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와 CCTV/송일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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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모와 CCTV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송 일 섭
시골의 한적한 마을에 팔순 노모가 살고 계신다. 어머님은 우리 마을에서 농사를 지으시는 분 중 가장 나이가 많으시다. 옛날 어려운 시절을 지내셔서 인지 아끼고, 절약하시며, 욕심도 많고, 고집도 센 분이다. 모내기 때나 농약을 할 때는 삯군을 부르지만, 농사일이 돈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 때를 맞추려면 언제나 어려움이 따랐다.
농촌은 젊은이가 없어 일손이 부족하고, 기후가 고르지 않아 때를 놓치면 1년 농사를 망칠 수 있다. 이제 농사를 지으려면 때로는 이웃과 부딪치기도 한다.
어느 해인가 비료가격이 폭등한다는 뉴스 때문에 농협에서 비료 40포대를 사셨단다. 농협에는 동네 M씨를 통하여 비료 배포를 하였는데 어머님께서는 비료를 받지 않으셨다고 하고, M씨는 주었다고 하는 상반된 의견이 있어 말다툼이 났다. 내가 확인해 보니 장부에 사인은 받지 않았으나, M씨는 비료를 나누어 주었다고 했다. 농촌에서는 서로 믿고 영수증 없이 거래하는 관습이 있다고 했다. 나의 영수증 받기 습관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그러한 일로 어머님과 M씨는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었다.
벼를 베면 큰 마대에 담아 트럭에 실어 건조장에 갖다 놓는데, 한 번은 건조장에 간 트럭이 너무 늦게 오자 벼를 빼내고 늦게 왔다고 다툼이 있기도 하였단다. 추수하는 날은 내가 곧잘 참석하는데 그날은 쉬는 날이 아니어서 참석을 못했다. 그 이후로도 건조장에서 벼가 바꾸어졌다는 둥 이웃과 마찰도 있었다고 했다.
한편 생각하면 노인 혼자 계시니 돌봐주기는커녕, 너무 소홀히 대접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노욕과 고집이 인심을 잃으시는 것 같아 안타깝기도 했다.
“어머니, 어머님은 성실한 불(佛)제자이시니 자비를 베푸시는 마음으로 사시고, 고되고 속상한 농사를 짓지 마시고 편하게 노후를 보내세요.”
시골집 건물은 옛날 초가집에 새마을운동 때 지붕에 기와를 올린 70년이 넘은 낡은 집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주방에 비가 새어 그릇을 10개 이상 놓고 비가 갤 때까지 기다리곤 하였다. 쥐는 왜 그렇게도 많은지 주방까지 들랑거렸고 여름에는 모기떼며, 파리가 들끓었다. 마당은 비가 오면 물 빠짐이 좋지 않아 질퍽질퍽하니, 서울이나 부산에 사는 며느리들이 명절에 와야 기거할 곳이 마땅치 않으니 오지도 않는다.
방은 2개지만 방 하나는 창고처럼 쓰고 방 하나에서 모두 잠을 자니 어머님은 늘 자식들한테 미안해 하셨다.
이웃집들도 살기 불편한지 새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하나둘 새 건물이 들어섰다. 그러자 어머님께서도 집을 짓자고 하셨다. 장남인 나는 형제들과 집짓는 문제를 상의하였더니 시골에 돈을 투자하지 말라고 적극 말리는 동생이 있었다. 어머님께 도시로 나오셔서 사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의견을 여쭈었더니 절대 고향을 떠나지는 않겠다고 하셨다.
측량부터 하였다. 측량을 해보니 이웃 두 집에 15평과 7평 정도의 우리 땅이 들어가 있었다. 어머님께서는 측량 결과 우리 땅이니 내 땅을 내놓으라고 하셨는데, 순순히 돌려 줄 이웃이 아니었다. 그 일로 또 동네가 소문이 날 정도로 이웃과 싸우셨다.
그 뒤 시골 동네지만 어머님을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둘씩 늘어났다. 어머님께 마음을 비우고 베푸는 마음으로 편하게 사시라고 고향에 갈 때마다 말씀드렸지만, 그리 쉽게 고치질 못하셨다.
어머님께서는 수년 전부터 절에 다니며 자식 잘되기를 비신다. 그래서 부처님말씀처럼 베푸시고 희사도 하시라고 하여 동네 주민들이 모일 때 팔순 기념으로 50만원을 희사하셨다. 전에도 노인정준공식 때 풍물 일체를 희사하고 동네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라고 대형 솥을 사 기증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동네에 못된 버릇을 지닌 자가 있어 저녁이면 가끔 누군가가 창고 문을 어긋나게 하는가 하면, 어머님께서 사용하시는 전동차를 찢어 놓기도 하였다. 경찰에 신고하여 전화기에 비상 장치까지 하였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행동요령을 경찰이 잘 알려주었으며 저녁이면 순찰까지 해주었다.
요즈음 어머님께서는 이웃과 싸운 일을 퍽 후회하고 계신다. 지난날 잘 지냈던 시절을 고맙게 그리워하시며 빨리 회복되기를 바라신다.
자식 된 도리로 어머님이 마음 편하고 건강하기를 바라며 고민하던 중 경찰이 CCTV를 설치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였다. 형제들과 상의 끝에 CCTV를 설치하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 기기에 대하여는 아무 지식이 없기 때문에 김제와 전주에서 여러 업체를 돌아다니며 견적을 받았다. 150만원에서 86만원까지 다양한 견적이 나왔다. 한 번 설치하면 오래 쓸 것 같아 좋은 제품으로 사려고 하였다. 깜깜한 밤중에 선명도가 어떨지가 걱정이었다. 적외선 카메라는 보통 41만 화소와 27만 화소가 있는데 그 차이를 알 수 없어 업자의 의견을 들어보니 선명도는 차이가 없다면서 27만 화소를 권하였다. 업자의 말대로 86만원에 계약을 하였다. 설치하는 날 경찰이 위치를 선정해 주어서 그대로 하였다. 저녁을 기다려 깜깜한 밤중에 모니터를 보았다. 27만 화소인데도 대낮처럼 선명하게 보였다. 밖의 장면을 모니터로 보니 새삼스럽게 과학이 발달되었다고 생각되었다. 어머님께서 노욕과 고집을 접고, 싸운 일을 후회하고 계시니 널리 이해하여 주고 따뜻한 정으로 받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모님도 이번 CCTV 설치를 계기로 마음 편하게 여생을 지낼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20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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