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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욕을 실천하는 그대, 백련이여/장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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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65회 작성일 10-09-11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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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욕을 실천하는 그대, 백련이여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장지연 마른장마라더니 비오는 날보다 햇빛 쏟아지는 날이 더 많다. 아침부터 후텁지근한 공기가 나에게 밖으로 나가자고 칭얼댄다. 냉수를 벌컥벌컥 들이켜다 코맹맹이 소리로 “여보, 나 바람 따라 가고 싶어!” “뭐, 뭐라고?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 어렵게 말하지 말고.” “저저~김제 하소백련 축제에 가보고 싶어.” “연꽃 보러 거기까지 가? 저녁때 시원해지면 덕진연못에나 가봐.” “여기는 홍련이고 거기는 백련이래, 난 백련 한 번도 안 봤어. 그지?” 남편의 천주교 세례명은 베드로다. 베드로는 바위·반석이라는 뜻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한 곳만 바라보고 있는 큰 바위얼굴을 닮은 사람이다. 무뚝뚝하지만 설득력이 강하고, 어지간한 태풍에는 꿈쩍도 하지 않는 사나이가 연꽃소식에 흔들리겠는가? 해걸음녘에 친구와 함께 덕진연못에 갔다. 초록 연잎사이사이에 청초한 연꽃들이 방죽을 뒤덮고 있었다. ‘툭’하며 터질 것 같은 봉오리, 꽃대공을 죽죽 밀어 올려 속살을 드러내고, 고운 자태를 뽐내는 연꽃의 향연이 펼쳐졌다. 성급한 녀석들은 꽃잎이 하나둘 떨어지고 파란 연밥이 나팔수처럼 피어났다. 수런수런 속삭이는 바람 따라 연화교에 오르니, 클래식음악이 흘러나오면서 분수대는 춤을 추기 시작하였다. 출렁출렁 구름다리도 덩달아 신바람이 났다. “와, 환상적이야, 정말 잘 왔다.” 여기저기서 내 마음을 대변하는 목소리들이 연못을 가득 메웠다. 잿빛하늘이 꾸물꾸물 하더니 빗방울이 후두룩 뛰어내린다. 거실을 왔다 갔다 하던 남편이 “연꽃보고 싶다며? 가세.” “하필이면 이런 날 가려고?” “당신이 좋아하는 날씨잖아?” “심통 난 시에미같이 웅크렸구먼.” 말을 하다 보니 내 모습 같아 킥킥 웃다가 따라 나섰다. 김제를 지나 청하로 들어설 적에, 여우비는 꼬리를 내리고 사라져 버렸다. 풀냄새 풍기는 오솔길에서 보니 성큼성큼 스쳐 지나가는 마을풍경이 고향인 양 눈에 익었다. 오~백련, 차문을 열자 그윽한 향기가 와락 달려들었다. 백련이 지연이를 기다렸나 보다. 야트막한 산 아래 다랑이 논마다 백련이 가득 피었고, 넘실대는 연잎에는 송골송골 맺힌 빗방울이 또르르 굴러다닌다. 뿌리는 비록 진흙탕 속에 내리고 있지만, 잎은 물방울 하나 허락치 않는 무욕을 실천하는 그대, 구름에 실려 오는 말없는 가르침에 때 묻은 마음이 살포시 씻겨져 나간다. 연잎 지붕의 원두막에서 무리지어 피어있는 백련을 보노라면, 은은한 향기에 물들어 선계로 빠져드는 것 같다. 화려하지도 않고 뽐내지도 않는, 고고한 자태의 여인이여! 나도 이제부터 티 없이 하얀 꽃을 피우는 백련 같은 사람이 될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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