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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길/이신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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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두루미
댓글 0건 조회 527회 작성일 10-09-0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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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길 전주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석하 이 신 구 길은 인간만이 가지는 특권이요 누리는 혜택이다. 이는 하나님이 인간에게만 주신 선물이며 인간은 길을 통하여 꿈과 희망을 이루고, 하고 싶은 일, 보고 싶은 것을 찾는다. 나는 오늘 그 특권을 이용하여 비행기도 타고, 올레길도 걷고, 뱃길과 해저까지 탐사하려고 한다. 우리는 흔히 여행길을 인생길과 비유한다.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어떤 길일까. 하나님이 주신 하늘길을 따라 제주도로 간다. 가깝지만 그래도 바다를 건너야 하기에 저임금, 소형 비행기를 탔다. 해외여행 때 궁전같이 커다란 항공기를 타고 창공에 오르면, 구름과 망망대해를 보며 지루한 시간을 보내야 했었다. 그런데 오늘의 이 작은 비행기는 좌석 130석에 고도 15,000피트(4-5km)라고 한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조국의 산야는 정말 한 폭의 그림 같아 나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륙하면서부터 녹색초원과 들판에 울긋불긋한 마을의 지붕들이 마치 바둑판에 오색 돌을 놓은 듯하고, 고층건물이 가득한 도심 위를 지날 때는 곧게 뻗은 도로에 차들이 개미같이 줄지어 달리고 있었다. 고속도로를 찾다 보면 어느새 파란물결이 넘실대는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다도해 사이로 하얀 꼬리를 길게 그으며 숨바꼭질 하듯 배들이 달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짙푸른 산야와 청람색 바다에 선을 그으며 지나는 여객선을 따라 아래를 굽어보다가, 고개가 아파 위를 보면 가냘픈 솜털구름이 멀리 보이고, 어느새 그 아래로 뭉게뭉게 하얀 구름이 파란 하늘에 만물상을 만들고 있었다. 하늘에 흩날리는 새털구름, 그 아래 새하얀 뭉게구름을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사이 벌써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방송이 나왔다. 우리 산야는 높은 데서 내려다 보면 더 아름답다. 사람들도 서로 평면에서만 볼 게 아니라 보다 높고 먼 데서 본다면 더욱 정겹게 느껴질까? 같은 눈인데 위치에 따라 시각의 차가 이렇게 클까? 하늘 길을 지나면서 지금까지 바로 앞만 보고, 높게 멀리 보지 못해 답답한 적이 얼마나 많았던 가를 되뇌어 보았다. 공항에서 차를 렌트하여 도청 옆 맛 집으로 이동하여 식사를 하고, 러브랜드(Loveland)를 거쳐 ‘신비(도깨비)의 길’ 체험에 나섰다. 색다른 땅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얼마 가지 않아 오르막 도로 양쪽에 관광객이 줄을 서있고 차들도 천천히 가고 있었다. 그런데 오르막길 쪽으로 시동을 끈 차가 오르고 있는가 하면, 외국관광객들이 길가에 물을 흘려 봐도, 음료수병을 놓아두어도 위쪽으로 흐르고 굴러가고 있지 않은가? 관광객들이 와! 함성을 지르고 박수를 치는 등 감탄사를 연발하고 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일이다. 