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수의 소야곡/이수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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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수의 소야곡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이수홍
제목만 보고 들어도 애절함이 가슴에 스며든다. 유행가 제목임을 누구나 안다. 50대 이전의 사람이라면 아마 이 노래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1937년 말 일제강점기에 발표된 트로트곡이다. 박시춘 작곡, 이부풍 작사인 이 곡은 가요계의 황제라 불리는 남인수의 출세작이자 대표곡이다.
애수의 소야곡은 박시춘·남인수 콤비가 처음 만나 큰 성공을 거둔 노래다. 이 노래의 가사는 떠나간 연인을 그리면서 우수에 젖은 체념적인 내용이다. 서정적인 가사와 고요하고도 애절한 가락이 남인수 특유의 미성과 잘 어우러져 지금도 사랑을 받고 있다. 1962년 40대 중반의 나이로 사망한 남인수의 장례식에서도〈애수의 소야곡〉이 장송곡으로 쓰였다.
나는 어려서부터 이 노래를 부를 줄 알았다. 우리 집에 축음기와 이 곡이 들어있는 레코드판이 있어서 따라 불렀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도 즐겨 부른다. 나와 함께 1937년에 태어났기 때문인가 보다.
15년 전쯤의 일이다. 서울 태석형님이 우리 내외를 올라오라고 했다. 큰아들 재혁이가 표를 예매해 놓았으니 세종회관에서 공연 중인 악극 ‘애수의 소야곡’을 관람하자는 것이었다. 아내와 함께 올라가 세종회관 앞에서 만났다. 연극을 보려면 맨 정신으로 보는 것보다는 한 잔 하고 보는 것이 더 멋지다는 형님의 말에 따르지 않으면 촌사람이다. 회관 옆 구멍가게에서 소주 한 병과 새우깡을 사서 종이컵에 똑 같이 나누어 마시고 입장했다. 연극의 주인공은 한인수와 양금석이었다. 줄거리는 오래되어서 기억이 없다. 컴퓨터로 검색을 해보니 배역이 다른 최근 공연내용이 나오는데 스토리는 같았다. 노현희, 채용병이 출연한 최근의 악극 줄거리로 추억에 젖어야겠다.
‘1949년 섣달. 함경남도 북청에서 인민군 징집이 시작되자 반동으로 몰린 지주의 아들 진수는 친구와 함께 월남을 계획한다. 그러나 배는 이미 만선이 되어 두 명밖에 태울 수 없는 상황. 금진은 남편 진수와 송우성을 먼저 내려가라 하고, 임신 상태인 금진과 영순은 머슴 득룡의 도움으로 다음 배를 타고 무사히 부산에 도착한다. 도착하자마자 금진은 심한 산고를 겪으며 아들 창호를 낳는다. 이 일로 부산항에서 헤어질 생각이었던 득룡에게 또다시 신세를 지게 되고, 게다가 남편 진수를 찾는 일까지 부탁한다. 하지만 득룡은 오래전부터 연정을 품어 온 금진을 차지할 기회는 이때뿐이라는 생각으로 오히려 그들 부부가 만나지 못하도록 수를 쓴다.
한편, 진수는 부산에 도착해 금진과 만나기로 했던 누님 댁이 전쟁 통에 이사를 가버리는 바람에 길이 엇갈려 넝마주의를 하며 금진을 찾아 온 부산바닥을 헤매고 다닌다. 그래도 만날 수 없자 전쟁으로 극단 문을 닫았던 양단장이 다시 공연을 재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친구가 아내와 만나기로 한 팔도유랑극단을 찾아간다. 진수를 금진으로부터 영원히 떼어놓을 묘책을 세운 조득룡의 계략대로 진수는 극단의 경비를 서다가 방화범으로 몰려 일본으로 밀항하는 신세가 된다. 득룡은 거짓으로 금진을 유혹하여, 낡은 창고로 데리고 가서 겁탈을 한다. 이 일로 득룡의 딸을 낳게 되지만, 피붙이와 생이별하는 고통을 감내하며 친구에게 딸아이를 맡기고 어린 창호만 안고 탈출을 감행한다. 20년 뒤, 친아들과 친딸이 만나 사랑하고 결혼까지 하게 되며 그로인해 살인까지 하게 된다.’
우리는 그때 연극에 몰입되어 감동을 받았다. 끝 장면에서 애수의 소야곡을 부르자(어느 출연자가 부르는지 기억이 확실치 않음) 모든 관객이 합창을 했다. 형님과 나도 일어서서 크게 불렀다. 소주 반병을 마셨겠다, 소리가 잘도 나왔다.
운다고 옛사랑이 오리요만은/ 눈물로 달래보는 구슬픈 이 밤/ 고요히 창을 열고 별빛을 보면/ 그 누가 불러주나 휘파람 소리
차라리 잊으리라 맹세하건만/ 못생긴 미련인가 생각하는 밤/ 가슴에 손을 얹고 눈을 감으면/ 애타는 숨결마저 싸늘하구나.
그 뒤 형님이 집에 오셔서 한 잔 마시고 노래방 기계를 틀어놓고 노래를 부를 때면 우리는 이 노래를 부르면서 악극을 보았던 그때의 추억에 젖는다. 봄부터 한 번 내려와서 한 잔 하면서 노래도 부르자던 형님은 12년 전 교통사고로 인한 다리부상 후유증으로 여행을 할 수 없어 못 오신다.
연극의 주연을 맡았던 양금석은 지금 매주 수요일에 방송되는 KBS 1 연속극 ‘산 너머 남촌에는’에서 큰며느리 역으로 출연하고 있다. 우리 국악인 민요를 그럴싸하게 잘 부르는 것도 보았다. 그 얼굴을 볼 때마다 전에 서울 세종회관에서 보았던 악극 생각이 나서 애수의 소야곡을 부른다. 형님의 다리가 빨리 완쾌되어 산수유 마을인 고향에도 가고 우리 집에서 이 노래를 함께 부르면서 향수에 젖고 싶다.
(2010.8.20.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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