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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강의실/김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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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58회 작성일 10-09-2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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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은 강의실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김병규 마음은 늘 강의실에 있었습니다. 정으로 강의하시는 지도교수님, 정겨운 문우들이 거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강의실에 찾아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2010년 하반기 수필창작 금요반 개강의 날, 나는 용기를 냈습니다. 부실한 허리에 복대를 두르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시내버스를 탔습니다. 1년 넘게 병상생활을 하다가 모험심을 안고 시작한 첫 나들이였습니다. 아내는 택시를 이용하라며 챙겨주었지만 나는 교통비라도 줄일 요량으로 버스를 택했습니다. 시내버스는 나와 악연이 있습니다. 지난해 7월 28일 밤 9시쯤, 나는 파란 신호등만을 믿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급히 달리던 시내버스에 치어 죽음의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 뒤 1년도 넘게 병상생활을 했습니다. 아직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바라만 봐도 몸서리처지는 시내버스를 나는 속없이 또 탔습니다. 몹시 조심스러웠으나 무사히 강의실에 도착했습니다. 강의실에 들어서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도록 감격스러웠습니다. 긴 세월 함께 공부하던 문우들의 얼굴이 꿈결처럼 보였습니다. 문우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웠느냐며 내 손을 꼭 잡아 주었습니다. 어떤 문우는 온 몸으로 안아주기도 했습니다. 여성 문우들이 더 정 깊게 안아주었습니다. 인간의 배움터인 수필공부에는 남과 여의 벽이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문우들의 따뜻한 정이 투병생활에 지친 내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었습니다. 나는 지도교수님 앞으로 갔습니다. 살아서 다시 강의실에 왔노라고 인사를 했습니다. 교수님은 벌떡 일어나 내 손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그 정이 전류처럼 흘러 내 가슴에 파고들었습니다. 투병생활을 하던 1년 동안에 나는 폭삭 늙어버렸으나 문우들은 생기발랄한 젊음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인간학인 수필은 마음도 몸도 젊게 하나봅니다. 수필창작 강의실은 내 꿈의 요람이요, 희망을 가꾸는 텃밭입니다. 나는 수필공부를 통하여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2001년,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정 창설 첫 수강생으로 등록할 때 나는 65살이었습니다. 나는 문학의 ‘文’자도 모르고, 수필에 ‘隨’자도 모르는 청맹과니였습니다. 수필을 공부하여 노년에 보람을 찾아보자는 의욕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내가 어렸을 때 떠나신 아버지의 유훈(遺訓)을 떠올렸습니다.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겠다는 신념으로 10년을 집중하면 단단한 바위도 뻥뻥 뚫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나는 그 유훈을 따라 수필공부에 10년 목표를 세웠습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만 8년, 16학기를 수강했습니다. 공부하는 과정은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어렸을 때는 재주가 있다는 말도 들었으나, 녹슬어버린 머리가 의욕을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생소한 단어 하나를 익히는데도 심혈을 기울여야 했고, 좋은 말도 듣는 대로 잊어버리기만 했습니다. 고통은 참으며 읽고 생각하고 쓰기를 반복했습니다. 내가 쓴 글이 마음에 들 때가 있었는가 하면, 써놓은 글에 실망할 때도 있었습니다. 애써 공부한 결과 2년 만에 등단이라는 이름표를 달았습니다. 2005년에는 양성평등수기공모에 차상을 받았습니다. 지난해에는 편지쓰기대회에서 장원을 해서 지식경제부장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포스트타워(서울중앙우체국 10층)에서 상장과 트로피를 받을 때는 공부한 보람을 느꼈습니다. 응모자 3만 7천명 가운데 내가 장원이라니, 꿈만 같았습니다. 등단 7년 만에 수필집 《시련의 강을 건너》를 상재하여 ‘행촌수필문학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 모든 영광이 내 희망의 텃밭인 강의실에서 충실히 수강한 결과라 믿습니다. 수필공부를 시작하지 않은 나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정처 없이 떠도는 방랑객이 되었거나, 경로당에서 담배를 피우고 화투를 치며 의미 없는 노년을 보냈을 것입니다. 공부를 시작하여 꿈을 이루며 사는 자신이 행운을 타고난 사람으로 여겨집니다. 몸이 아파 고통스러울지라도 공부하려는 의지로 극복하렵니다. 저 하늘같이 높은 수필문학의 고지를 향하여 힘차게 매진하렵니다. 몸이 아파 한 해를 휴강하고 다시 찾은 강의실은 내 꿈을 이루려는 소중한 터전입니다. 독자에게 기쁨을 주고 희망을 안겨드릴 글을 쓰는 것이 내가 안고 있는 희망이요 꿈입니다. 앞으로 2년을 더욱 분발하여 10년을 채우면 그 꿈이 이루어질 것도 같습니다. 10년을 채우고도 부족하면 수련기간을 연장해서라도 그 꿈을 기필코 이루렵니다. 수필다운 글을 쓸 때까지 나는 혼신의 노력을 다하여 강의실을 찾을 겁니다. (2010,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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