이는 실제 경사가 낮은 곳인데도 주위환경(구릉, 나무 등)의 영향으로 시각적으로 높게 보이는 착시현상으로, 그 거리는 약 100m정도란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인간의 눈도 신뢰할 수 없다. 학문적으로 착시현상에 대하여 공부도 하고 실험도 해 본 적이 있으나, 실제 환경에 접하니 새롭고 신기하였다. 이 지역을 모르고 지나다 이런 현상에 접하면 얼마나 놀랄까. 별스런 길도 다 있구나 싶다. 또 하나 신비의 도로인 1117번 도로(관음사 아래)에서 한 번 더 확인해 보았다. 우리 일행은 한여름의 열기를 시원하게 식혀주는 녹색터널과 숲이 잘 닦여진 아름다운청록의 5 ․16 도로를 달리고 있다. 요즘 자연과의 교감을 통한 ‘여유를 갖고 사는 삶(Slow life)’ 이 현대인의 지표로 각광을 받는다. 오늘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는 ‘올레길 걷기’에 관심을 갖고 제주에 와 보니, 수많은 올레길이 있다. 그런데 거의가 3-4시간 이상 걸린다고 해서 망설이다가 50분 정도로 가장 아름답다는 ‘동백올레길(카멜리아 힐)’을 걷기로 했다. ‘올레길’ 이란 통상 큰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길을 의미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흔히 말하는 산책길이다. 동양 최대의 동백박물관 이라 자랑하는 이곳에는 곳곳에 ‘여유롭게, 향기롭게’를 표방하고 있엇다. 야생화 올레, 동백올레, 구상나무 올레, 수류정, 와룡연지, 용소폭포 등 자연을 사랑하고 마음속에 평온을 주도록 아담하고 운치있게 손질한 올레길은 찾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해 주었다. 가끔은 느리게 걷고 싶다. 그렇다. 아무리 바빠도 느긋한 시간적 여유는 있어야겠다. 갤러리카페에서 차 한 잔을 들고 천천히 자리를 떴다. 길 찾아 떠난 김에 이제 마무리로 우도유람선과 잠수함을 타고 바닷속 길도 체험하고 싶어 숲길을 동서로 가로질러 성산 일출봉을 향해 차를 몰았다. 사면이 바다라 해도 더위는 마찬가지였다. 유람선에 승선하자 하얀 물결을 가르며 시원한 바닷바람을 안고, 옛 방목지요, 섬이 소(牛)모양이라는 우도 8경은 기괴한 용암과 현무암으로 이루어졌다. 보는 이마다 색다른 감회를 느끼게 해 주었다. 제주의 흙과 돌은 검은데 해변 모래는 희다는 말을 듣고 ‘산호사’ 해변을 보니 수많은 세월 부서지고 닳은 조개껍질이 부드러운 백사장을 이루고 있었다. 문화재보호구역이라 눈으로만 보아야 한단다. 산방산 앞 바닷가, 그곳에는 수천년 억센 파도가 해안 암벽을 때려 만들어 놓은 용머리해안을 한 바퀴 돌아보고 잠수함에 닿았다. 잠수함 문이 열리고 열 지어 직각 사다리를 내려가니 이상한 생각까지 들었다. 지하의 긴 사다리는 6․25때 벌벌 떨며너 방공호로 들어가 보고 처음이다. 잠수함 문이 닫히자 10m, 20m, 30m 점점 바딧속 길이 열린다. 먼저 해조류가 너울너울 우리를 반기다가 깊이 들어가면서 물고기들이 나타나고 인어 같은 다이버가 수십 종의 물고기를 몰고 다니며 묘기를 부린다. 잠수함 속에서 탄성이 터지고, 박수를 치면 다이버는 손을 흔들며 재주를 선보인다. 점점 깊이 잠기면 이번에는 연산호, 경산호초 군락지가 나타나고, 여기저기 울긋불긋 아름다운 자태를 보이고 사라진다. 겨우 몇 분씩 관람하도록 하는 아쉬움을 남긴 채 물거품을 일으키며 바닷속에서 물위로 치솟는다. 이제 하늘 길, 신비의 도로, 올레길, 바닷길, 바다 속 길 탐색이 끝났다. 오늘 하나님이 주신 길을 찾아 견문을 넓히고 끊임없이 변하는 세상과 인간에 대하여 잠시라도 생각할 계기를 갖게 되었다. 하늘 길에서 높고 넓은 세상을 보았고, 하늘과 바다 그리고 해저의 오묘한 조화를 느꼈으며, 신비의 도로에서는 착시의 세계를, 그리고 올렛길에서 평화와 자연을 체험했다. 역시 하나님이 주신 길에는 ‘사색의 눈’이 숨겨져 있는 듯하다. 같은 눈인데 위치에 따라 시각의 차가 이렇게 클까? 우리 세상사도 미리 알며 예견할 수 있다면, 그리고 사람의 마음속도 높은데서 꿰뚫어보거나, 속을 헤집고 살펴볼 수 있다면 참 재미있을 것 같다. (2010. 0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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