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김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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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묘(省墓)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김창영
성묘란 우리 민족에게만 있는 조상숭배사상이며 미풍양속이다 오늘은 70대 중반인 동생 두 명과 함께 고조부님 묘소에 성묘하러 가는 날이다. 묘소는 멀리 전남 구례군 산동면 대평리 지리산 온천 뒷산에 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야산이다. 옛날에는 산수유가 곱게 수놓인 봄철에 버스를 대절하여 자손들이 함께 성묘하고, 산수유계곡에서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어 먹으면서 정담을 나누니 마치 우리가 신선처럼 느껴지기도 하였다. 그런데 요즈음은 자손들이 각지에 흩어져 살고 관심도 적어져서 성묘는 늙은이들의 몫이 되어버렸다.
봉분의 잔디가 살지 않았다. 그래서 5년 전에 자손들이 잔디를 배낭에 넣어 짊어지고 가면서 무거워서 흙을 털고 운반하였더니 떼가 살지 않았다. 때마침 작년에 임야 간벌로 600만원이 수입되어 그 일부를 사초경비로 쓰기로 결의하였다. 포크레인을 동원하여 하루는 길을 내고 돌과 잔디를 운반하며, 이튿날에는 둘레석도 하고 잔디를 심었다. 오늘은 잔디가 잘 살았는지 살피는 날이다.
어제는 비가 내려 오늘 날씨를 걱정하였으나 다행히 구름은 끼었지만 비는 오지 않았다. 도로가에는 코스모스가 춤을 추고 있고, 들에는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풍요로움을 느끼는 계절이다. 산소 길옆에는 이름 모를 야생화가 피어 우리를 반겨주고, 계곡의 물소리와 함께 산수유나무 열매가 빨갛게 익어간다. 산수유는 동의보감에 당뇨병, 고혈압, 관절염, 부인병, 신장계통에 좋고 정신진정에도 효과가 좋다고 기록되어 있다.
옛날에는 명당이다 싶으면 그곳의 임야를 사들이고 위토를 마련하며 관리인을 선정하여 묘소를 돌보도록 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벌초걱정은 하지 않고 벌초가 잘되었는지 살피는 성묘만 하면 되었다.
묘소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지리산자락이라 올라가는데 좀 힘이 든다. 지리산은 잡목이 많고 소나무가 적은편이나 이곳은 노송이 우거져있고 그 푸름이 비길 데 없어서 이곳에서는 송이버섯이 나기도 한다. 묘소에 올라오자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둘레석이지만 잔디가 잘 살고 벌초도 잘되어서 기분이 좋았다. 자손으로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되었다. 이 모든 일이 부지런하고 성실한 유사 장영 삼종제 덕이다.
이곳은 지리산온천이 개발되기 전에는 교통도 나쁘고 한적한 산중이었다. 왜정 때는 이곳이 숯을 굽는 숯가마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온천이 개발되면서 이곳은 엄청나게 변했다. 호텔, 콘도, 청소년수련장, 민박집, 그림 같은 별장, 새로운 도로가 개설되었다. 내면적으로는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나 겉으로는 지상의 낙원처럼 느껴진다.
성묘를 마치고 하산하는데 누구냐고 소리치는 사람이 있었다. 알고 보니 송이버섯을 채취하는 사람이었다. 산 위에서 개로 하여금 낯선 사람을 감시하고 있는데 개밥을 주러 간다고 하였다. 송이버섯 채취는 아무나 할 수 없고 군청에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였다. 송이버섯은 다른 버섯에 비하여 항암효과가 100배에 이른다. 킬로그램 당 35만원이나 간다. 지리산온천은 한동안 게르마늄온천으로 각광을 받았으나 요즈음 이용객이 뜸하여 폐장하고 가족호텔만 운영하고 있다. 온천장을 수리하고 있는데 새로 단장하여 다시 개장할지 다른 용도로 쓸 지는 알 수 없다. 원래 온천이란 고온의 온천수를 채수하여 냉각시켜 온천수로 사용한다. 옛날 대전에서 버스를 타고 유성온천에서 온천욕을 하고 돌아와도 시내 목욕요금보다 싸다고 하였다. 그런데 요즈음은 생산 수온이 20도만 넘으면 온천수로 허가가 난다. 우리 고장 죽림온천도 문을 닫은 상태다. 오늘날 우리 자손들이 박사나 교수 등으로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이 산소의 명당바람이라기보다 명당을 찾아 정성을 다하는 선조들의 얼을 이어받아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자연이나 모든 제도는 변하기 마련이니 먼 훗날 자손들이 성묘를 하고 않고는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다. 오늘 우리가 할 일만 하면 된다. 여하튼 자손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등산 겸 성묘도 하고 온천수에 몸을 담글 수 있는 곳에 묘를 써 주신 선조들의 지혜에 머리 숙여 감사할 따름이다. 승용차로 성묘를 다닐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되어 행복하다. 성묘를 한다고 신고만 하면 종중에서 교통비와 점심값까지 제공하니 그게 어찌 우리 집안의 자랑이 아니랴.
(201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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