 전문의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자기의 앞길을 개척하는 길은 굳은 마음과 의지가 중요하다. 왕식이가 고액과외를 받았을까, 맞춤 개별지도를 받았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요즘 가난하다고 탄식하면서 자녀를 고액과외 시키지 못해 안달하는 부모들과 작은 일에도 좌절하고 환경과 처지를 탓하는 청소년들을 볼 적에 ‘왕대포의 꿈’은 많은 것을 시사해 준다. 환경 탓, 돈 탓, 시간 탓, 또 탓, 탓하는 젊은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다. 인간의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리고 의지와 신념만 있으면 어떠한 꿈도 이룰 수 있다. 얄팍한 심보로 남을 속이려는 잔꾀를 버릴 일이다. 호방한 말, 좀 무식한 듯한 말투로 과장된 대포를 잘 틀어 사람을 크게 웃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대포를 실현할 수 있는 꿈을 가지고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오늘 나도 ‘왕대포’ 한 번 쏘아 볼까? (2010.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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