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를 닮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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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를 닮은 아이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수요반 최윤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다. 좋은 꿈을 꾸었으니 꿈을 사라며 복채를 달라고 하셨다. 며칠 뒤, 복채를 드리고 들은 이야기는 이러했다. 어떤 할머니에게서 탐스러운 복숭아를 받는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태몽 같았다. 내가 결혼한 지 4년이 다 되고 있다. 시댁에서나 주변에서 내게 가장 궁금한 사항은 임신 여부다. 꿈이라고 과연 믿을 게 있나 싶었지만 꽤 신통력이 있는 엄마의 꿈이기에 내심 기대를 했었다. 그러나 임신이 아니었다. 대신 언니가 아이를 가졌다. 엄마의 꿈은 언니의 태몽이었던 것이다. 엄마는 그 할머니가 복숭아를 뒤에 하나 더 감추어 두고 주지 않았다며 그것은 분명 내 것일 거라며 나를 위로했다.
시어머니도 가끔 전화를 하신다. 태몽을 꾸었다며 내게 넌지시 소식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래서 무슨 꿈을 꾸었냐고 여쭈었더니 복숭아 한 소쿠리를 받는 꿈을 꾸었다며 분명 내 태몽일거라고 하셨다. 하지만 그 꿈도 내 것이 아니었다. 갓 시집 온 동서가 임신을 한 것이다.
친구들도 내 태몽을 꾸었다며 전화가 오곤 한다. 한 번은 ‘예지몽’ 을 잘 꾸기로 유명한 친구가 내 태몽을 대신 꾸어 주었다기에 혹시나 했었다. 그 친구는 자신의 임신 사실을 늘 ‘태몽’으로 알았다고 한다. 특히 막내아들을 가졌을 때 어떤 남자가 복숭아를 줘서 먹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 친구는 산부인과에 가지 않고도 임신을 100퍼센트 확신했고, 그 꿈은 들어맞았다. 그러나 용하다는 그 친구의 꿈도 내 것이 아닌 모양이다.
난 결혼한 지 4년이 다 되도록 태몽이란 것을 꾸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태몽을 잘도 꾸고, 또 그 태몽은 신기하게도 잘 들어맞는다.
그 뒤, 나도 몇 번 복숭아를 먹는 꿈을 꾸었었다. 복사꽃 아래 앉아있는데 꽃잎이 내 어깨에 떨어졌다. 나무 위를 바라보니 작은 복숭아들이 달려있었다. 무의식중인 꿈에서도 난 그것을 기필코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먹지 못하고 꿈에서 깨어버렸다. 그 뒤 난 또 복숭아를 먹는 꿈도 꾸었다. 평소 향기가 나고 한 입 베어 물면 과즙이 흐르면서 입안에서 스르르 녹아 버리는 약간 무른 복숭아를 좋아하는 나였기에 입맛을 다시며 먹기 시작했다. 이번엔 먹기까지 했기에 혹시나 했었다 하지만 다음날 과일가게에 들러 꿈에서 본 그 복숭아를 보았다. 임신이 아니라 그냥 복숭아를 살 꿈이었던 것이다. 그 뒤에도 어렸을 때 친했던 친구가 복숭아를 주는 꿈을 꾸는 등 복숭아 꿈을 꾸는 날이 늘어났다. 아마도 태몽 중에서도 효험이 가장 큰 ‘복숭아 꿈’을 꾸고자 하는 나의 바람이 내 무의식까지 점령했던 듯했다.
어렸을 때부터 옛날이야기 듣기를 좋아했던 나는 ‘복숭아 동자’ 라는 이야기를 특히 좋아해서 잠자기 전에 꼭 그 이야기를 해달라며 엄마를 조르곤 했었다. ‘복숭아 동자’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옛날 옛적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에 아이 없이 외롭게 사는 노부부가 있었다. 그 노부부는 어느 날 나들이를 갔다가 먹음직한 복숭아를 발견하고 정답게 나누어 먹다가 마지막으로 씨앗이 남았는데 그 씨 안에서 아주 작은 아이가 나타났다. 그 노부부는 그 아이를 데려다 금이야 옥이야 기르는데 그 아이가 무척 영리하여 어떤 힘든 난관도 헤쳐 나가며 부모님을 정성껏 모시며 행복하게 산다는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듣다 잠이 드는 날이면 난 ‘복숭아 동자’를 만나는 꿈을 꾸길 기도했고, 그 꿈을 꾸는 날엔 어찌나 신이 나던지 꿈에서 깨지 않았으면 했다.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복숭아가 나오는 꿈은 내겐 갈망의 대상인가보다.
난 오늘도 꿈을 꾼다. 이젠 억지로 복숭아를 따려 하지 않는다. 그저 난 아름다운 복사꽃 길을 걷기도 하고, 탐스러운 복숭아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것은 오직 나만의 복숭아일 테니까 지금껏 보아왔던 것과는 분명 다른 느낌의 복숭아일 것이다. 난 그것을 맛있게 한 입 베어 물 것이다. 그 복숭아는 정말 예쁘고, 이제껏 먹었던 것 보다 아주 맛이 좋아서 입이 짧은 나도 금세 먹어 치울 것 같다.
이왕이면 하얀 복사꽃처럼 어여쁘고, 복숭아처럼 향기로우며, 탐스러운 복숭아 동자처럼 영리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꿈을 꾸면 좋겠다. 난 오늘밤도 그 꿈을 꾸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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