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유목민들/정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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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유목민들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장영
인류가 수렵과 유목생활에서 농‧축산업으로 정착하여 농경문화가 발전했다. 정착생활을 함으로써 오늘의 문명을 이루어냈다. 그런데 농경시대를 거쳐 산업화사회에 접어들면서 다시 유목민신세가 되는 양상이다. 농경과 정착생활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고나 할까? 옛 유목민은 초원과 오아시스를 찾아 다녔다지만 현대인들은 일자리를 찾거나 자녀교육을 위해서 도시로 모여든다.
나 역시 농촌의 소도시를 떠나온 지 어언 30여년이 되었다. 일자리보다 자녀들의 교육 때문이었다. 젊은이들은 일자리나 배우자를 찾아 농촌을 떠나야 했다. 한때 유행했던 “앵두나무처녀”란 노랫말이 생각난다. “앵두나무 우물가에……, 물동이 호미자루 나도 몰래 내 던지고……." 농촌에는 산업화로 처녀가 사라졌다. 벌‧나비가 날아도 꽃이 없는 화단이 된 셈이다. 신랑은 신부 감을 찾아 도시로 떠나야 했고, 결국 국제결혼까지 등장한지 오래다. 농촌의 전통적 삼희성(三喜聲)도 사라진지 오래다. 도시는 팽창했고 신흥도시도 수없이 생겼다. 한 번 도시생활에 맛 붙인 젊은이들은 다시는 고향인 농촌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이들은 아파트생활에 익숙해졌고 건설업자들은 자연 재미를 보아 수없이 난립했다. 아파트는 사는 게 목적이지만 재테크에 더 무게가 실렸다. 재테크를 위해서는 유목민처럼 오래 살지 않았다. 심하면 1년도 못살고 이사를 다니니 새로운 유목민이 아니고 무엇이랴? 돈 없는 서민층은 월세, 전세살이로 덩달아 옮겨 다녀야 했다. 일자리를 찾아서는 어디든지 좋은 들러리유목민, 실속파유목민은 재테크나 좋은 학군을 찾아 옮겼고, 정 못 옮기면 위장전입에 위법쯤이야 아랑 곳 없었다. 재테크에 도움이 된다면……. 현대판 유목민들의 군상(群像)들이다. 이사를 잘 다녀야 재테크에 성공한 능력 있는 가장(家長)이 되었다.
지어도지어도 천정부지(天頂不知)로 값이 오르는 게 아파트값이었다. 건설업체는 때를 놓칠세라 승승장구(乘勝長驅) 돈벌이를 잘했다. 은행들은 이를 담보로 자금을 대주고 편안하게 돈벌이를 했다. 토지주택공사는 서민주택 마련을 한답시고 집장사 땅장사로 재미를 보았다. 그간 불로소득에 미소 띤 실속파 현대판 유목민들! 일확천금(一攫千金)에 노다지를 캤다. 덩달아 자치단체장들은 표를 의식해 지역개발을 빙자하여 택지조성사업을 벌여 땅장사로 값을 부추기지 않았던가? 당국은 주택사업에 정책적 금융지원, 은행들은 지어지지지도 않은 아파트 선 분양에 담보대출로 값을 부추겼다. 오를 때가 있었으면 내릴 때도 있어야 하거늘 오르기만 했으니 거품이 잔뜩 끼게 마련이었다. 이처럼 정책적 보호 아래 그간 여력 있는 부유층은 사놓기만 하면 돈이 굴러들어오는 일이었다. 이에 동참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바보가 된 셈이니 아쉬울 따름이다.
십여 년 전 환란(I. M. F.)때 이들(금융, 건설회사)의 부실과 도산에 천문학적 공적자금을 퍼부었다. 한때 오르는 값을 잡아보려고 안간힘을 다했으나 실패했다. 지난 미국 발 세계적 국제금융위기 수습은 고용 없는 성장을 맞았다. 경기가 꺾이더니 미분양 아파트의 속출에 거래는 점점 줄고 거품 빠지는 소리가 높아 갔다. 아파트값 추가하락에 전전긍긍(戰戰兢兢)하다 이들 건설회사와 은행이 도산(부도)하지 않을까? 도산한다면 회수 못한 공적자금에 추가자금을 투입해야 하니 드디어 주택거래 정상화 대책(8.29)이란 것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규제완화(D.T.I.)로 쉽게 말해 “돈을 더 빌려 줄 테니 새 아파트를 사고 옛 집은 팔되 뒷일은 각자가 책임”지라는 것이다. 쉽게 정리하면 ①값 떨어지는 일을 막고 ②사고팔아 거래 활성화에 ③미분양 아파트를 인위적으로 없애보자는 것이다. 투기에 급급했던 투기세력과 이를 조장한 공범, 금융기관, 건설업체들을 우선 연명시켜보자는 것에 또 한 번 웃음꽃이 피었다. 아쉬움은 빚을 더 지지 않는 방법은 없었을까? 하기야 속된말대로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지, 내 배 째겠니?” 더욱 경제성장은 인플레이션 추세이니 빚을 얻어 집을 산들 믿질 걱정이 있겠는가?
경기가 살아나면 천만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깡통 아파트를 만들어가는 시책이 되지나 않을까 매우 걱정스럽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경제원리란 아랑곳없다. 가계부채를 늘리는 것이 국민경제를 위해서 꼭 필요한 정책일까? 늘어가는 가계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뻔한 일이다. 은행, 건설회사, 투기자(실속파 현대판 유목민)들 덕으로 국민경제의 파탄을 보자는 것이다.
서민들은 제 집 마련에 번 돈을 그대로 몽땅 모아야 십여 년(서울기준 12.82년)이 걸린다하니 빈익빈 부익부가 계속될 뿐이다. 거품이 좀 빠져 적정가격이 되도록 버려두면 어떨까? 투기세력의 투기심도 꺾고! 내 집 마련 기회를 기다리는 서민(들러리 파 유목민)들의 소망이 좀 이루어지도록…….
거품 빠진 아파트값에 미국 등 선진국들도 깡통 주택이 이미 많이 생겨나 국가적인 고민거리가 된 지 오래란다. 부동산 경기부양도 좋겠지만 깡통 아파트 양산(量産)을 부추기는 일이 아닐까? 다 같이 고민해야 할 일이다. 웃음 잃은 실속파 현대판 유목민 신세가 될지언정 당국은 “닭 쫒던 개”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10. 8. 29.)
※깡통아파트(주택)이란?
주택가격의 하락으로 은행담보 대출액보다 값이 싸게 형성하여 매매도 잘 안 되는 주택을 말함. 보기, 증권계좌의 깡통계좌에서 온 말이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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